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만여 명에 이르는 베이비부머들은 자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이들의 은퇴가 자산 시장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지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금융 시장에 미칠 영향과 은퇴기 관심을 가져볼 만한 금융 상품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폈다.


인구구조는 금융 시장 변화의 뿌리이자 그 시작이다. 사람은 살면서 돈을 버는 저축과 투자 활동, 그리고 돈을 쓰는 소비 활동을 한다. 이런 투자와 저축, 그리고 소비 행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바로 나이다. 가령 20대와 40대는 재무 목표도 다르고, 축적한 자산도 다르다. 고령화 추세도 중요하다. 고령화는 자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퇴직은 안정적인 수입과의 단절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안이 필요해지고, 고령층이 선호하는 투자처가 자연스레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는다.
[베이비부머 보고서] 베이비부머 은퇴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
한국 금융 자산 최대주주들의 은퇴

인구구조가 만들어 놓는 금융 시장의 풍경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한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어느 연령대가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다. 많은 숫자의 연령대가 존재하고, 그들이 자산을 많이 소유하고 있으면, 당연히 자산 시장에서 그들의 힘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여기에 해당한다. 어느 나라든지 전쟁이나 자연재해, 그리고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 출산율은 감소한다. 사람들이 미래의 삶을 불확실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삶이 어렵더라도 미래에는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있고, 실제 소득이 늘고,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면, 출산율은 높아진다. 한국전쟁 이후에 대량 출산 시대가 개막된 배경이다.

통상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 2차를 포함해 1955년생부터 1974년생까지를 의미한다. 이들은 약 1600만 명으로 남한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금융 시장과 관련해서 이들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략 40~50대 사람들이 노후에 대비해서 본격적인 금융 자산을 축적할 때 ‘인구와 금융의 결합’ 현상이 나타난다.

먼저 금융 자산의 절대량의 증가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가계 금융 자산은 1975년 6조 원에 불과했다. 이후 꾸준히 증가해 1000조 원에 도달하는 데 약 25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때가 2000년대 초반이다. 이 후 7~8년 만에 비약적으로 증가해 2000조 원을 돌파했다. 한국 금융 시장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가계 금융 자산이 급증한 시기는 없었다. 게다가 이 시기는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던 시기다.

금융 자산의 절대적 크기 증가의 배경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다. 2000년대 초 우리나라는 처음으로 취업 노동 시장에서 40대가 1위로 올라섰고,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은 50대가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40~50대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들이 고령화되면서 인구와 금융의 결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평균 퇴직 연령을 55세로 본다면, 이미 베이비붐 초기 세대인 1955년생부터 은퇴선을 건너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한국 사회는 앞으로 20여 년에 걸쳐 남한 인구의 3분의 1이 은퇴에 직면하게 된다.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노후에 대비해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축적하고자 하는 연령대가 가장 많은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고령 인구의 증가가 금리에 끼치는 영향

고령화 추세도 금융 자산의 증가를 이끄는 주요한 동인이다. 수명의 연장은 가계의 비경제활동 기간의 연장을 의미한다. 퇴직한 후에도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래에 대한 저축과 투자에 대한 욕구가 증대할 수밖에 없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45세 전후로 정점을 이룬다. 그 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금융자산, 특히 그중에서 투자 자산에 대한 비중이 계속 늘어난다. 여기서 말하는 투자 자산의 증가는 단순히 개인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중장년층의 증가로 금융 자산의 축적이 이뤄지면, 이는 기관투자가의 성장을 만들어낸다. 국민연금과 같은 각종 연기금의 규모도 커지는데, 단순히 이들이 채권과 같은 안정자산에만 투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헤지가 가능한 투자처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자 자산의 증가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변수는 금리 문제다. 금리는 인플레와 경제성장률, 그리고 정부 정책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인구구조도 금리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인구구조 측면에서 바라보면 고령 인구의 증가는 금리를 낮추는 힘으로 작용한다. 40~50대 인구는 투자 자산에 대한 높은 선호도를 보이지만 정작 은퇴 시점에 진입하게 되면,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원하게 된다.

