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우오

갓 오픈한 새로운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는 것은 미식가들에겐 즐거운 일상이다.
가뜩이나 입맛이 달아나는 계절. 꼭꼭 숨겨둔 자기만의 맛집을 공개하지 않는 깍쟁이 지인이 있다면, 나만의 새로운 맛집을 개발하는 편이 낫다. 최고의 일식집이 모여 있다는 서울 도산공원 근처에 과감하게 개업, 정면 승부에 나선 일식집 ‘우오’를 찾았다.
[Gourmet Report] 달아난 입맛 ‘꽉’ 붙들어줄 스시, “오이시!”
도산대로 일대는 강남에서 내로라하는 일식당이 즐비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일식당 사이에 최근 새롭게 간판을 내건 정통 일식 레스토랑이 있으니 ‘우오’다. ‘우오(うお)’는 일본어로 ‘물고기(魚)’를 뜻하는 말로, 주방을 진두지휘하는 수장은 일본 도쿄 긴자의 유명 스시집인 ‘큐베이’ 출신의 다카하시 토루 씨. 일본, 미국 시카고를 거쳐 다시 일본, 한국으로 옮기며 34여 년간 일본 정통 스시의 진수를 보여 왔던 그가 주방에서 기자를 반기며 나왔다.
[Gourmet Report] 달아난 입맛 ‘꽉’ 붙들어줄 스시, “오이시!”
모던함과 자연의 느낌이 조화로운 공간

6개의 룸이 있다지만 우오의 실내는 답답하지 않다. 그 이유는 일본 료칸을 벤치마킹해 마련한 룸의 한쪽이 전면 유리창으로 탁 트인 테라스를 향하고 있어 테라스와 하늘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기 때문. 또 다른 비결은 스시다이(台)인데, 신발을 벗고 올라서서 앉게 돼 있어 편안하고 환하다.

분주하게 오가는 셰프들 뒤로 보이는 기다란 가로형 배너 같은 작품은 일본 전통 종이인 ‘와시(和紙)’로 만든 일본 작가의 작품. 정갈하고 순수한 스시집의 느낌에 안성맞춤이다. 스시다이에 앉았다가 잠시 나갈 일이 있으면 앉았던 의자 뒤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등판 뒤쪽의 대형 삼각 리본이 마치 기모노를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연상시키는데, 이 역시 레스토랑 오픈 전에 열심히 발품을 팔며 일본 현지의 느낌을 벤치마킹한 결과란다.
[Gourmet Report] 달아난 입맛 ‘꽉’ 붙들어줄 스시, “오이시!”
천장이 높아 탁 트인 우오의 실내.
천장이 높아 탁 트인 우오의 실내.
점심과 저녁 시간 사이. 아무도 없어 휑한 스시다이에 앉자 다카하시 씨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사시미 칼을 잡았다.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일단 먹어본 뒤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스시를 골라 달라는 주문에 기자도 은근히 긴장되는 순간. 그는 같은 생선살로 만든 세 가지 스시를 기자의 접시 위에 올려놓는다. 특이한 점은 스시 찍어먹을 간장을 따로 주지 않는다는 것.

생선 살 위에 손끝으로 간장을 묻혀내는 것이 일본 정통식이라는데, 몇 초 지나지 않아 ‘간이 다소 심심하지 않을까’ 혹은 ‘너무 짜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완전한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 기자가 두 번째로 맛본 스시가 최고라며 손가락을 치켜 올리자 다카하시 씨는 “예상했던 결과”라며 껄껄 웃었다. 일본 사람들보다 밥의 양이 조금 많아야 한국 사람들은 “오이시(맛있다)”라고 얘기한다고.
일본, 미국, 한국을 무대로 34여 년간 손맛을 자랑해 온 우오 주방장 다카하시 토루 씨. 남녀에 따라, 체구에 따라, 반주의 유무에 따라 생선 살의 두께와 밥의 비율을 순간에 조절하는 노하우가 일품이다.
일본, 미국, 한국을 무대로 34여 년간 손맛을 자랑해 온 우오 주방장 다카하시 토루 씨. 남녀에 따라, 체구에 따라, 반주의 유무에 따라 생선 살의 두께와 밥의 비율을 순간에 조절하는 노하우가 일품이다.
‘맡기고’ 즐기면 즐거움이 두 배

간단한 스시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인 맛 탐험에 돌입했다. 단품 요리가 없는 우오는 코스 요리를 지향한다. 스시 코스와 사시미 코스 등 일반적인 코스와 함께 일본 정통식인 오마카세(그날 가장 좋은 해산물로 만드는 주방장 특선 스시 메뉴)와 가이세키(懷石) 코스가 마련돼 있는데, 이 두 가지의 공통점은 주방장의 결정과 손맛에 오롯이 미각을 맡겨야 한다는 것.

‘오마카세’의 역사는 일본 메이지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오늘날에는 셰프에게 메뉴를 맡기는 코스 요리라고 이해하면 쉽겠다. 젓가락을 든 손님이 할 일은 전채부터 후식까지 주방장이 서브하는 요리를 즐기는 것이 전부다. 일본에서는 조리장을 따라 식당을 옮겨 다니는 오마카세 마니아들도 많다는데, 우오를 방문한다면 다카하시 씨의 손맛을 눈여겨볼 일이다.
오마카세 점심 코스인 ‘카가’를 한 상에 차렸다. 일본 료칸 방을 연상시키는 룸에서 즐기는 오마카세는 미각은 물론 시각까지 즐겁게 한다.
오마카세 점심 코스인 ‘카가’를 한 상에 차렸다. 일본 료칸 방을 연상시키는 룸에서 즐기는 오마카세는 미각은 물론 시각까지 즐겁게 한다.

점심 오마카세인 ‘카가’ 코스를 주문해 봤다. 전채인 사키츠케에 이어 자왕무시(계란찜), 스시, 야키모노(구이), 스노모노(초절임), 스시와 마키, 아카다시완(장국)이 순서대로 나온다. 화려한 색감의 식기에 아기자기한 프레젠테이션이 ‘보는 맛’까지 배가시킨다.

과거에는 천황이나 고위층만이 즐길 수 있었다는 가이세키 역시 화려한 ‘장식 요리’의 명성에 부응하기에 충분하다. 계절 재료를 적극 활용하는 다카하시 씨의 가이세키는 일본 교토 지방의 정통 스타일을 따르고 있다. 반주 한 잔이 생각난다면 드라이한 ‘오토코야마’ 사케를 추천한다. 여름 저녁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과 회포를 풀 예정이라면 하늘 아래 탁 트인 테라스 테이블을 예약하면 센스 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가능성 100%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50-9 파크뷰빌딩 1층

영업시간 점심 오전 11시 30분~오후 3시, 저녁 6시~밤 10시

가격
점심 - 스시 코스 4만·6만 원, 사시미 코스 6만 원, 오마카세 8만 원, 가이세키 8만 원
저녁 - 스시 코스 12만 원, 사시미 코스 14만 원, 오마카세 18만 원, 가이세키 12만·16만 원.
사케(720ml) 10만~65만 원 선. 샴페인, 와인, 위스키, 일본 맥주 등 구비

기타 발레파킹(2000원)

문의 02-518-4224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