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스마트폰 부품주와 음식료주를 지목했다. 나머지는 개별 기업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5년간 월봉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종목에 투자한다며 신도리코를 사례로 들었다. “연말까지 방향성 없는 지루한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때는 보수적인 관점에서 실적에 바탕을 둔 개별종목으로 접근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죠.”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가 내다본 하반기 증시는 그리 밝지 않았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권에서 지수를 견인할 만한 종목이 부재한 상황으로 코스피 지수가 2000 선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2분기 어닝 시즌이 도래했으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실적 호조세는 이미 주가에 반영된 데다 경기민감주의 실적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도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수가 상승 추세로 이어지려면 상반기 고전했던 철강, 조선, 화학, 정유주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실적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크로 변수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문제는 구조적인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지 장기전으로 가겠지만 투자자 사이에 내성이 생겨 예상치 못했던 큰 이벤트가 아니고서는 시장을 크게 흔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 이사는 ‘가치투자’를 표방하는 펀드 매니저다. 2명의 팀원들과 함께 굴리는 자금은 1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들이 운용하는 ‘KB밸류포커스’,‘KB중소형주포커스’,‘KB퇴직연금배당40’은 KB자산운용의 간판 펀드로도 꼽힌다. 이 중 지난 연말 설정된 ‘KB중소형주포커스’는 올 상반기 18%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 중에서 가장 좋은 성과다. 실적, 자산가치 대비 저평가를 받고 있는 시가총액 2조 원 이하의 중소형주를 담아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올 상반기는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던 장이었다. 하지만 최 이사가 운용하는 중소형주 펀드는 연초부터 견조한 수익률을 지켜오고 있다. 연초 질주하던 삼성전자를 단 한 주도 실지 않고서도 돋보이는 수익률을 낸 비결은 차별화된 종목 발굴에 있다.
‘나무 같은 주식에 투자한다’는 것이 그가 고수하고 있는 투자 원칙. 묘목을 사다가 심어 큰 수목으로 키우면 돈이 되는 것처럼 나무처럼 성장할 수 있는 종목을 골라 2~3년 내다보고 매수한다.
종목 발굴에 앞서 우선 기업이 보유한 비즈니스 모델을 심층 분석한다. 그는 매크로 변수와 상관없이 좋은 비즈니스를 보유한 업체에 주목한다고 귀띔했다. “경쟁이 거의 없는,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지닌 글로벌 플레이어인지, 구조적인 성장성을 갖췄는지를 살펴봅니다. 막연한 전방산업의 장밋빛 전망보다는 기업의 예측 가능한 실적에 초점을 두고 종목 발굴에 나서고 있죠.”
한 해 업황이 갑자기 호조를 보였다가 다음 해에는 경쟁이 심해지면서 주가가 부진한 경우가 많은데 그런 오류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루한 장을 펼치고 있는 요즘, 그의 투자 전략은 흔들림이 없다. 시황에 휩쓸렸던 투자자라면 이제부터 철저하게 실적이 바탕이 되는 개별종목에 관심을 기울여볼 것을 권했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 등 일부 종목의 쏠림 탓에 상대적으로 이들 종목의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본격적인 2분기 어닝 시즌이 돌아오면서 부상할 것입니다.”
단 실적도 갑자기 급증하는 것보다는 최소 5년간의 실적을 훑어보고 안정적인 성장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최근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던 국내 최대 원양어업 기업인 동원산업을 해당 종목으로 꼽았다. 올 들어서만 동원산업 주가는 32.93%(7월 11일 종가 기준)가 뛰었다. “매크로 변수의 영향을 덜 받는 안정적인 비즈니스로 실적 개선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죠. 이제서야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겁니다.” 아직도 주가수익비율(PER) 5~6배로 저평가 상태로 PER 7배까지는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또 최 이사가 포트폴리오에 담을 종목을 선정할 때 판단하는 기술적 지표는 일봉이 아닌 월봉 차트인 점도 눈길을 끈다. 그는 최근 5년간 월봉이 꾸준히 우상향하는 종목에 투자한다며 신도리코를 사례로 들었다. 영업이익을 꾸준히 창출하면서 현금흐름이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종목이 보유한 시가총액(6451억 원·7월 11일 기준)에 버금가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익을 안정적으로 쌓아왔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경기 둔화 우려로 경기민감주가 부진한 상황이나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면 결국 시장에서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단 하루도 기업 탐방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기업도 비전을 가지고 스스로 변하고 있는지를 봐야 해요. 경쟁력을 높여가며 시장 지배력을 얼마나 넓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그는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으로 스마트폰 부품주와 음식료주를 지목했다. 나머지는 개별 기업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받고 있는 기업 중 전방산업의 장밋빛 전망만으로 올랐다면 반드시 거품이 꺼집니다. 지난해 바이오,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정치 등의 테마를 업고 중소형주들이 많이 올랐지만 올해는 대외 변수에 좌지우지 되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죠.”
그는 올해 어느 때보다 수익률 내기 쉽지 않은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펀드 투자자라면 개별종목에 집중하는 중소형주 펀드가 유리하다는 조언도 빼먹지 않았다. 이어 설정액 규모가 작은 편이라 성과를 내기가 좀 더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일반 대형 액티브 펀드들은 코스피200 종목 안에서 제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종목 차별화가 쉽지 않지만 중소형 펀드는 탄력적인 운용이 가능해 종목 발굴만 잘하면 수익률 차별화가 가능합니다.”
그가 보는 종목을 물 위에 떠있는 오리에 빗대어 설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 위에 나와 있는 오리의 외형만 보고 투자하는데 대형주나 대외 변수들이 이에 해당하죠. 하지만 물 밑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오리 다리는 보지 못하잖아요. 저는 물 밑에 있는 종목을 찾아 투자하죠. 일시적으로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뿐 수면 위로 올라오면 이때 차익을 실현합니다.”
이 같은 종목은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서 가려내는 게 좀 더 수월하다고 귀띔했다. “대형주는 시장 참여자들이 모두 들여다보고 있어 단기적인 전망에서만 의견차가 있을 뿐 좋은 종목이 소외되긴 어려워요. 반면 애널리스트가 커버하지 않는 중소형 종목은 무관심 속에서 저평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죠.”
최근 코스닥 시가총액 4위로 부상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GKL만 주목받아 상대적으로 소외를 받았던 종목이었죠. 하지만 실적을 까보니 영업이익 창출 능력이 더 뛰어나다는 점 때문에 시장에서 그 가치를 다시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한편 그는 수년째 제자리걸음만 하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보면 펀더멘털(내재가치) 기반이 되는 종목이 드물다는 것.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성장하는 기업들로 물갈이가 됐을 때 지수가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요즘 지수 흐름을 수급으로 얘기하는데 물론 상승 요건이지만 코스피나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움직이면 지수는 자연스럽게 상승해요. 결국 종목 선택에 달려 있어요.”
반면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은 그가 투자를 기피하는 종목들이다. “경쟁이 치열한 산업인 데다 벌어놓은 이익을 끊임없이 재투자해야 합니다. 주당 가치를 높여야 하는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하기 어려운 기업인 셈이죠.”
이어 가치투자는 적정 시점에 파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액티브 펀드는 편입 종목의 비중을 축소하지만 최 이사는 저평가 종목이 적정 가치에 도달하면 가차 없이 팔아 치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에스엠, 파라다이스는 이제 그의 포트폴리오에 없다고 설명했다.
글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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