개인뿐만 아니라 각종 연기금도 대대적인 연금 지급을 해야 할 때가 되면, 주식 자산보다는 안정적인 채권 자산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사회에서 60대 이상이 주류를 차지하기 시작하면서도 채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이는 역으로 채권 금리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베이비부머 보고서] 베이비부머 은퇴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
또한 고령 인구의 증가는 거시적 측면에선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그에 맞춰 금리도 떨어져야 한다. 현재 중국과 같은 고성장 국가들은 인플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우리나라도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늘 인플레를 염려했다. 하지만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 성장률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투자자들 입장에서 낮은 금리 속에서도 적정 수익률을 올리면서 인플레 위험에 대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은퇴자들에게는 현금흐름형 자산이 적합

지금까지는 인구구조가 금융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주로 점검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인구구조의 도전에 따라 어떤 대응 전략을 짜야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큰 틀에서 자산 운용 방식의 트렌드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 자산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톡(stock)이고, 다른 하나는 현금흐름(cash flow)이다. 스톡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고, 현금흐름은 꾸준한 현금 유입을 목표로 한다. 통상 노동력을 제공한 대가로 월급 형태의 현금흐름이 있을 때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스톡 중심의 자산 운용을 한다. 월급이란 현금흐름으로 생활비를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퇴직은 기존의 현금흐름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새로운 현금흐름이 필요하다. 자산 운용도 새로운 현금흐름을 창출하기 위한 방식으로 자연스런 전환이 일어난다.

최근 월지급식 상품과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과 같은 현금흐름형 자산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월지급식 펀드, 즉시연금보험, 월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 월지급식 선박펀드, 월지급식 브라질 채권 등이 대표적인 현금흐름형 금융 상품들이다. 이런 상품들 중엔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가 하면, 월지급식 ELS나 선박펀드처럼 일정 기간만 모집해서 운용하는 상품도 있다.

연금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금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개인연금도 상당기간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이미 금융기관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은퇴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은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40~50대의 최대 관심사는 노후 준비다. 연금 상품에 대한 니즈가 가장 높은 연령대도 이들이다.

월지급식 상품 시장과 연금 시장의 확대가 의미하는 바는 자산 운용에서 투자와 인출을 동시에 하는 시장으로 점차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투자나 저축을 통해 돈을 버는 데에 초점을 두었다면, 앞으로는 어느 정도 모은 돈을 운용하면서 인출도 하는 방식의 자산 운용으로 초점이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부머 보고서] 베이비부머 은퇴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
[베이비부머 보고서] 베이비부머 은퇴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도 요구된다.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은 이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의 주식과 부동산에도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연금 규모가 커질수록 국내에만 투자를 해서는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인들도 마찬가지다. 고령화는 자칫하면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 자신의 자산 중 일정 부분을 해외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가급적 인구가 많고 소득이 늘어나며 젊은 층이 많은 곳이 유리하다. 해외 투자를 할 때 국가 단위로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머징마켓의 경우 변동성이 높아 투자자들 입장에선 잘못하면 손실을 크게 볼 수도 있다. 이런 리스크를 피하는 방법은 국가보다는 이머징마켓의 성장으로부터 수혜를 보는 기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통상 국가 경제가 발전하면 도시화가 진척된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모이고, 이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내수시장이 확대된다. 도시화가 이뤄지고 중산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수혜를 입는 기업들이 등장한다. 그 기업의 국적이 해당 국가의 기업일 수도 있고, 다국적기업일 수도 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보면, 유럽이나 미국 혹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면서 돈을 신흥 시장의 성장에서 버는 기업들이 후자에 해당된다.

애플이나 화장품회사 에스티 로더, 유럽의 명품 업체, KFC나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최근 이머징마켓의 내수시장 성장을 통해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 기업들이다. 국민소득이 1만5000달러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내수시장은 급속히 성장하는 게 역사적 경험이었다는 점을 볼 때, 신흥 시장에서 이익을 새롭게 창출하고 있는 기업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직접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은 글로벌 소비재 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가 금융 시장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독립변수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가 말해주는 사실은 인구구조와 금융 시장은 밀접하게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고령화 과정이 진척되면서 새롭게 변화해 나갈 금융 시장의 모습을 이해하는 것은 투자 성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등장할 것이다.

이상건 상무 sg.lee@miraeasset.com





수명의 연장은 가계의 비경제활동 기간의 연장을 의미한다. 퇴직한 후에도 적게는 20년, 많게는 40년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미래에 대한 저축과

투자에 대한 욕구가 증대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