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금리+알파(α)’의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ELS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상반기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각광을 받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 은퇴 자금 수억 원 가운데 상당액을 해외 펀드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K(65) 씨. 거래하던 은행 프라이빗뱅킹(PB) 센터의 권유로 2009년 말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를 시작한 뒤부터는 다른 금융투자 상품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그는 49명 이하의 사람들로 계를 구성해 ELS에 투자하는 사모ELS 투자를 통해 지난 2년여 동안 연 평균 10%대의 수익을 올려왔다.

K 씨는 “사모 ELS는 PB센터에서 수익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면, 곧바로 다음 상품을 준비해주기 때문에 중간에 투자를 쉬는 기간이 거의 없어서 좋다”며 “원금에 수익을 더해 곧바로 재투자해 복리효과를 노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은행금리+알파’의 수익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ELS는 유로존 위기로 상반기 시장이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면서 각광을 받았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올 상반기 최대 이슈가 됐던 상품을 하나만 꼽으라면, 이구동성으로 ELS를 선택할 정도다.지난 6월 ELS의 발행 규모는 3조4413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3270억 원이 감소해 투자 열기가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반기 전체적으로는 25조9469억 원이 발행돼 2010년 전체 발행규모를 이미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상반기 ELS 발행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하반기의 움직임도 미리 예측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손실 발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구조의 신상품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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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발행규모 40조 원 넘을 듯

올 상반기에 ELS가 대규모로 발행될 수 있었던 데에는 증시 조정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연초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한동안 이어진 상승세가 일단락된 뒤 지난 5월부터는 유로존 위기 등이 부각되면서 증시가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이 같은 시장 상황의 변화로 높은 수익률을 노린 주식형 펀드 투자보다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는 ELS가 투자자들에게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4조3104억 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이중호 동양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상당 규모는 ELS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올 상반기 ELS의 총 발행규모는 25조9469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외환위기 이후였던 2009년 4조978억 원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로 나가면 올해 ELS 발행규모가 총 4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ELS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하반기 발행규모가 상반기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상반기의 발행 추세를 감안할 때 상·하반기를 합쳐 발행금액 40조 원, 발행건수 1만5000건은 넘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구조의 ELS 상품 잇따라

상반기 ELS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상품들이 새롭게 투자자들에게 소개됐다는 점이다. 기초자산이 3개인 ELS의 발행이 늘어난 게 대표적인 사례다.

ELS는 지수나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해 기초자산이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면 사전에 약속한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로 설계된다. 기초자산 2개의 조합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게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초자산이 3개인 ELS의 발행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초자산을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늘어나 투자자들에게 수익 실현의 기회를 그만큼 더 많이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동양증권에 따르면 기초자산 3개짜리 ELS의 발행 비중은 올 초부터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 6월에는 16%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하반기 1458억 원이 발행됐던 이 상품은 올 상반기에는 발행규모가 1조3806억 원으로 늘어났다.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개별종목이나 지수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도 특징이다. 지난해 하반기 74개 종목이 기초자산으로 활용됐는데, 올 상반기에는 82개로 증가했다. ELS 투자에 대한 학습효과가 커지면서 녹인(knock in·손실 확정) 구간을 터치했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발행이 역으로 크게 증가하는 특징도 나타났다.

발행규모가 작년 하반기 819억 원에서 올 상반기 4261억 원으로 증가한 에쓰오일과, 같은 기간 1255억 원에서 4554억 원으로 늘어난 OCI가 대표적이다.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지수 ELS에 비해 손실을 볼 위험성이 더 큰 것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에쓰오일, OCI와 같이 과거 녹인 구간을 터치했던 적이 있는 종목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지 않아 신규 가입 시 오히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종목 ELS에 투자하기를 꺼렸던 투자자들이 이 같은 효과를 노려 최근에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기초자산으로 활용되는 해외 지수도 다양해졌다. 2011년 하반기에 5개 해외 지수가 사용됐지만 2012년 상반기에는 10개 지수가 사용됐다.
지난해 하반기 총 발행규모의 45%를 차지했던 공모 ELS의 비중은 올 상반기에 40%로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총 발행규모의 45%를 차지했던 공모 ELS의 비중은 올 상반기에 40%로 감소했다.
ELS 투자에서 소외되는 ‘개미’들

ELS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한 게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효과만 주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ELS가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종목형 ELS의 경우 증시 조정으로 녹인 구간에 진입하면, 해당 종목을 매도해야 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증시가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조정을 받으면 큰 문제가 없지만,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라든가, 지난해 8월 변동성 장세 때처럼 급전직하하게 될 경우 녹인 구간에 접어든 종목형 ELS가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 시장 불안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공모 시장의 성장이 더뎌 다른 금융투자 상품에 비해 개미투자자들이 소외를 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LS의 경우 다른 금융투자 상품과 달리 몇 가지 기초자산의 조합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구조의 상품을 재빨리 생산하는 시스템이 사모 시장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정착됐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개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구조의 ELS 상품에 투자할 기회를 부자들보다 덜 제공받아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하반기 총 발행규모의 45%를 차지했던 공모 ELS의 비중은 올 상반기에 40%로 감소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LS의 경우 소액 투자자들이 고액자산가들에 비해 불완전 판매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더 높고 상대적으로 단순한 구조의 상품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단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장이 커지면서 소액 투자자들의 니즈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회사들이 지금보다 다양한 공모 ELS 상품을 선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