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음식은 곡기(穀氣)라고 해 몸에 기를 불어 넣어주는 원천적인 요소로 본다. 따라서 음식의 기운이 좋고 맑으면 몸의 기운도 맑아지고, 기운이 나쁘고 해로우면 몸의 기운도 상한다.
[이야기 동의보감] 몸에 좋은 음식& 몸에 해로운 음식
최근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음식을 보면 굉장히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이 많다. 한식은 많이 줄어들었고 주로 파스타나 피자, 스테이크와 같은 양식 요리이거나 돈가스와 우동과 같은 간편한 일식 요리다. 최근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카페에서는 커피는 기본이고 베이글, 도넛, 심지어 와플에 아이스크림 등을 먹는다. 음식의 질을 평가하는 기준 중에 GI(glycemic index·혈당지수)라는 것이 있다. 음식을 먹을 때 혈당을 올리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GI가 높은 음식은 우리 몸의 혈당을 갑자기 높인다.

우리 몸은 빠르게 호르몬을 생성하고 소화효소를 공급해야 하는데 혈당이 갑자기 높아지면 과부하가 걸려, 잘 맞추어 돌아가던 톱니바퀴가 어긋나기 쉽게 된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음식인 시리얼, 도넛, 와플, 베이글, 우동, 떡, 프렌치프라이, 꿀, 소면 등이 GI가 높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그럼 어떤 음식이 우리 몸에 좋을까. 가공을 덜 하고, 사람 손을 덜 거쳤으며, 설탕 및 각종 인공 조미료가 덜 들어간 음식일수록 GI가 낮고 몸에 부담이 없다. 채소, 해조류, 요구르트 등과 포도, 딸기, 사과, 복숭아 같은 과일들이 낮은 GI를 자랑하는 음식들이다. 채소나 해조류를 먹을 때에도 푹 익히거나 양념을 해서 먹는 등의 행위는 좋지 않다. 샐러드를 먹더라도 올리브오일 같은 식물성 소스가 아닌 다른 소스를 뿌려 먹으면 소스 때문에 몸의 조화가 깨질 수 있다.
[이야기 동의보감] 몸에 좋은 음식& 몸에 해로운 음식
먹을 게 풍부해진 요즘은 육류 섭취도 많이 늘어났다. 육류를 많이 먹으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육류는 주로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은 근육의 주원료가 되기 때문에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섭취하는 편이다. 하지만 단백질은 과하게 섭취할 경우 문제를 일으킨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들어와 분해돼 아미노산이 되기 때문에 아미노산의 농도를 높인다. 아미노산은 각종 효소 및 우리 몸이 기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원료를 만들기 때문에 적당량이 있을 경우에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단백질 자체만 계속적으로 체내에 들어오게 되면 아미노산의 농도가 치솟아 혈액이 산성화된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남성에 비해 골밀도가 낮고, 혈액이 산성화될 경우 혈액이 많이 모이는 자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자궁은 한의학에서 혈부(血府)라고 해 많은 피가 모이고 지나가며 저장되는 곳이어서 혈액 조성에 이상이 생길 경우 좋지 않다. 혈액이 산성화된다는 것은 혈이 탁해짐을 의미한다. 탁해진 혈은 조직에 들러붙기가 쉽고 노폐물을 쉽게 내보내지 못하게 되며, 기본 기능인 영양소와 산소 운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온몸을 자양해야 하는 혈액이 영양가가 없어지면 피부는 빛을 잃을 수밖에 없고, 노폐물이 배설되지 못하고 자궁에 쌓이면 생리통을 유발하고 심하면 근종이나 낭종이 되기도 한다.

그럼 혈을 맑게 하며 몸에 좋은 음식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고등어와 장어 같은 DHA가 풍부한 등 푸른 생선은 비타민 B₁을 함유하고 있어 머리를 맑게 해주고 활기도 높여준다. 참치, 대구, 버섯, 땅콩 등은 나이아신이라는 비타민이 많이 들어 있어서 기억력 개선에도 도움을 주며 여성들의 우울증에도 좋은 효과가 있다.
[이야기 동의보감] 몸에 좋은 음식& 몸에 해로운 음식
굴이나 어패류에는 아연이 많아 생식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아연은 과하게 섭취만 하지 않는다면 세포막과 조직 손상을 막으며 노화를 방지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인스턴트식품에 많이 들어 있는 피트산은 이런 아연의 흡수를 방해한다.

인체도 결국에는 하나의 생물체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다. 결과적으로 자연에 가까운 음식일수록,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을수록 우리 몸에는 더 좋은 반응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공하지 않은 음식이나 채소와 같은 음식이 몸에 좋다. 가공된 식품들을 멀리하고 깔끔한 채식 위주의 백반상을 오늘부터 가까이 해보자.


박성우 경희보궁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