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유럽 출장 때의 기억입니다. 파리 행 비행기 안에서 옆 좌석에 앉은 영국의 노신사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한국의 기자라고 저를 소개했더니 그는 자신도 전직 기자라며 대뜸 “기자 생활을 끝낸 후에는 무슨 일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아직 은퇴 후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하자 그는 “은퇴 후에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를 젊었을 때부터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자신의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홍콩 특파원 시절 취미 겸 노후 대책으로 중국 도자기 문화를 공부했고 그 지식이 밑천이 돼 퇴직 후에 강연도 하고 책도 쓰며 지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그 기자 선배(?)의 조언이 새록새록 새롭게 귓전을 울립니다. ‘은퇴 준비’가 저 자신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됐기 때문이죠. 지금 생각해 보면 그가 들려준 은퇴 준비의 핵심은 “은퇴 후에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 전 열린 머니 창간 7주년 기념 은퇴설계세미나에서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도 비슷한 내용의 강연을 했습니다. 강 부회장은 “인생에는 세 번의 은퇴가 있다”고 했습니다. 직장에서의 은퇴, 일에서의 은퇴, 삶에서의 은퇴가 그것입니다. 강 부회장은 특히 직장에서의 은퇴 후가 중요하다며 기력이 있을 때까지는 무엇이든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앞서의 영국 노신사나 강 부회장이 전하는 메시지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방점은 ‘즐긴다’에 찍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지 ‘돈벌이’때문에 은퇴 후까지 일을 해야 한다면 오히려 서글픈 일이겠죠. 노후를 즐겁게 보낼 일거리를 찾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스스로가 찾아내는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머니 독자 여러분도 자신만의 ‘노인을 위한 나라’를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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