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는 매년 4월 말 1000여 개 코스닥 상장업체들의 소속부를 바꾸는‘세리머니’를 연다. 작년 말 실적과 경영 투명성 등을 고려해 최상위 업체는 우량기업부에 배속하고, 이보다 못한 기업은 특성에 따라 벤처기업부 또는 중견기업부에 넣는 것이다. 심각한 경영상의 문제가 있는 곳은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별도 분류한다.
KRX는 4월 30일‘2012년 코스닥기업 소속부 변경 및 투자주의 환기종목 정기 지정’결과를 내놓았다.
57개 기업이 벤처기업부 또는 중견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로 격상된 반면 12개 기업은 우량기업부에서 벤처 또는 중견기업부로 강등됐다. 한림창투, 금성테크, 엔터기술, 지엠피 등 21개 종목은 매출 부진 및 수익성 악화 등의 이유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됐던 다스텍, 알앤엘삼미, 아로마소프트 등은 각고의 노력 끝에 중견기업부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새로 바뀐 소속부제는 5월 2일부터 적용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 정보가 부족한 코스닥 시장에서 소속부 변경은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멘텀”이라며 “투자주의 환기종목에서 탈피했거나 신분이 격상된 기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우량기업부에 소속되지 않으면서 벤처기업부 소속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기업은 중견기업부로 편입된다.
신분 상승 57개 업체에 주목
코스닥 우량기업부는 말 그대로 우량 기업들만 들어갈 수 있는 최상위 리그다. 1000여 개 코스닥 기업 중 227개 업체만 소속돼 있다. 우량 기업에 들어가려면 몇몇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일단 규모 면에서 자기자본이 700억 원이 넘거나 최근 6개월 평균 시가총액이 1000억 원을 넘어야 한다. 재무적으로는 최근 3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를 넘거나 3년 평균 당기순이익이 30억 원 이상이어야 한다. 연매출도 최근 3년 평균 500억 원을 상회해야 한다.
벤처기업부 또는 중견기업부에 있던 아나패스 등 57개 업체는 이런 높은 벽을 뚫고 이번에 우량기업부로 소속부를 옮긴 경우다. 지난해 외형이나 실속이 좋아졌다는 걸 공인받았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소속부가 격상된 뒤 주가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번에 영전한 기업 중에는 현대자동차가 2대 주주가 된 내비게이션 개발업체 유비벨룩스와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덕산하이메탈 등도 포함됐다. BMW 딜러인 도이치모터스와 ‘하유미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제닉도 우량기업부에 합류하는 데 성공했다. 한글과컴퓨터, 네오위즈, 시공테크 등 유명 기업들도 이번에 처음 우량 기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벤처기업부와 중견기업부는 대등한 관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에서 소속부가 바뀌더라도 호재는 아니라는 게 KRX의 설명이다. 벤처기업부는 연구·개발(R&D) 비율이 매출의 5%를 넘으면서 자기자본(300억 원 이상), 시가총액(6개월 평균 500억 원 이상), 당기순이익(최근 3년간 2년 흑자), 매출액증가율(2년 평균 20% 이상) 등에서 일정 규모 이상 요건을 갖춰야 한다. KRX가 선정하는‘히든 챔피언’기업도 벤처기업부에 들어간다. 우량기업부에 소속되지 않으면서 벤처기업부 소속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기업은 중견기업부로 편입된다.
반면 12개 기업은 우량기업부에 있다가 벤처 또는 중견기업부로 강등됐다. 엘앤에프와 SKC솔믹스는 벤처기업부로, 나우콤·오리엔탈정공·미스터피자·울트라건설·유아이엘·캠시스·예스24·이건창호·한국캐피탈은 중견기업부로 신분이 격하됐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 전반적인 회사 상황이 과거에 비해 나빠진 만큼 투자하기 전에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이들 기업 가운데 일부는 지난해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악화됐지만 중장기 전망은 좋은 곳도 있는 만큼 각 기업별로 잘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59개 ‘블랙 리스트’ 종목은 투자주의
투자주의 환기종목이란 부실 위험 징후가 보이는 기업들만 따로 추려내 하나의 리스트로 만든 것이다. 올해 대상에는 재무 상태가 악화됐거나 경영 투명성이 결여된 59개 업체가 지정됐다. 관리종목 기업 28개사와 지난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 10개사를 제외하면 올해 새로 지정된 업체는 21개다.
중견기업부에 소속됐던 한림창투·르네코·일경산업개발·금성테크 등 12개 기업이 신규 지정됐고, 벤처기업부에서는 엔터기술·지엠피·티모이앤엠 등 9개 기업이 불명예를 안았다. 지정 사유 중에는‘수익성 취약’이 가장 많았다. 자본 잠식이나 최대주주 변경, 빈번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불성실 공시, 매출 부진, 횡령·배임 발생, 과다한 부채비율 등도 주요 이유로 꼽혔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분류된 기업은 KRX의 집중 감시를 받게 된다. 최대주주가 바뀌거나 경영권 양도 계약을 체결하면 즉각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실제 지난해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한 업체(관리종목 36개사 제외) 33개 중 15개사는 상장 폐지 등을 통해 퇴출되거나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런 만큼 이들 기업에 대해선 소극적인 자세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능하면 투자하지 않는 것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지정된 업체들은 대부분 주가가 폭락했지만, 일시적으로 반등하기도 했다.이런 점을 노리고 뛰어들었다가는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이란 부실 위험 징후가 보이는 기업들만 따로 추려내 하나의 리스트로 만든 것이다.
투자는‘환기 해제’또는 ‘신분 격상’ 종목 위주로
다스텍, 알앤엘삼미, 아로마소프트 등 10개 업체는 이번 정기 심사에서 투자주의 환기종목을 졸업했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편입될 정도로 심각했던 ‘결격 사유’를 지난 1년 동안 해소한 것이다. 그런 만큼 회사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수렁에서 벗어난 데 그치지 않고 신기술 개발, 대형 고객 확보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정도로 회생했다면 그동안 하락폭이 컸던 만큼 상승폭도 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새로 투자주의 환기종목에 편입됐거나 소속부가 강등된 업종은‘흠결’이 생겼다는 얘기인 만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오상헌 한국경제 기자 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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