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

취임 6개월을 맞은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자산 확대 경쟁은 지양하되 외국환, IB, 대기업, 해외 영업 등 4개 부문에서의 강점을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용로 외환은행장 “작지만 강한 은행 만드는 데 힘 쏟을 터”
1955년생. 미국 미네소타대 행정학 석사
1977년 제21회 행정고시
1999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 과장
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 2국 국장
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2007~2010년 기업은행 은행장
2011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현 외환은행장


외환은행은 9년간의 론스타 시절을 거치며 어려운 때를 보냈다. 은행의 경쟁력은 약화됐고,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외환은행은 이제 하나금융의 한 가족이 됐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다시 뛰고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을 만나 그의 취임 후 지난 6개월간의 변화와 향후 비전을 들어봤다.



취임한 지 이제 6개월 가까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성과를 평가하신다면.

“론스타 시절 교육 투자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영업력이나 역량이 떨어진 면이 있죠. 투쟁을 하면서 거부감과 좌절감 등 부정적인 마인드가 형성되기도 했고요. 취임 이후 급선무는 외환은행을 역량 있는 모습으로 돌려놓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우선 임원진 이하 인사를 했고 직원들이 저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에 스킨십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그동안의 분위기에서 탈피해 ‘다시 해보자’는 마인드를 갖게 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또 하나는 ‘지주회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하는 문제인데,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이면서 하나은행과 ‘투 뱅크’ 체제이기 때문에 이 관계를 잘 정립해 나가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 여전히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일원으로 순항할지 걱정하는 시선들이 있습니다. 내부 결속은 잘 다져지고 있는지요.

“직원들이 은행에 갖는 자부심은 어떤 은행보다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론스타 시절 크게 성장하지 못한 데 따른 허전함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부분을 빨리 채워서 우리 은행이 잘 커야 하겠죠.

투 뱅크 체제에서 하나은행에 대해 배타주의적 생각이 아니라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감이 생기면 다시 뛰어보자는 결속력이 다져지고 실력이 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납니다.

직원들이 지주회사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지주회사 체제에 있는 은행은 어느 곳이나 긴장 관계가 있게 마련이에요. 서로 동의할 수 있는 타임테이블이나 로드맵을 만들어 이에 따라 천천히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관련해 7월에 이사회 보고를 했고 임원·본부장 워크숍을 통해 향후 로드맵을 만들었습니다.

합병 초기보다 서로가 많이 이해하고 있고 올 하반기와 내년으로 갈수록 많은 협력이 일어날 것으로 봅니다. 하나은행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지금도 하고 있어요. 서로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든지 9월부터 외환은행 투엑스 카드를 하나은행에서도 판매한다든지 하는 겁니다.”

현장을 많이 찾아다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은행을 이끌 것이라는 답을 찾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외환은행이 9년여를 외국자본 아래 있었기 때문에 영업 역량이 과거 같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크게 볼 때는 중소기업 대출 분야라든지 가계 분야를 정비해 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해외 영업, 투자은행(IB) 업무에 경쟁력이 있고 전통적으로 대기업에 강합니다.

외국환 부문에서는 1등을 하고 있어요. 4개 분야 정도는 강점을 계속 유지하면서 나가고 있고요. 리테일 부문은 직원들이 연수도 받고 다시 고객들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성과가 나타날 것 같습니다. 현장 경영도 중요하지만 그동안 고객들이 외환은행을 너무 많이 떠났고 잊었기 때문에 우선 고객들을 다시 깨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현장에 나가 물어보면 ‘외환은행이 이런 걸 하느냐’고 말하기도 해요. 지금은 ‘외환은행이 여기에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다시 뜁니다’라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외환은행이 여기에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다시 뜁니다’라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외환은행이 여기에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다시 뜁니다’라고 고객에게 다가가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취임 이후 첫 정기 인사를 단행했습니다. 기준은 무엇인가요.

“외국계 기업의 특징은 자기 파트 이외에 옆 부서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서로 얘기할 필요도 없고요. 대부분의 선진국 기업들이 이런 모델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 경영학자들이 시너지를 많이 강조하죠. 반면 우리나라는 자연스럽게 시너지가 나는 편이에요. 옆 부서와 회식도 자주 하고 너무 친하게 지내죠.

외환은행은 외국자본 하에서 9년간 자기 일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그래서 취임 이후 직원들에게 사업부제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강조했습니다. 개인 지점이 따로 있고 기업 지점이 따로 있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영업점 단위에서는 사업부제를 없앴습니다.

