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만 굿모닝한의원장

산악자전거(MTB) 좀 탄다는 소문을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굿모닝한의원에서 주인공과 마주 앉았다. 얘기를 나눠 보니 ‘좀’ 타는 정도가 아니다. 고행에 가까운 MTB 라이딩을 즐기는 운동마니아 김규만 굿모닝한의원장의 이야기다.

김규만 굿모닝한의원장은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산지대 1800km를 MTB로 횡단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중앙아시아 ‘타클라마칸 사막’, 4개의 거대 산맥을 지나야 하는 ‘카라코룸 하이웨이’, 해발 3000m의 인도 ‘라다크’도 그의 두 바퀴가 지나간 곳이다. 고산 증세로 숨 쉬는 것조차 힘든 곳을 자전거로 달린 셈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한겨울에 에베레스트 산을 올랐고, 100km 울트라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5개의 철인 3종 경기 완주 기념 메달을 가지고 있기도 한 운동 마니아다.
[Health Interview] 괴짜 한의사의 진짜 MTB 이야기
운동은 고통과 쾌락의 시소게임

경력을 보니 MTB를 슬렁슬렁 타시는 게 아니네요.

“그렇죠. 원정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일종의 익스페디션(expedition, 탐험·원정)인데 빡세게(?) 해야죠.”

해외 원정은 언제부터 다니셨습니까.

“제가 좀 진취적인 편이에요. 농경민족보다 기마민족 DNA에 가깝달까. 일종의 거사 꾸미길 좋아하죠. 처음엔 고(故) 박영석 대장과 함께 에베레스트에 간 것이 계기가 됐어요. 고산 등반을 위해 네팔 쪽을 다니다 보니까 어려운 사람이 많더군요. 1993년에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을 만들어서 의료 봉사를 다녔습니다. 자연히 방향을 오지 쪽으로 잡게 됐고, 자전거를 타고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캠프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오게 하는 것보다 찾아다니면서 진료할 수 있거든요. 지금은 길 따라 가면서 인연이 있어 만나는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해가 지면 여관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치료하는 식입니다. 제가 자세 교정 전문이라 몸을 툭툭 쳐서 아픈 곳을 고쳐주면 사람들이 좋아하죠.”

중앙아시아로 많이 다니셨네요.

“고산 등반을 하면서 익숙해진 것도 있고, 티베트 같은 경우는 오래전부터 가보고 싶었어요. ‘티베트 의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기 때문에 ‘꼭 한 번 가야지’ 했는데 오히려 늦게 간 셈이죠. 카라코룸 하이웨이는 초등학교 때 ‘학생과학’이라는 잡지에서 봤어요. 그걸 보고 여기 한번 가봐야겠다 하다가 거의 50세가 다 돼서 갔고요.”

어느 곳이 라이딩하기 가장 힘드시던가요.

“제일 힘들었던 곳은 라다크 같아요. 티베트 횡단도 힘들었지만 길이 평평했고 고소(高所)에 대한 경험이 충분해서 큰 지장은 없었어요. 근데 라다크라는 동네는 계속 언덕이에요. 어원 자체가 ‘언덕이 많은 땅’이라나…. 자전거 타고 가기엔 쥐약이죠. 1994년과 99년, 두 번 갔는데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타클라마칸도 쉽지 않았어요. 그 지역은 모래가 워낙 고운 사막이라 발이 잘 빠지고 바람에 따라서 지형 변화가 심해 지나기 어려운 곳이죠.”
김규만 원장은 월급의사 시절 사표를 던져가며 원정 라이딩을 다녔고, 개원한 뒤에도 매년 보름씩 해외 원정을 떠난다.
김규만 원장은 월급의사 시절 사표를 던져가며 원정 라이딩을 다녔고, 개원한 뒤에도 매년 보름씩 해외 원정을 떠난다.
페달을 밟으면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후회하는 거죠, 뭐. ‘내가 미쳤지’ 하면서요. ‘맛있는 삼겹살도 먹고 소주도 마시고 싶은데, 그냥 가만히나 있을 걸 왜 사서 고생을 할까’라면서 후회해요.”

그렇게 후회할 일을 왜 계속하세요.

“그 순간이 지나면 그것이 쾌락이 되거든요. 이렇게 말하면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고통도 중독이 돼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운동을 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행복감)라는 말 들어보셨죠. 모든 운동은 고통을 수반해요. 그런데 그 고통은 또 쾌락을 가져오죠. 운동이란 결국 이 고통과 쾌락 사이의 시소게임인 거예요. 모두들 고통은 싫다고 하지만 고통도 인생에 필요한 요소예요. 사람은 입에 단 약은 오래 먹을 수 없지만 쓴 약은 오래 먹을 수 있습니다. 음식에서 소금이나 소스만 따로 먹으면 짜고 독하지만 그것 없이는 음식을 먹을 수 없잖아요. 우리 인생에서 고통은 소금이나 소스와 같은 겁니다. 삶이 재정비되고 활기차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그렇게 삶에 ‘극한 체험’이라는 소금을 뿌리시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사실 한의사라는 직업이 굉장히 정적이에요. 저에게 운동은 정(靜)과 동(動)의 요소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기도 하고요.”
김 원장은 중앙아시아 오지에서 라이딩과 함께 의료 봉사도 병행한다.
김 원장은 중앙아시아 오지에서 라이딩과 함께 의료 봉사도 병행한다.
폐결핵 환자에서 고산 지대 라이더로

김 원장은 대학 진학 전까지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학업에 전념하느라 운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고, 오히려 자신은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어릴 적에는 천식, 폐결핵을 앓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천식과 폐결핵 환자가 5000m 고산 지대 라이딩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 된 것은 대학 진학 후 시작된 그의 ‘스포츠 중독’ 덕분이다.

