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 생각 속의 집 대표
평균 기대수명 100세의 노령화 사회. 안정된 노후 생활은 우리 사회 누구나가 떠안고 있는 명쾌한 답변 없는 숙제다. 10년 전 국내 최초로 럭셔리 디자인 펜션인 ‘생각 속의 집’ 창업주 김영관 대표는 안정된 노후 생활과 전원에서의 편안한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행운아다. 10년간 펜션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는 지금 체인사업을 구상 중이다. “건설회사에 30년을 다녔는데, 은퇴하고 나면 다른 사람하고 똑같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인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겠더라고요. 퇴직 후에 저희 부부가 살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땅을 보러 다니다가 집사람 반대에 부딪혀 고심 끝에 펜션으로 방향을 틀었던 것이 생각보다 잘 됐어요. 8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400여 개에 불과하던 펜션이 지금은 1만2000개에 달하게 됐죠.”경기도 양평군 단월면 부안리 32번지. 평일 오전에 찾은 ‘생각 속의 집’ 주차장은 체크아웃을 준비하는 고객들로 붐볐다. 월드스타 비가 기르다가 덩치가 너무 커지는 바람에 주인을 떠나 이곳으로 입양된 골든리트리버가 활기차게 꼬리를 치며 손님을 맞았다. 숲속에서 부는 바람에 코끝이 시원해질 무렵 펜션 내 레스토랑 사포레에서 차를 마시던 생각 속의 집 펜션 집주인 김영관 대표가 레스토랑 통유리창으로 기자를 보고 뛰어 나왔다.
30년 건설회사 경력이 든든한 밑거름
김 대표가 생각 속의 집을 운영한 지는 올해로 10여 년. 올해 예순의 정점을 찍었다고 하니 오십이 되던 해에 도전한 창업이자 세컨드 라이프를 위한 설계였다.
“두산건설에서 30년을 꼬박 일했으니 한 회사에서 청춘을 받친 셈이지요.(웃음) 은퇴 후에 복잡한 서울을 떠나 전원주택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에 정년보다 조금 일찍 회사를 정리하려고 했죠. 그런데 회사가 몇 년을 더 붙잡고 놓아주질 않더라고요. 하하하. 아내와 둘이 살 전원주택을 지으려고 돌아다니다가 이곳 양평에 땅부터 구입하고 건축가한테 설계를 의뢰했지요. 잠실 올림픽공원, 양수리 조정경기장 등 굵직한 공사 현장감독을 일찍부터 한 덕에 시공에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죠. 그런데 아내가 서울 떠나는 걸 반대하고 나서는 겁니다. 그러면 살 집도 마련하고 비즈니스도 하면 어떻겠냐며 아내를 설득해 펜션으로 방향을 틀었죠.”
애초에 전원주택을 콘셉트로 시작했던 설계는 일단 중지. 김 대표는 부지를 이해하고 그가 지향하는 럭셔리 디자인 펜션의 청사진을 도면으로 풀어줄 건축가를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난 건축가가 민규암 씨다. 하지만 두 사람이 처음부터 손발이 잘 맞았던 것은 아니다. 펜션의 태생이 숙박 공간임을 감안할 때 건물의 미학적인 측면과 주거 공간으로서의 실용성을 접목시키는 것은 예상보다 쉽진 않았다. 하지만 건축가와 시공자 양자는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갔고, 1992년 12월 김 대표가 실제로 주거하는 한 채를 포함해 총 4채를 갖춘 한국 최초의 럭셔리 디자인 펜션이 탄생했다.
몰려드는 고객을 감당하기 힘들어 1998년 3채를 증축해(6611.5㎡ 규모)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는데, 생각 속의 집이 바꿔놓은 것은 예상보다 많다. 호텔에 버금가는 시설로 펜션 숙박 문화를 고급화시켰고,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펜션은 부동산으로의 가치를 더해 10여 년 전 3.3㎡에 2만 원대의 땅값을 현재 60만 원대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애초에 살 집을 생각하고 매입했던 부지라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강변이 아닌 숲속에 둘러싸인 평범했던 땅의 가치가 상승한 것은 물론 생각 속의 집 펜션의 건물 가치도 현재 10년 전과 비교해 오히려 상승했다. 초기 자본금 4억 원이 10년간 얼마로 불려졌을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민규암 씨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옥외 계단을 풀기 위해 앙코르와트 사원까지 영감을 얻으러 다녀올 정도로 열정을 보였습니다. 각 유니트의 방향 설정, 출입문, 실내 공간 구성과 가구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쓴 결과 고객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던 것 같습니다. 오픈하고 6년간은 주말의 경우 6개월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회전율이 높았어요. 물론 평일도 빈 방은 없었지요.”
6채의 객실은 대부분 복층구조. 방 안에 들어서면 히노키탕과 함께 김 대표가 운영하는 가구회사에서 직접 제작한 가구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테라스에 마련된 독립된 바비큐 공간은 특히 고객들에게 찬사를 들었던 부분이다. 일반 펜션의 공동 바비큐 공간에 비해 가족끼리, 연인끼리 오롯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안 요리학교인 ICIF 서울분교와 협력체제로 운영되는 레스토랑 사포레는 가족 단위 고객은 물론 단체로 찾는 기업 고객을 위한 케이터링 장소로도 호응이 높다. “펜션 운영 노하우, 체인사업으로 전수하고 싶다”
운영 2년째부터 사이트를 운영하며 회원 가입을 받아 축적한 회원 수는 3만9000여 명. 이 가운데 서울 고객이 70%를 차지한다. 49.6~82.6㎡ 사이 객실 하나에 평균가 23만 원이면 가격만 봐서는 호텔급인 셈. 펜션, 호텔(또는 모텔), 콘도 등으로 나뉘는 숙박 시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틈새상품’의 대박 홍보 전략이 궁금했다.
