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에 베리 악사손해보험 사장
악사손해보험이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인수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 1위 자리를 탈환했다.지난해 한국으로 새로 부임한 자비에 베리(Xavier Veyry) 악사손해보험 사장을 만나 인수 배경과 경영철학을 들었다.
자비에 베리 악사(AXA)손해보험 사장은 지난해 9월 한국에 부임했다. 올해 38세인 베리 사장은 프랑스 보험그룹인 악사의 중동과 유럽 지역에서 경력을 쌓은 ‘루키’ 최고경영자(CEO)다. 스페인, 포르투갈에서의 일을 마무리 짓고 들어와 본격적으로 한국 업무를 시작한 지는 8개월째. 한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일하는 것이 처음이기에 낯선 곳에서의 적응에 한창일 그에게 대뜸 “한국에서 직접 운전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매일 직접 운전해서 출퇴근을 합니다. 한국 도로 환경은 전반적으로 굉장히 좋은 편이죠. 고속도로도 잘 갖춰져 있고요. 다만 운전자들의 인내심이 비교적 부족하고, 교통 정체가 심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의 운전보다 힘들다고 느낄 정도는 아닙니다.”
외국계 자동차보험회사의 사장이 보는 한국 교통 환경은 어떨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한국의 운전 여건은 기본적으로 매우 훌륭하지만, 주목할 점은 한국의 사고율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한국 보험회사가 추정하는 사고율은 최고 30% 정도인데 이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입니다. 일본의 3배, 프랑스의 2배 정도죠. 사고율이 높다는 면에서 보험사나 정부가 도로 안전 캠페인을 통해 사고율을 낮추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느낍니다.”
“2015년 자보 다이렉트 채널 비중 30%로 오를 것”
현재 한국 자동차보험 시장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한국 자동차보험 시장은 경쟁이 굉장히 치열합니다. 한국의 모든 보험사가 자동차보험 시장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한국 소비자들은 자동차보험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 수준이 높더군요.”
한국 자동차보험 시장의 향후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자동차보험 시장은 그동안 빠르고 꾸준하게 성장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이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연 2%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판단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차량 수의 증가입니다. 둘째는 현재 보험료가 인하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보험료 조정이 자동차보험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전체 자동차보험료 수입은 13조 원이고 이 중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은 25% 정도인데, 이 부문의 성장이 가속화돼 2015년이면 30%로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는 말했다시피 한국 사람이 자동차보험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선택도 잘하고, 새로운 기술과 채널에 민감해 수용력이 커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한국인의 특성이 우리 같은 다이렉트 보험사에게는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최근 다이렉트 보험사인 에르고다음을 인수한 것도 악사의 다이렉트 채널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이번 인수는 악사가 생각하는 한국 시장과 다이렉트 채널에 대한 중요성 인식을 대변합니다. 악사그룹은 한국을 장기적으로 투자할 만한 굉장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습니다. 규모나 미래를 위해서 악사의 입지를 강화해야 하는 시장이라는 증표입니다. 또한 악사는 한국 다이렉트 보험 시장이 발전 가능성 높은 시장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한국 다이렉트 보험 시장의 발전 속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한다면 영국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영국은 자동차 신규 보험 10개 중 7개가 다이렉트 채널로 체결됩니다. 한국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비슷한 수치가 될 거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에르고다음 인수는 한국 시장에 대한 악사의 헌신이자 다이렉트 보험 시장 발전에 대한 믿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악사에서 다이렉트 채널의 비중이 얼마나 됩니까.
“악사그룹 전체 자동차보험 매출의 20%가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서 나옵니다. 이미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다른 전통 채널로도 자동차보험을 하고 있지만 다이렉트 채널이 악사의 자동차보험 사업에서는 1위 채널입니다. 악사그룹 전체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고객은 500만 명입니다. 악사그룹에 있어 다이렉트 사업은 핵심 사업입니다. 다이렉트 보험회사를 따로 묶어 사업을 전담하는 ‘악사글로벌다이렉트’라는 조직을 만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다이렉트사의 전략, 사업 모델, 조직, 철학, 시장입지 조사 등 모든 것을 기획하고 수립하는데, 악사글로벌다이렉트의 수입만 약 25억 유로(약 4조 원)입니다.”
에르고다음 인수가 악사와 한국 자동차보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합니까.