“어린 시절 이발소에 있던 돛단배의 환상을 좇아서 대학 요트부에 들어갔어요. 세일링을 하다가 윈드서핑도 하게 됐고, 서서히 제가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은 거죠. 이후 행글라이딩, 등산, 수영, 마라톤 등 심장을 뛰게 하는 건 가리지 않고 시작했어요.”

그가 MTB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한 외국 시사 잡지에 소개된 MTB를 보면서부터다. ‘아, 이건 내 과구나’라는 직감이 왔단다. 그렇게 눈독을 들이던 중 운명처럼 진짜 MTB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Health Interview] 괴짜 한의사의 진짜 MTB 이야기
“친구가 부산에 살던 미국 사람한테서 자전거를 사왔어요. 보니까 MTB인 거예요. 매일 빌려서 거의 제 것처럼 타고 다녔죠. 친구가 결국 졸업하면서 그냥 저한테 주고 가더군요.”

김 원장은 이때부터 MTB를 시작해 어느덧 30년 가까이 MTB를 타고 있다. 그가 스스로를 ‘MTB계의 이무기’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MTB는 어느덧 그의 삶이 됐다. 갓 졸업한 후 월급의사 시절에는 미련 없이 사표를 던져가며 해외 원정 라이딩을 다녔다. 개원한 뒤에도 김 원장은 매년 보름씩 병원 문을 닫고 해외 원정을 떠난다. 2010년에는 차곡차곡 쌓인 MTB 경험을 ‘괴짜 한의사의 진짜 MTB 이야기’라는 제목의 MTB 가이드북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김 원장은 병원 한쪽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MTB, 미니 바이크, 폴딩 바이크 등 갖가지 자전거와 라이딩 장비를 모셔둔 곳이었다. 지금도 김 원장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전거만’ 타고 다닌다. ‘3보 이상 자전거 탑승’이 그의 철칙이다. 출퇴근은 물론이고 점심시간에는 근처 야산에서 1시간 정도 라이딩을 즐긴다.



자전거가 왜 그렇게 좋으세요.

“제가 잘하는 게 그거니까요. 전 원래 콤플렉스가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데 자전거는 숙달됐고 잘하는 거니까 좋아요. 그리고 편리하잖아요. 웬만한 거리는 버스로 가는 것보다 빨라요. 걷는 걸 싫어하진 않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잡아먹는 것도 싫거든요.”

빨리 다니려면 차를 타야 하지 않을까요.

“전 운전을 잘 안 해요. 차는 제 적성이랑 안 맞는 것 같아요. 너무 커서 컨트롤하기도 힘들고. 저 말고도 운전할 사람은 많잖아요. 제가 즐기는 것들은 전부 무동력 스포츠예요. 제 심장과 폐와 근육이 동력이 돼서 움직이는 느낌이 훨씬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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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말고 어떤 다른 운동을 하십니까.

“등산도 하고, 달리기도 하고, 수영도 좋아해요. 철인 3종 경기 아이언맨 레이스도 5번 완주했어요. 또 제가 만든 올리브 건강법도 있죠.”

올리브요?

“올리브(all-live)라고 모두 산다, 모두를 살린다는 의미예요. 쉽게 말하면 바른 자세로 건강을 찾는 방법이죠. 인체의 중심은 골반입니다. 골반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자세가 달라지고, 자세에 따라 장기에도 문제가 생기는 거거든요. 바른 자세가 중요하다는 건 지겹게 듣는 말이지만 올리브 건강법은 골반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 걷기, 러닝, 앉은 자세부터 여러 가지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방법으로 만든 거죠. 조만간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식이요법 등 따로 신경 쓰시는 것이 있습니까.

“담배도 피웠었고 술도 많이 마셨었는데 착한 유전자를 타고 났는지 몸에 잘 안 맞아요. 그래서 안 해요. 또 제 원칙 중 하나가 만약 전날 저녁에 회식을 했다거나 술을 많이 마신 날엔 다음 날 아침에 금식을 하는 거예요. 아니면 운동을 해서 기관에 남은 찌꺼기를 태워버리죠. 가능하면 채식을 하고,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려고 노력합니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올해 오산종주를 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원정 라이딩도 계속 가야죠. 파미르 고원을 한 번 지나고 싶은데 중국 쪽에서 버스만 통과할 수 있게 막아 놔서 아직은 안 돼요. 기회를 노려봐야죠.”


글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