두 번째로 본점과 지점 간 인사 교류를 했습니다. 그동안 ‘본점은 본점, 지점은 지점’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는데 본점 직원도 영업 현장을 알고 전체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앞으로 영업점 경험이 없으면 승진도 못한다고 하면서 본점 인력을 지점으로 많이 내보낸 게 특징입니다.”

금융 산업의 특성상 인재 육성이 중요한데요.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요.

“인적자원 육성에 관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론스타 기간 동안 사람을 키우는 노력이 소홀했던 게 사실이에요. 우리 직원들이 능력이 많은데 그에 걸맞은 교육 투자가 많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업무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각 직급별로 맞는 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교육을 받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자격증 이수 등을 승진의 필수 요건으로 만들어 직원 스스로 실력을 쌓도록 하고 있어요. 6월부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행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신입 사원 야간 행군도 했습니다. 다시 뛰기 위해서는 ‘파이팅’이 있어야 하죠.

다음 신입 사원들은 좀 더 강하게 훈련할 계획입니다. 우리 직원들이 금융연수원에서 시험을 봐도 1등을 많이 하거든요. 투자가 이뤄지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봅니다.”

외환은행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하나금융과의 시너지 효과가 필요해 보입니다. 어느 부문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예상됩니까.

“선진국 사례를 볼 때 은행에서 시너지를 가장 크게 제고하는 데는 정보기술(IT) 투자비용을 얼마나 절약하느냐가 관건입니다. IT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는 전산 통합 이전에 업무 프로세스의 통합이 필요하죠.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통합의 원칙은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 좋은 쪽으로 선택하는 겁니다. 전산 부문에서도 외환은행이 더 좋으면 그쪽을 따르고 하나은행이 나으면 거기에 맞추는 프로세스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시너지는 그다음에 나는 거죠.”

취임 직후 동아시아 벨트 구축을 말씀하셨습니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왔는지요.

“우리나라 은행 자산이 국내총생산(GDP)의 1.8배 정도 됩니다. 더 이상 자산이 늘어날 수 없다는 겁니다. 자산이 늘어날 수 없고 요즘같이 마진이 떨어지는 상황이 지속되면 은행의 중·장기 발전이 어렵게 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가 모든 은행이 맞이하고 있는 도전인데요. 답은 해외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유럽, 아프리카보다 동남아시아, 중국 시장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이라고 보고 동아시아 벨트를 얘기했습니다. 그쪽에 교두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고 영어를 잘하는 인재가 모인 곳이 바로 외환은행입니다. 그래서 더 많이 진출해야 하죠.

현재 우리 은행의 전체 수익의 10% 정도를 해외에서 벌어오고 있는데 2015년까지 15%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아부다비 지점을 10월에 우리나라 최초로 오픈할 예정이고 인도 첸나이 지점이 내년 1월께 문을 엽니다.”

최근 청와대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얘기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까.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정부 관련 기관과 리스크를 나눌 수 있는 부문이 있다고 봅니다. 얼마 전 무역보험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아프리카와 남미로 진출하는 기업에 대해 함께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했고 서울보증보험과 협약을 통해 해외로 나가는 중견기업을 돕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습니다.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부문은, 일례로 우대 펀드를 들 수 있는데요. 수출 관련 기업에 수수료를 할인해 주고 펀드에서 보완하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입니다. 또 기업들이 수출형 원자재를 수입할 때 자금 지원에 대해 금리를 낮춘다든지 하는 지원들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요즘 국내외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올해 경영 목표치 등 실적이 당초 계획대로 달성될 것이라고 보는지요.

“우리는 새로운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동안 잃었던 것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장을 빼앗겼던 부분이 있거든요. 원래 우리 것이니 찾아와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경기 상황과 크게 관련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고객에게 다가가지 못해 빠뜨렸던 일들에 대해 노력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향후 외환은행의 비전이 궁금합니다. 어떤 은행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까.

“5년 후 통합이 예정돼 있는 상황이고 론스타 시절 자산 성장을 못하고 시장을 빼앗긴 부문 등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죠. 이런 상황에서 1등 은행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현실성이 없다고 봅니다. 실현 가능한 비전이 필요한데, 외환은행은 ‘강소은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론스타의 공이라면 건전성을 중시했다는 것인데요. 그래서 자산 성장은 부진하지만 탄탄한 은행입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 경제가 어려워지고 부실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우리 은행은 피해를 적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강점은 확실해요. 외국환·대기업·IB·해외 영업 분야에선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은행은 스위스 처럼 규모는 작지만 강점이 있는 은행이죠. 대형 은행이 박리다매할 때 외환은행도 자산 경쟁을 벌이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외국환, IB, 대기업, 해외 영업만큼은 강한 은행이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담 김상헌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정리 이현주 한경비즈니스 기자 charis@hankyung.com 사진 제공 외환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