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주 한맥CC&노블리아 회장

임기주 회장은 한맥CC&노블리아를 비롯해 한맥테코산업(주), 한맥레져개발(주) 등을 거느린 한맥그룹의 오너다. 산업폐기물 매립사업으로 그룹의 기반을 다진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레저사업에 관심을 가져 2008년 한맥CC&노블리아를 오픈했다.

경북 예천 한맥CC에서 라운딩을 하며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전원주택촌의 모습에 대해 들었다.
[Play with CEO] “골프장과 콘텐츠를 갖춘 실버주택의 새 기준을제시합니다”
한맥CC&노블리아는 서울에서 차로 2시간 30여 분 거리, 경북 예천에 있다. 중앙선 예천IC에서 빠져 20여 분을 달리면 내성천을 만나는데, 그곳에 한맥CC&노블리아가 있다. 산수유가 듬성듬성 핀 입구에 들어서자 20여 채의 전원주택이 눈에 들어왔다. 전원주택 단지를 지나 클럽하우스에 들어서자 상큼한 봄 향기가 반겼다.



3억에 전원주택 마련, 월 150만 원으로 골프 가능한 은퇴 생활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임기주 회장은 한맥CC&노블리아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들려줬다. 우선 그는 한맥CC&노블리아를 골프장에 달린 전원주택이 아니라, 전원주택에 달리 골프장으로 봐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한맥CC&노블리아를 “은퇴자들이 3억 원 내에서 전원주택을 마련하고, 월 150만 원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으로 만들 계획이다.

비현실적인 얘기 같지만 그는 한맥CC&노블리아에서는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198.3~231.4㎡의 땅에 전원주택을 지으면 3억 원 내에 전원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 한맥CC&노블리아 입주민이 되면 골프장 회원 자격이 주어지는데, 주말·주중 그린피 3만 원이면 골프가 가능하다. 그는 일주일에 2번 골프 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밥 먹고 주택관리비 등을 내더라도 150만 원이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주택 규모를 줄이라고 주문한다. 그래야 관리도 용이하고 관리비도 덜 든다. 자녀들이 찾아올 때는 단지 내에 건설 중인 연수원을 게스트하우스로 쓰면 된다.

확신에 찬 듯 자신의 구상을 들려주던 그는 사원식당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배식판에 음식을 담은 후 자리에 앉은 임 회장은 사원식당도 전원주택 입주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라고 했다. 입주민들이 간단하게 한 끼를 때울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식사를 마치고 라운딩을 시작했다. 만 40세가 되던 1998년 골프채를 잡았다는 그는 싱글 골퍼다. 연습장에서 골프공 3박스를 치고 계룡대에 있는 계룡대CC에서 머리를 올렸는데, 공 3개로 시작해 18홀을 돌고도 공이 남더라고 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안 돼 청원 그랜드CC에서 100타를 깼고, 6개월 후 계룡대CC에서 85타를 쳤다. 지금까지 이글만 40번 이상 한 사람답게 드라이버가 시원시원했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60야드 수준. 세컨드 샷을 위해 그린에 내려서며 질문을 이어갔다.



그룹의 기반이 된 산업폐기물 매립사업

산업폐기물 매립사업으로 그룹의 기반을 다졌다고 들었습니다.

“환경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보령에서 3만3057여 ㎡ 정도 작은 규모의 매립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평택과 여수에 각각 9만9173여 ㎡, 251239여 ㎡ 규모의 매립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맥CC&노블리아는 지금도 투자 단계여서 그룹의 주력은 여전히 환경 관련 사업입니다.”

산업폐기물 매립사업이 수익성이 좋은가 봅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는데 초기에는 괜찮았습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폐기물 매립장은 따라서 들어가야 합니다. 예전에는 단지 분양가보다 매립장 부지 땅값이 쌌습니다. 그만큼 수익성이 좋았죠. 지금은 경쟁이 치열해서 분양가가 많이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큰 리스크는 주민을 설득하는 일이겠습니다.

“산업폐기물 매립사업은 주민을 설득하는 게 관건입니다. 가장 큰 진입장벽이죠. 일반 제조업체는 좋은 제품 만들고 마케팅도 잘 해야 되잖아요. 산업폐기물 매립사업은 주민들과 원만한 관계만 유지해도 반은 성공한 겁니다.”

주민들은 어떤 식으로 설득하십니까.

“비교적 간단합니다. 주민들도 누가 매립장을 한다고 하면 이전 매립장에 가서 사전 조사를 다 합니다. 지금까지 제가 최소한 거짓말을 안 하고 살았습니다. 자식들한테도 다른 건 관대한데 거짓말하는 건 절대 용서하지 않거든요. 그래서인지 믿어주더군요.”

그게 다라면 너무 쉬운 것 같은데요.

“물론 지역사회에 다양한 형태로 기부도 하고, 함께 어울리려고 적잖은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기본은 신뢰라고 봅니다. 산업단지가 들어서면 폐기물이 나오고, 폐기물 매립장은 들어설 수밖에 없습니다. 어차피 들어설 바에야 1%라도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는 우리가 하겠다는 거죠.”
임기주 회장은 이글만 마흔 번 이상 기록한 싱글 골퍼다. 그는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부단한 연습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임기주 회장은 이글만 마흔 번 이상 기록한 싱글 골퍼다. 그는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부단한 연습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버주택 성패의 관건은 다양한 콘텐츠

이야기를 하는 사이 5번 홀에 이르렀다. 5번 홀에 들어서자 소호당이라는 정자가 운치를 자아냈다. 소호당은 신응수 대목장이 지은 것으로, 원래는 워커힐 호텔 내 개인 별장에 있던 것이다. 개인 별장을 철거할 때 임 회장이 사들여 이곳에 옮겨놓았다.

