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주거용 부동산은 거래가 끊긴 지 오래고, 상업용 부동산도 오른 가격 탓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지금, 부동산 자산관리의 실마리를 찾아본다.서울 방배동에 거주하는 L(55) 씨는 최근에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상도동 소재 대지 300㎡,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계속 보유해야 할지 아니면 매각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부모님과 함께 오랫동안 거주해 추억이 서린 곳으로 현재는 노모 혼자서 집을 지키고 있어 걱정되기도 하고, 아무런 수입도 들어오지 않는데도 매년 재산세를 내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고민에 빠졌다. 그냥 보유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매각을 고려 중이다.
매각을 준비하면서 양도세도 계산해 보고 매각 자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검토해 보니 꼭 매각만이 대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시세가 3.3㎡당 1600만~1700만 원으로 매각가는 14억~15억 원 정도 예상된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에 상속받을 때 상속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기준시가로 상속받다 보니 양도세만 3억5000만 원 정도 부담해야 해 양도세를 내고 부동산 수수료를 지불하고 나면 10억 원 정도만 손에 쥐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각 자금은 주택을 매각한 자금이라 안정적인 투자 자산으로 운영할 계획인데 은행 정기예금, 연금보험, 우량 채권 등은 대체로 연 수익률 4~5%를 넘지 않는 수준이고, 입지가 좋은 지역에 소형 임대용 건물은 수익률이 5%를 넘지 않으며, 부동산 취득세를 다시 부담해야 한다고 하니 실질 수익률도 그리 높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주변에 기존 노후 주택을 소형 임대주택으로 신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출 자금을 활용해 소형 임대주택을 개발할까도 고려 중이다. 부동산 시장, 상품 유형별·지역별 차별화 및 양극화 심화
L 씨의 경우는 도심지 내 역세권에 인접해 매각이나 개발을 고민할 수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부동산 소유자는 매각이나 유동성 확보가 용이하지 않은 교외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참 투자 열기가 뜨거울 때는 아무런 걱정이 없었지만 몇 년 전부터 매수 문의도 거의 없는데도 매년 보유세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비사업용 나대지를 매각할 때 양도세 중과유예기간이 올해 연말에 완료될 예정이라 내년 이후에는 세금 부담이 증가해 세금을 내고 나면 순매각 자금이 더 줄어들어 걱정이다. 특히 상속이 임박한 경우에는 더욱 걱정이다. 기준시가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은 증가한 반면에 잘 팔리지 않는 토지를 상속받을 경우에는 상속을 통해 상속세 부담만 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최근 자산가들은 매매차익 목적의 토지나 주택보다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가능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투자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상가, 오피스 중심의 수익형 부동산 이외에 도시형 생활주택이라는 소형 임대주택이 수익형 부동산 투자의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임대 시장의 차별화와 양극화로 임대수익률 및 수익률의 안정성에서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어 비우량 수익형 부동산의 매각 물건은 증가하고 있지만 점차 거래 기간이 증가하고 거래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에 우량 수익형 부동산의 매입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우량 부동산 매물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향후 부동산 시장은 해당 부동산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수익성에 근거해 부동산의 가치평가나 거래 시 환금성이 결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 시 매매차익보다는 임대수익성, 수익의 안정성, 유동성 측면을 고려한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실현되는 수익형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단지 수익형 부동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무수익 자산인 토지의 경우도 최근에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한 투자자가 거의 없고 실수요자 중심의 거래 시장으로 개편되고 있어 예전처럼 매입한 후에 아무런 투자 없이 보유하다가 매매차익을 기대하고 매각해서 수익을 높이기가 점점 어렵다. 특히 시장에 매물로 나와 있는 물건이 많은 상황에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용이하거나 수익성이 개선된 매물이 우선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대규모 업체나 분양 부동산이 아니더라도 보다 높은 가격으로 조기에 매각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가치 증대를 위한 적절한 투자가 필요하다.
지나치게 보수적 투자 전략 견지 불필요
최근 글로벌 경제 환경 악화, 주택 시장의 침체 등으로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지나치게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실물경기의 회복이 지연될 경우 임대 시장의 개선이 지연되거나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향후 금리가 인하되고 오피스 시장의 경우 공급 증가 압력도 해소되고 있어 마냥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도 없다. 반면에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와 유사하게 수익형 부동산의 급매물이 급증하지도 않고, 대기 투자자는 여전히 계속 증가하고 있다. 오히려 이런 시기에는 우량 물건 중에서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빠른 투자 의사결정이 필요한 시기다. 투자 시에는 변화되는 세금 완화 및 정책적 지원책 등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점차 부동산 관련 세제가 보유 중에 수익이 거의 발생되지 않지만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투자되는 토지, 주택 등 무수익 자산보다는 임대 수입 목적으로 개발, 운영되는 수익형 부동산 특히 소형 임대주택, 오피스텔 등의 세제 혜택이 증대되는 추세다.
임대주택 사업을 목적으로 아파트, 다세대주택, 연립주택, 오피스텔을 취득해 5년 이상 임대, 운영한 임대주택사업자의 경우 취득세 면제, 재산세 면제 및 감면, 종합부동산세 면제, 양도세 중과적용 배제 등의 혜택이 제공된다. 또한 소형 임대주택 사업의 경우 주차장을 포함한 다양한 규제 완화와 한시적인 저금리 정책대출자금 지원의 영향으로 단기간 공급이 급증하고 있지만 관련 개발규제 완화 조치와 정책적 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점차 정책자금 지원 축소 및 주차장법 강화 등 규제가 다시 강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L 씨의 경우에서처럼 부동산 투자는 양도세, 취득세 등 이전 비용이 높아 자산 상속이나 공유, 합유 등 소유권이 복잡하거나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 아니면 매각 이후 부동산을 재매입하는 것보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다. 왜냐하면 미국처럼 부동산 거래 시 양도세를 이연시켜 주는 제도적 지원이 없는 한 부동산 거래는 거래 비용이 높아 매각한 이후 동일한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매각할 경우에도 보다 높은 매각가를 받으려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우량 및 고수익 임차인 교체, 건물 리모델링이나 신축 등을 통해 먼저 자산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특히 보유 부동산을 매각한 후 구체적 투자 대안이 없는 경우에는 매각보다는 우선 보유자산의 가치 증대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
일러스트 허라미
지은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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