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은 변동성이 큰 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요즘 같이 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 비중을 높여볼 만하다.

직장인 이형권(39) 씨는 주식 등 2009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올해 처음으로 ELS에 가입했다. 주로 주식형 펀드와 유가증권 시장 대형 우량주에 투자를 해오다가 올 들어 증시가 불안해지자 ‘금리+알파(α)’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ELS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것. 이 씨는 “정기예금 만기가 돌아온 수천만 원으로 첫 투자를 했는데, 상품의 구조 등에 대해 공부해보니 꽤 매력적인 상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투자 비중을 조금 더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외 변수로 증시가 불안해지자 ELS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요즘 금융 투자 상품 가운데 팔리는 것은 ELS나 주가연계펀드(ELF)밖에 없다”(한상언 신한은행 투자상품부 팀장)는 말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전문가들은 “ELS는 변동성이 큰 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으로, 요즘 같이 시장이 불안할 때 투자 비중을 높여볼 만하다”며 “다만 수익 실현이 최장 3년으로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단점인 만큼 ELS도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펀드 환매 자금 ELS로…

동양증권에 따르면 지난 4월 ELS 발행액은 4조8466억 원이었다. 전달(5조5206억 원)보다는 6740억 원이 줄어든 것이지만, 지난 1월의 2조7569억 원보다는 75.79% 많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변동성이 커진 지난해 9월 1조7000억 원대로 떨어졌던 ELS 발행 규모는 올 초 증시가 급등한 데 힘입어 2월부터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3월에 비해 4월에는 특정 유형의 ELS 발행이 과도하게 늘어나는‘쏠림’현상이 완화돼 건전성 측면에서도 양호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전체 발행액 가운데 원금보장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20% 밑으로 떨어졌던 3월에 비해 높아졌다.

원금비보장형의 경우 목표수익률은 원금보장형에 비해 높게 책정되는 반면 원금 손실에 대한 우려가 있다. ELS의 안정성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원금비보장형의 발행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한 ELS의 발행 규모가 전달보다 8500억여 원 감소해 특정 기초자산으로의 쏠림이 완화된 것도 특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발행되는 ELS의 HSCEI 의존도가 너무 높아졌다는 점을 위험요인으로 지적해왔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ELS 발행 규모가 급증하는 핵심 원인으로 펀드 환매 자금의 유입을 꼽고 있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올 들어 한때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러시를 이루면서 올 들어 4조1544억 원이 유출됐다. 이 연구원은 “코스피200 등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지수형 ELS가 특히 급증하는 추세”라며 “안정적 성향이 강한 펀드 투자자들의 환매 자금이 지수형 ELS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가 주식형 펀드보다 ELS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는 것도 ELS 발행 규모가 증가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ELS는 대개 3년 만기로 4∼6개월마다 조기 상환된다.

이때 고객들은 수수료가 떼이는 줄 잘 모른다. 하지만 주식형 펀드와 마찬가지로 ELS도 대략 1%의 수수료를 판매사가 가져간다.

펀드는 운용수익만큼 돌려주기 때문에 고객들이 수수료 0.1% 차이에도 민감하지만 ELS는 고객들이 신경을 거의 안 쓰기 때문에 금융투자회사 입장에서는 판매가 쉽다. 또 ELS는 이르면 4∼6개월 만에 조기 상환하고 다시 가입하기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회사들이 계속 수수료를 챙기는 구조다. 금융회사 입장에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주식형 펀드의 환매는 올 들어 한때 코스피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한 뒤 러시를 이루면서 올 들어 4조1544억 원이 유출됐다.



다양한 구조의 상품 잇따라

요즘 증권업계에서는 통상 6개월인 수익 실현 기간을 단축시킨 신상품이 속속 나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4월 초 판매한 ‘ELS5827호’는 투자 기간(3년)에 하루라도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에쓰오일이 모두 기준 가격보다 10%를 초과, 상승한 적이 있으면 연 18%의 수익을 제공하고 조기 상환된다.

삼성증권이 비슷한 시기에 선보인 ‘에어백 베스트 ELS6963회’도 조기 상환 기회를 4개월에 한 번씩 총 9번 제공한다. 통상 6개월에 한 번 주는 수익 실현 기회를 늘린 것이다. 투자 기간 중 두 종목이 모두 기준 가격의 절반 밑으로 빠지지만 않으면 연 15.81%의 수익률이 확정된다.

기초자산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통상적인 ELS는 기초자산을 2개로 설정해 이 기초자산들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초자산을 3개로 늘려 보다 다양한 수익 창출의 기회를 부여한 ELS가 증가하고 있다. 기초자산이 3개인 ELS의 4월 발행 규모는 3010억 원으로 전월 대비 1332억 원 증가했다. 역대 최고치다.

그동안 ELS의 기초자산으로 사용된 적이 없는 종목들이 새롭게 기초자산으로 등장한 것도 관심사다. KCC와 SK컴즈가 지난 4월 최초로 ELS 기초자산에 활용됐고 해외 종목 중에서는 애플도 활용됐다.
[FUND] 증권 시장의‘대세’ ELS 투자의 허와 실
ELS는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투자금이 최장 3년까지 묶일 수 있다는 게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만기 구조 다양화해야

ELS가 인기를 끌면서 ELS 투자에 대한 관심이‘개미’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연 10∼15%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ELS는 투자원금 규모가 작은 개미들에게는 지금까지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초보’ELS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실수로 지적되는 게‘몰빵’투자다. ELS는 안정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투자금이 최장 3년까지 묶일 수 있다는 게 최대 단점으로 꼽힌다.

여유자금을 한 ELS에 한꺼번에 투자했다가 예상치 못한 시장 상황 변화로 수익 실현이 미뤄지면 투자 기간 중 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낭패를 볼 수 있다. 서울 도곡동에서 영업 중인 한 PB센터장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남편 몰래 수억 원의 급전을 마련해야 하는 고객이 있었는데, 수익 실현이 얼마 남지 않은 ELS로 문제를 해결하려다가 작년 8월 유럽 재정 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투자 기간이 연장돼 발을 동동 구르던 이 고객은 결국 제2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가까스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전했다.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PB센터장은 “2008년과 지난해 두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ELS에 투자하는 부자 고객들도 상당히 신중해졌다”며 “요즘은 자신들에게 발생 가능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 분산투자를 하는 것은 기본이고 6개월에 한 번 찾아오는 수익 실현의 기회를 3∼4개월로 줄인 상품, 지수형·종목형, 원금보장형·비보장형 ELS에 다양하게 투자해 손실 위험을 줄이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기업들도 비슷한 추세다. 수백억 원대의 여유자금을 원금비보장형 ELS에 투자했다가 지난해 하반기 상당 규모의 평가손을 본 한 코스닥 상장사의 경우 앞으로는 ELS에 투자할 때 원금보장형 상품의 비중을 높이고 만기 구조를 최대한 다변화할 계획이다.


송종현 한국경제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