“우선 악사는 50만 명이라는 고객과 에르고다음 전문가들의 지식과 역량을 흡수했습니다. 이번 인수로 악사가 한국에서 가장 큰 다이렉트 보험회사가 됩니다. 악사의 국내 다이렉트 보험 시장점유율은 22%가 됩니다.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는 6%로 늘어나면서 시장점유율 구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고객 수가 150만 명으로 커지면 악사가 한국에서 펼치려 하는 전략을 자동차보험뿐 아니라 비자동차보험 분야에서도 실행시킬 기회가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따라서 이번 인수가 악사에게는 성장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신상품 개발이나 서비스 강화, 혁신 과제를 론칭하고 잠재력을 펼치는 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험은 약속, 보험사는 약속을 증명해야”
지금 생각 중인 혁신 과제나 신상품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고객이 알기 쉽게 굉장히 간단한 보험료 산출 프로세스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국 시장에서 여러 방식으로 혁신을 선보일 것입니다. 그러나 혁신을 위한 혁신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의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하죠. 악사는 그동안 많은 혁신적인 아이템을 내놨습니다. 지난 12월 최초로 마일리지 보험을 출시했고 올 3월에는 3년 무상 정비 서비스를 도입한 데 이어 스마트 IVR라는 고객과의 상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사실 악사손해보험은 교보자동차보험 시절부터 자동차보험 시장의 이노베이터였습니다. 가장 처음 다이렉트보험을 도입했고, 1 대 1 보상상담제도도 최초 도입했죠. 우리 회사에 혁신의 유전자가 흐른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혁신은 우리 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고 이 과제를 펼치는 것이 우리 회사의 책임이자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에 있어서 키워드가 있다면.
“1번은 투명성입니다. 고객에게 투명해야 하고, 직원에게 투명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진행하는 것이 제가 무척 중요시 하는 점입니다. 둘째 키워드는 우수성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전 조직과 모든 분야의 부서에서 우수성은 중요한 핵심 가치입니다. 모든 면에서 우수성을 갈망하고 어제보다 오늘 나아지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는 직원의 역량 강화입니다. 직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면 각자의 위치에서 회사에 혁신적이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악사손해보험에 부족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특별히 부족한 부분은 없다고 봅니다. 직원들은 헌신적이고 재능이 있습니다. 굳이 원하는 게 있다면 집중력입니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둘째는 항상 고객을 생각하며 일을 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 보험은 약속입니다. 우리는 약속을 파는 회사인 거죠. 보험사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극도로 탁월해야 합니다. 우리의 기본적인 일은 약속을 지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증명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악사그룹에서 내걸었던 모토 중 하나가 ‘약속의 땅으로부터 증명의 땅으로 간다’였습니다. 약속하면 악사는 반드시 지킨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신뢰 가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합니다.”
‘보험이 약속하면 악사는 증명합니다’라는 TV 광고가 생각납니다. 전임 사장인 기 마르시아 회장이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었는데, 혹시 마르시아 회장처럼 광고에 출연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훌륭한 오리지널은 오리지널 그대로 놔둬야죠.(웃음)”
경력을 보면 중동과 유럽에서 주로 재직하셨는데 한국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경영 원칙이 있습니까.
“경영에는 경영인의 마음, 성격, 정체성이 담깁니다. 어떤 문화권에서든 우선 경영자는 자신을 잃지 않고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디에서나 경영자가 공통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자신과 조직에 대한 엄격함입니다. 어떤 시장 환경에서든 고객에게 관심을 둬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채찍질하고 조직을 채찍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나의 스타일을 수용하는 정도는 지역마다 다르죠. 그 나라의 문화와 차이점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거기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일하는데 다른 지역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한국에서는 사람들과 더 친밀하고 밀착된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한국인은 열정적이고 감성적입니다. 비교적 냉정하지는 않죠. 어떤 팀에서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감정에 호소해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영진과 직원 사이에 먼저 친밀함을 쌓고, 친밀함을 통해 신뢰감을 형성해야 한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나이도 젊고, 비교적 승진이 빠른데, 비결이 무엇입니까.
“특별한 비결은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세 가지 요소가 있었다고 봅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 언제나 자문(自問)하고 스스로를 다그쳐왔다는 것. 끝으로 운이 좋았다는 점.”
직원들 얘기로는 수준급 피아니스트라고 하던데요.
“어렸을 때 시작해서 33년 가까이 피아노를 쳤습니다. 일로부터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고 기분 전환할 때 피아노를 칩니다. 내겐 가장 오래된 취미이자 주된 취미라고 할 수 있죠.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가장 열정을 쏟는 일이 될 것입니다. 얼마 전 회사 행사 때 직원들 앞에서 연주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생의 모토가 있다면.
“‘나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자’입니다. 지금은 나름 그 좌우명에 걸맞게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회사 차원에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주 간단합니다. ‘수익성 있는 성장’. 성장과 이익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혁신과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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