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투자 고수들의 위기대처법

오랫동안 투자를 전업으로 해온 고수들은 지금 같은 시기를 어떻게 나고 있을까. 오랫동안 성공적인 투자를 해온 김시영 엠파이낸셜컨설팅(MFC) 대표와 김중근 마크로헤지코리아 대표로부터 투자의 지혜를 구해본다.



김시영 MFC 대표
[경제 위기의 자산관리] 쉬는 것도 투자, 관심 종목 체크하며 기회를 엿본다
“증시가 어려울 때 진짜 기회가 온다”

김시영 MFC 대표는 최근 사무실을 옮겼다. 임대해서 쓰던 오피스텔을 나와 올 초 매입한 강남역 인근 주상복합인 동아타워로 들어간 것이다. 사무실로 개조한 사무실은 맨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창을 통해 삼성타운과 롯데물류센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응접실에 앉으며 김 대표는 부동산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김 대표가 동아타워를 매입한 것은 올 3월이다. 3년 가까이 봐오다 그때가 매입 적기라고 생각해 사들였다. 김 대표는 부동산을 살 때도 주식을 살 때와 마찬가지로, 좋은 부동산을 골라 오랫동안 지켜보다 가격이 가치 이하로 떨어졌다고 판단되면 매입한다. 동아타워도 그랬다.

동아타워를 산 이유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위치 때문이다. 미국에 있으면서 그는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좋은 위치에 있는 부동산은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맨해튼의 부동산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한국의 부동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여기는 강남역세권인 데다 삼성타운 한가운데 있고, 개발 예정인 롯데물류센터 바로 옆입니다. 경제가 어려워도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그만큼 희박한 거죠.”

그가 부동산을 선택하는 또 다른 기준은 펜트하우스를 고집하는 점이다. MFC가 들어간 곳도 동아타워 19층이다. 이런 곳은 전망이 좋을 뿐 아니라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이런 기준은 지난해 매입해 거주 중인 삼성동 오피스텔을 살 때도 똑같이 적용됐다.

그는 삼성동 이전에는 수서에 집을 갖고 있었는데 2009년 집을 처분했다. 당시는 주가는 폭락하고 부동산은 거래가 뜸하기는 했지만 가격은 어느 정도 유지되던 때였다. 폭락하는 주가를 보며 투자 기회가 있겠다고 확신한 그는 수서 집을 처분해 자산의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했다.

그는 주식을 하다 보면 그럴 때 기회가 온다고 했다. 다행히 투자 성과가 좋았다. 2010년 약 60%, 2011년에는 약 70% 수익을 올렸다. 2011년 말 주가가 정점에 올랐다고 판단한 그는 일부 주식을 처분한 후 삼성동 부동산과 사무실로 쓰는 동아타워를 매입했다.

최근 그는 삼성동 오피스텔을 부동산에 내놓았다. 삼성동 오피스텔은 도심공항터미널 맞은편에 있어 위치도 좋은 데다 전용면적이 70%에 가까워 주거용으로 손색이 없다. 더구나 매월 정기적인 수익을 얻을 수도 있어 내놓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다.

“이 좋은 곳을 왜 파느냐”고 아내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부동산은 유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즘 같은 때는 유동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 김 대표는 앞으로 2~3년은 증시가 어려울 거라고 예상한다. 그는 전업 투자자들에게는 이럴 때가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한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부동산 등을 처분해 현금 비중을 높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과잉 투자한 기업은 지금 같은 시기가 힘겹겠지만 리스크 관리를 잘해서 현금 보유를 많이 한 기업은 지금이 인수·합병(M&A)의 적기다. 그는 주식투자도 일종의 M&A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명한 투자자들은 좋은 종목을 계속 지켜보다가 가격이 떨어지면 사는 것이다.

“제가 하는 투자는 은퇴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따라서 안정성과 수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러다 보니 자산이 많고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을 선호합니다. 그런 기준에서 저는 삼성화재 우선주나 현대해상, 대한제분, 맥쿼리인프라 등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김중근 마크로헤지코리아 대표
[경제 위기의 자산관리] 쉬는 것도 투자, 관심 종목 체크하며 기회를 엿본다
“엘리어트파동이론으로는 1800 선 저 아래가 매입 적기”

김중근 마크로헤지코리아 대표는 “요즘 어떻게 지내느냐”는 질문에 “그냥 논다”고 답했다. 먹을 것 별로 없고, 리스크는 큰 요즘 같은 증시에서는 노는 것도 현명한 행동이다. 그는 앞으로 한동안은 지금 같은 조정장, 더 정확히 말하면 하락장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현재 위기의 진원지, 그중에서도 그리스 문제만 봐도 그렇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 나가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빚으로 빚을 막는 형국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면 당장은 물가가 올라가고 경제가 더 큰 어려움에 처하겠지만 자국 화폐가 평가절하 되면서 관광수지가 개선되고 수출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그리스 문제의 장기적인 해결책은 유로존 탈퇴라고 본다.

최근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해결책이 도출되는 듯 하지만 미봉책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유럽 문제가 장기화되면 결국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증시도 그 영향으로 오랫동안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사실 올 초에 그렇게까지 장이 좋을지 몰랐습니다. 저에게는 보유한 주식을 털기에 좋은 기회였죠. 고점에 약간 못 미치기는 했지만 2000~ 2100 선에서 현대차나 삼성전자 같은 종목은 다 정리를 했거든요.”

보유 종목을 처분한 지금 그는 본격적인 매매는 하지 않고 있다. 주식을 처분한 돈은 아내와 자신 명의로 몇 군데 저축은행에 나눠 넣어뒀다. 저축은행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5000만 원까지는 예금자보호가 되기 때문에,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시중은행보다는 저축은행에 자금을 넣었다.

일부에서는 금 같은 안전자산을 투자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김 대표는 금 투자가 현 상황에서는 그리 좋은 투자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올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원유도 금처럼 이미 꼭지를 쳤기 때문에 좋은 투자처라고 보기 어렵다.

조금씩 투자도 한다. 시장이 오를 것 같으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 하락이 예상되면 인버스 ETF를 사기도 한다. 오랫동안 해온 FX마진 투자도 조금씩 한다. 하지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 되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매매는 하지 않지만 관심 종목을 꾸준히 체크합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목이죠. 요즘 명동에 나가보면 중국 관광객들 천지입니다. 그들을 상대로 하는 호텔이나 면세점이 대표적인 수혜주겠죠. 아마 2분기 실적이 1분기의 2배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화장품회사도 중국 관광객 증가의 최대 수혜주다. 명동 상가에 카페 등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들어서는 게 화장품 가게들이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부산 남포동에는 옷가게가 사라진 자리에 화장품 가게가 들어선 지 오래다.

“신라호텔이나 한국콜마, 파라다이스 같은 종목이 대표적인 수혜주겠죠. 이런 종목은 가격이 조금씩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매입합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조정다운 조정 없이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다소 긴 조정기가 올 겁니다. 엘리어트파동이론에 따르면 지수상 1800 선보다 한참 더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그때나 돼야 매입을 고려할 겁니다.”



김시영 MFC 대표
김중근 마크로헤지코리아 대표
신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