소호당 외에도 한맥CC&노블리아에 임 회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홀마다 심겨진 100여 년 가까운 산수유 고목은 4대강 사업에서 나온 것을 옮겨와 심었다. 오랜 수명의 사과나무, 배나무 등도 4대강 정비사업에서 나온 것이다. 임 회장은 이 중 배나무는 입주민들에게 한 그루씩 분양해 키우게 할 생각이다. 나이가 들수록 소일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노블리아에 대한 구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한맥CC&노블리아에서는 해마다 김장 담그기, 장 담그기 행사를 여는데, 나중에는 입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잔치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근에는 골프장을 끼고 있는 학가산을 따라 20km의 등산로를 개발했다. 지역 청년회에 의뢰해서 등산하는 동안 심심하지 않게 각각의 등산로에 스토리도 만들었다.

하루 이틀에 만들어질 수 없는 계획인데요, 골프장은 언제부터 염두에 두셨습니까.

“골프장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건 1997년경입니다. 산업폐기물 매립장은 계약 기간이 지나면 문을 닫아야 합니다. 기한이 정해진 사업이다 보니 지속 가능한 사업군이 필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직원들 고용 안정을 위해서도 그게 필요했습니다. 충청도에 골프장 사업을 하려고 준비를 하는 과정에 외환위기가 터져서 어쩔 수 없이 중단했습니다.”

그때도 실버주택과 연계해서 사업을 구상하셨습니까.

“네. 사업지 주변에 유명 온천이 있어서 함께 개발하려고 했습니다. 당시는 회원제 골프장을 하려고 했는데, 외환위기로 분양이 어려워져 접었습니다. 회원제가 아니라 대중제로 하려고 했다면 아마 실행했을 겁니다.”

어떤 이유로 예천을 사업지로 선택하셨습니까.

“전국을 조사하다 여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풍수적으로도 좋고요. 이곳에서 가까운 안동 하회마을처럼 우리나라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마을을 만들자고 생각한 거죠. 토지를 매입한 건 2003년부터입니다.”

경상북도 도청 예정지가 인근입니다. 토지 매입 이후에 예정지가 발표된 걸 보면 운이 좋으신 듯합니다.

“도청 예정지가 여기서 7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혜택이 좀 있죠. 땅값도 좀 오르고, 배관공사며 도시가스 등도 금방 들어오니까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우리 같은 곳이 많이 생겨야 인구도 유입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겁니다.”

월 150만 원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은퇴 생활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충분히 현실적인 이야기입니다. 골프장 하나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세요. 토지 매입에서 인허가, 설계, 공사, 운영 관리까지 모두 제각각입니다. 각각의 업체들이 이윤을 남기다 보니까 골프장도 비싸고 그린피도 비싼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혼자 다 했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하루 50~60팀만 받아도 골프장 운영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아직은 투자 단계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어느 정도 투자금이 회수되면 그린피를 낮추더라도 운영이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을 하신 듯 보입니다.

“저는 골프장이 꼭 18홀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12홀짜리 골프장이 나올 수도 있다고 봐요. 골프장은 일반적인 제조업보다는 투자수익률이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한국에 골프장 1000개 시대가 오면 그린피 5만~7만 원 하는 골프장도 생길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골프 인구도 많이 늘겠는데요.

“다른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1인당 3억 원씩 하는 회원권을 3명에게 1억에 팔거나, 쪼개서 10명한테 3000만 원씩에 분양할 수도 있는 거죠. 생각만 바꾸면 가능한 일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전반 라운딩을 마치고 후반 라운딩이 이어졌다. 홀마다 임 회장은 나름의 공략법을 소개했는데, 그 핵심은 설계자의 의도를 간파하라는 것이었다. 매 홀에는 설계자의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그걸 읽는 게 가장 주효한 코스 공략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한국 골프장은 산을 깎아 만든 곳이 많아 슬라이스 홀이 많다는 점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

라운딩을 마치며 임 회장은 골프를 잘 치는 비결은 끊임없이 노력하는 길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자면 주변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검사나 선생치고 골프 잘 치는 사람 별로 없는 이유가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부단히 자신을 닦는 것, 그건 비단 골프를 잘 치는 방법만은 아닌 듯하다.



His favorite

[Play with CEO] “골프장과 콘텐츠를 갖춘 실버주택의 새 기준을제시합니다”
드라이버는 ENA, 아이언은 다이와 G3 세트
“아마추어는 클럽보다 연습이 중요”

입주민용으로 만들었다는 그의 캐디백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드라이버. ENA 드라이버는 오래전에 썼던 것인데 지인에게 줘버려, 최근 다시 구입해 피팅을 마쳤다. 아이언은 다이와 G3 세트를 쓴다. 몇 해 전 고관절을 다치기 전까지는 MFC 제품을 썼다. 드라이버 거리가 평균 260m나 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컨드 샷이 100m 이내인 경우가 많아 어프로치를 쓸 일이 많다. 퍼터는 국산 퍼터를 쓴다. 얼마 전까지 다른 퍼터를 썼는데, 직원이 바꾸자고 해서 바꿨다고 한다.

클럽을 소개하며 그는 아마추어 골퍼들은 어떤 클럽을 쓰느냐보다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드라이버는 자기한테 맞는 채를 쓰는 게 맞지만 우선은 자기 클럽을 신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