경기상승기에는 자산 가격 상승, 위험선호도 증가로 은행 대출이 증가하면서 잠재적인 금융 부실이 확대된다. 반면 경기하강기에는 실물 활동 위축, 자산 가치 하락, 위험 회피 성향으로 은행 대출이 급감하면서 금융 부실이 가시화된다.
경기순응성은 국제 간 자본 흐름에도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선진국 자본의 유출입이 신흥국의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는 현상이 발생된다. 급격한 자본 유입은 신흥국의 통화 팽창, 자산 가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하다가 자본 유출로 돌변 시에는 주가 급락, 환율 급등 등으로 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증폭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정형화된 사실이다.
이처럼 경기순응성에 따른 많은 부작용 가운데 주기를 단축시키고 진폭을 확대시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은 경기 예측 시점을 ‘반기’에서 ‘분기’로 단축했다. 증권사의 주가 예측은 수시 체제로 전환됐다. 기업들은 대부분 시나리오 경영 계획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정책당국에서는 각종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 위기 이후 열렸던 각종 국제회담에서는 종전의 핫머니 자금에 대한 규제 방안과 별도로 경기순응성 완화를 위한 금융 규제 방안이 논의돼 왔다.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국제결제은행(BIS) 바젤위원회(BCBS)는 글로벌 금융사일수록 자본금 규제, 대손충당금 적립, 레버리지 규제 등을 의무화했다.
국제결제은행 바젤위원회의 권고에 대해서는 대체로 각국이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고 일부 규제의 경우 당초 예상했던 계획보다 앞당겨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주요 20개국(G20) 회담 등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세부사항에 대한 합의 도출 과정에서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고 있어 많은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도 높다. 순응성은 그 어느 분야보다 증시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 예측 시점에 주가가 상승할 때와 맞물리면 향후 증시를 지나칠 정도로 낙관적으로 예상한다. 반대로 하락 시점에서 증시를 전망할 때에는 비관론 일색이어서 예측의 본래 역할인 투자자들에게 안내판 역할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큰 혼란과 손실을 가져다준다.
경기순응적 주가 예측에 적합한 교훈이 미국 코넬대 개구리 실험이다. 첫 비이커에는 개구리가 살기에 적합한 섭씨 15도의 물을 넣어 온도를 서서히 올리고, 다른 비이커에는 처음부터 섭씨 45도의 물을 넣었다. 그런데 오히려 첫 비이커에 넣었던 개구리가 죽었다고 한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더 큰 화(禍)를 당한다는 ‘삶은 개구리 신드롬(boiled frog syndome)’이다.
‘유로존을 살리겠다’는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을 계기로 일부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코스피 지수가 2200 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도 영합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하지만 유럽 위기를 낳게 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고 드라기 총재의 발언도 이행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말 이후 ECB의 자금 지원과 유럽계 자금의 유출입 관계를 볼 때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와 같은 대책이 추가로 나온다면 한국 증시가 가장 유망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드라기 총재의 발언 직후 나오는 낙관론에 영합하기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경기와 주가순응성에 따른 각종 리스크에 대비해 나가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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