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투자 상품으로 인식됐으며 몇 번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가격 회복을 기록했다. 가장 가깝게는 2008년 금융 위기 상황으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투매에 가깝게 하락했지만 2009년 상반기에 급등하면서 2007년 상반기 이전 고점 수준으로 회복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학습효과에 따라 그간 재건축 시장은 일정 정도의 가격 하락이 만들어지면 대기수요가 유입되면서 시장 가격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 가격 하락과 대기수요 유입에 따른 가격 회복이 반복됐던 것은 강남 아파트 시장이 가지고 있는 만성적인 공급 부족과 초과 수요 현상 때문이다. 이로 인해수많은 거품 논쟁과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 반등이 이어졌던 것이다.
과거 강남 재건축 시장은 가격 하락과 반등이 교차했지만 강남의 신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됐고 상대적으로 견고한 주택가격을 형성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변화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시장의 기본적인 신뢰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우선 가격 하락 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현재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은 2011년 3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2008년 금융 위기 국면에서 가격 하락은 하락의 폭은 현재보다 컸지만 기간은 6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하락 기간이 사실상 2010년 이후 2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가격 변화와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국내 부동산 시장을 대표하는 투자 상품으로 인식됐으며 몇 번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가격 회복을 기록했다.
다음으로 강남지역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강남지역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지역에 신규로 공급되는 아파트를 대표하는 상품이었으며 그중에서도 중대형 아파트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인식됐다. 2000년 이후 강남지역 아파트 시장은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상승률이 이어져 왔고 이 결과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상승률은 일반 아파트의 가격상승률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강남지역 주택 시장에서 중대형 아파트의 선호도가 하락하면서 가격 하락폭도 그만큼 크다.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치의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파트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 현상이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거래 부진은 사용자산으로서 주택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기보다는 투자자산으로서 주택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재건축 아파트는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취득하는 대표적인 투자자산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일반 아파트의 가격 하락에 비해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투자자산으로서 아파트 상품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과 강남 재건축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가격 하락 현상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것으로 일시적인 수요와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구조적 재편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강남 재건축 시장의 가격 하락이 과거와 같이 가격 반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강남지역의 주택 수요가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강남지역에 신규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서 재건축 아파트의 가치는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 상승 시기에 강남 재건축 아파트는 단기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됐다면 가격 조정 국면에서는 보다 긴 호흡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권순형 J&K부동산투자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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