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에는 ‘그리스의 비극’이 경제 용어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리스가 재정 위기로 국가 파산 지경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급기야 그리스가 유로 존에서 퇴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대두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리스의 비극이 그리스 한 나라만의 파산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막대한 충격을 가할 것이고 이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그리스의 비극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단언할 수 없습니다. 6월에 있을 총선에서 새로 구성되는 그리스 정부가 긴축 재정을 수용하면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미국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75%”라고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파국을 면할 가능성이 25%에 불과한 셈입니다.
이와 관련, 5월 초 필리핀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에 다녀온 한 금융계 인사는 “외국의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적어도 내후년까지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질 것 같다’는 전망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외국 금융사들은 벌써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들어가는 움직임”이라며 “국내 기업과 금융사들도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선제적 대응은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가계나 개인사업자들도 역시 장기 불황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부채는 최소화하면서 유동성을 확보해 두고, 위험성이 큰 투자나 신규 사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됩니다.
여담으로 희망 섞인 얘기를 덧붙이자면 그리스는 비극의 탄생지이기도 하지만 희극의 탄생지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의 비극이 주로 운명의 힘에 희생되는 영웅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희극은 위정자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주류를 이룬다고 합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그리스의 비극’도 그저 한바탕 소동쯤으로 마무리되는 희극으로 반전됐으면 하는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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