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선진국의 물가는 연평균 2% 이하로 1950년대 이후 가장 낮다. 개도국의 물가도 1960년대 이래 최저 수준이다. 낮은 물가는 바람직한 측면이 많으나 요즘처럼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2% 이하의 물가는 디플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디플레를 타개하기 위한 여러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중 인플레이션 타깃팅 제도가 급부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타깃팅’이란 중앙은행이 전통적 목표인 물가를 관리하기 위해 설정한 억제선, 엄격히 따진다면 상한선을 말한다. 피셔의 화폐수량설을 시간으로 미분하면 증가율로 전환되고 인플레로 재편성돼 구해진다. 이 선이 낮게 설정되면 물가 안정에, 높게 설정되면 경제 성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인플레 타깃팅을 도입하면 중앙은행의 신뢰성뿐만 아니라 통화정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왜냐하면 인플레를 타깃팅할 경우 인플레 위험을 미리 차단하기도 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 아래로 내려갈 경우 통화정책 완화를 통해 디플레 위험을 막을 수도 있어 중앙은행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플레 타깃팅은 단점도 많이 안고 있다. 무엇보다 어떤 물가지표를 인플레 지정 목표로 선택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대부분 중앙은행들은 소비자물가와 핵심 소비자물가지수 (Core CPI)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Fed는 민간소비지출 (PCE) 디플레이터와 핵심 민간소비지출 (Core PCE) 디플레이터를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선택된 물가지표에 따라 인플레의 양상이 다양할 수밖에 없으며 지표 간의 차이로 인해 동일한 상황을 놓고도 인플레와 디플레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특히 지표 간의 차이가 커질 경우 숫자로 정한 인플레 목표가 유익하지 못할 때도 있다.
한 나라 경제에 있어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인플레 타깃팅은 오히려 중앙은행의 경기 침체에 대한 대체 능력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이 그 대안으로‘비밀 타깃팅(stealth targeting)’을 채택할 것을 제안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인플레 타깃팅을 도입한 국가의 경우 외부 충격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을 허용하는‘회피조항’을 두고 있지만 아무리 완화된 것이라 하더라도 공식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인플레 타깃팅은 중앙은행 총재들이 현재 누리고 있는 만큼의 충분한 재량을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현재로서 최선의 정책은 종전처럼 중앙은행 총재와 금리결정기구의 재량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방식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 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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