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요즘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화두는 은퇴 이후에 쓸 소득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은퇴 후에도 월급처럼 매월 받을 수 있는 현금흐름의 자산, 이른바 ‘평생소득’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각 금융기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목돈을 다달이 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어주는 여러 상품들을 은퇴자나 은퇴를 앞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월지급식 펀드나 즉시연금이 바로 평생소득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품들이다.
[WEALTH CARE] 평생소득으로 준비하는 노후
식지 않는 월지급식 펀드 열기

그중에서도 최근 월지급식 펀드의 열기가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666억 원에서 2012년 7월 기준 1조282억 원으로 수탁고가 무려 6배 넘게 증가했다. 단순한 열기가 아니라 광풍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펀드 들고 월급 받자’, ‘은퇴 후에 월급처럼 매월 꼬박꼬박 지급해 준다’는 마케팅 포인트가 은퇴를 앞둔 많은 직장인들에게 먹힌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고객의 60%가 40~50대의 중장년층이다. 40대가 27.5%, 50대가 32.6%, 60대도 18.3%에 이른다(거치식 기준 삼성증권 조사 결과).

월지급식 펀드의 장점은 자본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상승하면 그에 따른 이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도에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유동성 확보에 이롭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은 월지급식 펀드의 광고와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월급처럼’, ‘예금처럼’등의 용어 사용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다. 월지급식 펀드의 장단점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우선, 월지급식 펀드는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원금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원금이 무조건 보장된다거나 죽을 때까지 매월 월급처럼 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다. 월지급식 펀드 가입자 중 상당수가 월 0.6%(연간 7.2%) 수준에서 월 분배금을 받고 있다. 이 경우 1억 원을 월지급식 펀드에 넣었다면, 연간 720만 원(월 60만 원)이 지급된다. 따라서 연간 7.2% 이하의 수익률을 낼 경우에는 원금에서 분배금을 꺼내 줄 수밖에 없다.

만약 원금 손실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결국 투자자의 수명보다 투자 금액의 수명이 더 짧아지는 셈이다. 사실 월지급식 펀드가 유행하는 국가는 일본 정도밖에 없다. 국민연금이 격월로 지급되고 있으며, 엔고 현상으로 해외 투자를 통한 수익이 더 나았다는 이들만의 특별한 사정이 그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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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저조했던 수익률이 금융시장의 흐름 변화로 인해 좋은 투자 결과를 내고 결국 원금을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을 회복하는 데 생각보다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적립식보다는 거치식의 월지급식 펀드가 원금 회복이 더 느릴 수 있다. 거치식 펀드는 어느 한 시점에서 투자를 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없기 때문이다. 즉, 처음 투자한 시점이 시장의 꼭대기 근처였는데 그 이후 시장이 안 좋아졌다면 손실을 만회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평생소득을 마련하는 데 있어서 월지급식 펀드는 수익률 변화에 따른 자산규모의 변동 위험을 감내할 수 있는 은퇴자들에게 적당하다.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은 원화 대비 투자대상국의 통화가치가 하락할 때 환차손이 발생할 위험을 부담하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기대수익률, 위험 수준, 원금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정보가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제공돼야 하며, 투자자 스스로도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월지급식 펀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펀드를 고를 때도 당장 분배금을 많이 주는 쪽보다는, 어디에 투자하고 어떤 위험을 가지고 있는 펀드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보다는 장기간의 수익률을 보고, 분배 준비금이 충분히 쌓여 있는 펀드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향후 운용 성과가 좋지 않더라도 안정적으로 분배금을 지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면, 소비자 입장에서 장수 위험에 대비하는 가장 이로운 방법은 종신연금을 구매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연금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스스로 은퇴자산을 잘 관리해 보다 나은 인출 전략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만한다. 이러한 심리적 요인도 종신연금 가입을 꺼리는 여러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하지만 안정적인 재무적 은퇴 준비의 기본 원칙은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분산투자가 가장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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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지급식 펀드와 즉시연금을 활용한 노후 준비

월지급식 펀드와 같이 변동성이 있는 상품만 가지고 있다면 원리금 보장 상품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월지급식 펀드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일시납 즉시연금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즉시연금은 공시이율이라는 일종의 기준금리에 따라 수익이 쌓이며, 혹여 금리가 떨어져도 10년 이내는 연복리 2.5%, 그 이후에는 연복리 1.5% (삼성생명 즉시연금 기준)의 최저보증이율 제도를 통해 원리금을 보장한다.

물론 즉시연금은 연금으로 지급이 개시된 이후에는 중도 해지가 불가능하며, 자본시장의 플러스 수익률을 누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역이용하면 오히려 노후 자금을 든든히 지켜주는 유용한 장치가 될 수도 있다. 중간에 꺼내 쓰지 않고 오래도록 노후 재원을 유지하는 동시에 자본시장의 마이너스 수익률 악재로부터 노후 자금을 보호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월지급식 펀드와 즉시연금으로 동시에 노후 자금을 준비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보다 투자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은퇴 이전에 적립식으로 펀드에 투자했다가 은퇴를 하고 나면 이를 환매한다. 이후 환매한 만큼 연금으로 갈아탄 뒤 매월 생활비를 종신토록 지급받는 방식이 오히려 더 일반적이다.

정기적으로 노후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은 매우 다양하며, 어떠한 유형이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따라서 투자자 본인의 노후 재원 준비 정도, 투자 성향, 장수 리스크 등을 감안해 상호 보완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은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