“원래부터 뭘 시작하면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타입이에요. 설계부터 시공, 홍보까지 모든 것을 관여했는데, 처음에 사실 홍보가 막막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생각 속의 집 콘셉트에 대한 홍보 자료를 CD 한 장으로 만들어 언론사에 무턱대고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아마 그중 상당부분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했겠죠.(웃음) 그런데 좀 지나니 유명한 인테리어 전문지에서 연락이 왔어요. 그때 운이 좋게도 독특한 건축이라고 해서 8쪽가량 화보로 소개가 됐는데 그 이후로 다른 매체들도 오고 TV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았어요. 처음에 나갔던 드라마가 ‘궁’이라는 작품이었는데 그 덕에 일본 관광객도 많이 유치했죠.”
한 마디로 큰돈 들이지 않은 효과적인 홍보였다. 그렇다고 김 대표가 미디어 노출에만 매달렸던 건 아니다. 여느 사업자처럼 포털 사이트 광고도 해봤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실효를 거두지 못해 방향을 수정했다. 10여 년을 운영하면서 펜션 운영은 물론 펜션의 유니크한 콘셉트 만들기와 홍보에까지 노하우를 축적한 그는 최근 주말마다 전국의 땅을 보러 다니느라 분주하다고 했다. 이미 몇 군데 사이트는 계약도 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지도 여럿 있다고.
“펜션으로 자연스럽게 제2의 인생도 설계했고 자산까지 불렸으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지요.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는데, 지금부터는 제가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다른 분들에게도 전수해 드리고 싶습니다. 그간 이름만 빌려달라고 하는 요청이 많았지만 모두 사양했어요. 주위에 은퇴 후 한창 일을 더할 수 있는 나이에 뭘 해야 할지 막막한 분들이 많은데, 조용한 전원생활도 영위하면서 수익도 올릴 수 있으니 펜션이야말로 노후 설계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땅만 있다고 경험 없이 지었다가는 얼마 못가 문을 닫는 경우도 많습니다. 차별화된 콘셉트로 생각 속의 집을 함께 발전시켜 갈 파트너를 찾고 있어요. 초기 10개 체인까지는 돈 번다는 생각보다 돕는다는 마음으로 지원해드릴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경기도 일대와 강원도 일부 지역에 시세보다 평가 절하된 알짜 부지를 점찍어 뒀다고 귀띔했다. 그중에는 이미 계약을 한 곳도 있다고. 그는 살 집을 포함해 3채 정도면 종업원 한 명과 부부, 3인이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객실 가동율이 60% 정도 유지될 경우 월 1000여 만 원의 매출이 예상되니 노후 생활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현재 물가를 기준으로 3채 규모로 오픈하는 데 드는 예상 비용은 6억~7억 원 선.
“부지 선정에서부터 설계, 시공까지 모든 것을 컨설팅해 드릴 예정입니다. 그저 지난 10년간 제가 운영해 온 생각 속의 집을 보면 판단이 서겠죠. 지방에도 체인이 생기면 고객은 예약만 하면 어디에 있는 생각 속의 집이라도 이용할 수 있으니 선택의 폭도 넓어지겠죠. 생각 속의 집 1호는 민규암 씨가 설계했지만, 체인 펜션에는 콘셉트 리뉴얼 차원에서 MIT 건축 학사와 하버드 디자인스쿨에서 석사를 취득한 실력 있는 디자이너 장수현 씨를 비롯해 건축가 원호성 씨, 실내 인테리어 디자이너 위진석 씨 등이 동참하기로 돼 있어요.”
에너지 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일 수 있는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를 채용하기로 한 체인 펜션 준비로 다음 미팅을 향하는 그가 적어도 향후 10년간은 무료할 짬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 속의 집 김영관 대표가 말하는 ‘잘 되는 펜션’을 위한 체크포인트 5
1. 비슷한 콘셉트의 디자인으로는 안 된다. 유니크한 장점을 부각시켜야 홍보효과를 올릴 수 있다.
2. 광고에만 의존하지 마라. 짜임새 있는 홍보 자료를 만들어 잡지, 방송 관계자에게 적극 어필하면 드라마나 영화, 광고, 뮤직비디오 등에 자연스럽게 노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3. 서울 거주자를 고객으로 생각한다면 서울에서 자가용으로 1~1시간 30분 정도의 거리가 좋다. 2~3시간이 넘어가면 지겨워지고 30~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는 여행 간다는 기분이 안날 수 있다. 주변 고속도로와 국도 상황 체크도 필수다.
4. 좋은 건축가를 찾아야 한다. 사업주와 건축가의 대화를 통해 건축가의 성향을 파악하고 선별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며, 이 과정을 통해 ‘디자인만’ 앞서는 펜션이 아닌 디자인과 실용성이 공존하는 펜션을 기획할 수 있다.
5. 평지보다는 경사진 부지가 좋다. 자연 그대로의 경사를 이용하면 건물의 높낮이를 활용해 재미있는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평지가 편할 것 같지만 오히려 제한된 디자인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글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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