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
최재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이 국내 증시에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며 신흥 시장 국가 중에서 이런 산업구조를 가진 곳은 한국뿐이라고 강조했다.현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고려대 경영학과 학사
고려대 경영대학원 석사
대한투자신탁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스트래티지스트(strategist)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전략운용본부장· 상품전략본부장
“ 지금부터 주가가 빠질 때마다 여유 자금을 분할해서 사놓는다면 내년 말쯤에는 활짝 웃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확히 저점을 잡으려면 참 힘든 장세인데, 투자 기간을 조금만 더 길게 보며 욕심 부리지 않고 여유 자금을 나누어서 투자자 본인이 많이 빠졌다 싶을 때마다 조금씩 사놓으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최재혁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하 마이다스에셋) 대표는 올 하반기보다 적어도 내년 말 정도까지의 기간을 갖고 투자에 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반기로 투자 기간을 한정시켜 놓고 보면 이런 저런 이슈에 휘둘리기 쉽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나라 대선을 비롯해 아직 끝나지 않은 선거가 여러 나라에 있다는 점을 꼽았다. 최 대표는 “반드시 정치적 리스크가 중요해서라기보다는 유럽 각국의 재정 긴축 등 국제 공조가 필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선거 기간 중에는 이런 국제 공조가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단지 미봉책으로 최악의 상황만 넘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다스에셋의 운용 특징은 팀 어프로치(team approach)와 모델 포트폴리오에 기반을 둔 액티브 매니지먼트(active management)다. 팀 어프로치는 점차 복잡다단해지는 경제 및 증시 환경 속에서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방대한 업종과 종목을 모두 심도 있게 분석하기는 어려우므로, 여러 운용 인력들이 각자 전문성을 살려서 다양한 운용 능력을 접목시켜 운용 성과를 향상시키는 방법이다. 액티브 매니지먼트는 인덱스 펀드 같은 패시브 매니지먼트(passive management)의 반대말로, 쉽게 얘기하면 종목 분석을 잘 해서 코스피 대비 더 나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마이다스에셋이 운용하는 펀드 수는 많지 않다. 각 유형별로 하나의 펀드만 운용한다.
최 대표는 “수익률이 안 좋다고 해서 1호, 2호, 3호 하는 식으로 새 펀드를 내놓거나 하지는 않는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그 펀드를 살려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수익률을 보이다가 망가지곤 하는 펀드가 아닌 장기적으로 꾸준히 조금씩 아웃퍼폼(outperform)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가장 오래된 펀드는 ‘마이다스액티브주식형’펀드로 운용을 시작한 지 11년이 넘었다. 수익률은 4월 말 기준 378%다. 코스피 대비 1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형 배당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마이다스블루칩주식형’은 운용한 지 6년이 지났는데 83%의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코스피보다는 33% 더 좋은 성적이다.
최 대표는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이 국내 증시에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 기업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내 IT 소재·부품 기업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대표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의 경우에도 글로벌 시장 인지도 및 점유율이 과거 대비 크게 상승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과 건설산업의 경우에도 현재 비록 산업 사이클은 좋지 못한 상황이지만 경쟁 업체 대비 경쟁력은 여전히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 대표는 “신흥 시장 국가 중에서 이런 산업구조를 갖춘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수출에 비해 내수시장의 규모가 작아 해외 요인에 의해 증시가 크게 연동될 수밖에 없는 부분”을 리스크 요인으로 들었다. 즉, 유럽의 거시경제 변수 리스크가 더 진행돼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 국내 주식시장은 부정적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하반기 중국 경제지표의 턴어라운드와 중국 정부의 소비 부양 및 유동성 확대 정책이 예상되고 있지만, 혹시 중국 정부의 정권 이양 과정에서 문제점이 불거질 경우 우리나라 시장은 이에 크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각 업종에 대한 전망에서 “기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업체들의 실적은 하반기에도 개선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 밑바탕은 산업 사이클의 개선에서 찾기보다는 기업 경쟁력의 지속적인 상승효과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IT·자동차업종의 주가들은 이미 이를 많이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실적 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밸류에이션상 메리트를 크게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내수업종의 경우 작년 하반기 매우 좋지 않았던 기저효과(베이스 이펙트)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최 대표는 “화학, 정유, 조선, 건설, 기계 등 소재·산업재의 경우 실적은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 또한 이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 한 해는 주요국의 선거와 유럽 리스크 등으로 개인투자가들이 직접 주식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시기”라며 직접투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권했다. 펀드 투자도 특정 시점에 ‘몰빵’해 투자하지 말고 나누어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며 투자 기간은 최소 1년 반 이상을 추천했다.
마이다스에셋은 주식형 펀드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국민연금 국내 주식 아웃소싱운용사들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곳 중 한 곳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채권형 펀드도 자리를 잡아서 2조 원가량의 수탁고를 갖췄다. 총 수탁고는 6조5000억 원 수준이다. 최 대표는 “우리는 양적 목표인 수탁고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초단기 금융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도 하지 않는다.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무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마이다스에셋이 설립 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흑자를 내면서 올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의 다음 도전은 헤지펀드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비즈니스를 튼튼히 하고 그 기반 위에서 헤지펀드에 도전하고 싶다”고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아직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진출을 못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그 규제는 풀릴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다스에셋은 이를 위해 2007년부터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세워 헤지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등 꾸준히 준비해 왔다. 최 대표는 “장기적으로 큰 기복 없이 꾸준한 수익률을 보여준 저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 김석 한국경제 기자 ski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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