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거침없이 달리던 증시가 3월 중순 이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최근엔 유럽 재정위기와 부진한 글로벌 경기지표 등 각종 대내외 변수들이 국내 증시를 출렁이게 하고 있다. 변동성이 높아진 탓에 투자자들도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안정성’에 더 초점을 두는 분위기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나타나고 있어 자산 배분, 분할 매수 등으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 지수가 단기적인 횡보 국면을 나타내며 업종 및 종목, 펀드 간 수익률 차별화가 심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기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낮은 거래 비용과 상품별 분산투자가 가능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받고 있다.
ETF는 특정 지수 및 자산 가격의 움직임과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운용하는 인덱스펀드를 한국거래소(KRX)에 상장시킨 상품이다. ETF는 특정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직접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성이 적고 수익률도 안정적이다. 종목 투자는 개별 종목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하지만 ETF는 KRX에 상장된 대표 우량 기업들에 분산투자 하는 효과를 지닌다.
시장대표형 ETF에 투자하면 업종 차별화 장세가 펼쳐질 때 효과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섹터 ETF를 통해 유망 업종에 선별적으로 대응해 추가 수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
ETF는 시장 상황에 순발력 있게 대응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 상품이다. 장이 하락하면 인버스 ETF에 투자해 수익률을 올릴 수 있고, 하락 후 단기 급등을 노린다면 레버리지 ETF에 투자해 일반 ETF보다 높은 수익률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재 KRX에 상장된 ETF는 올 들어 8개 종목이 늘어 총 114개에 이른다. 순자산 규모도 11조 원에 이른다. 이 중 시장대표형 ETF가 6조8000억 원으로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또 채권형 10.4%, 테마형 8.4%, 인버스 7.5% 등이 뒤를 잇는다.
국내 주식형 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수익률 상위인 10개 펀드(4월 13일 기준 설정액 10억 원 이상)를 꼽아보면 5개가 ETF다. 상위 20개 안에서는 무려 14개가 ETF로 올 들어 ETF의 수익률이 두드러진다.
ETF는 효율적인 분산투자, 낮은 거래 비용, 투명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펀드와 달리 직접 판매사나 영업점에 방문하지 않아도 증권 계좌를 통해 일반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TF 투자 시 회전율을 잘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회전율은 전체 상장 ETF가 연간 몇 회전하고 있는가 나타내는 백분율로 회전율이 높을수록 거래가 잘 된다는 의미다.
코스피 지수 자체는 2000포인트 부근에서 10% 이상 추가 상승하기 어렵지만 최근 저평가된 섹터 ETF에 분산투자 하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분산투자로 시장 초과 수익 가능한 ‘ETF랩’
연초 이후 국내 ETF의 수익률은 11.66%로 코스피 지수 상승률(8.81%)을 웃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8.13%) 이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 초 이후 4조9018억 원이 빠졌지만 국내 ETF 설정액은 799억 원 증가했다.
이렇게 ETF로 돈이 몰리자 증권사들도 ETF를 활용한 다양한 투자 상품을 내놓고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시장 전문가들이 장 상황에 대응하며 ETF에 분산투자를 해주는‘ETF랩’이다. 랩어카운트의 일종으로 시장 전문가가 유동적으로 ETF 포트폴리오를 조정, 관리해준다.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가들의 대응이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이 주식형 펀드의 대안 상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ETF를 처음 접하거나 흐름을 읽기 어려운 투자자들이라면 ETF랩을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직접 투자할 경우 주식처럼 매매할 때마다 수수료가 발생하는 것과 달리 ETF랩은 가입 시 사전에 계약한 보수 이외 별도의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ETF랩은 유망 ETF에 집중 투자한다는 점에서 고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기존 ETF랩의 수익률이 최근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웃돌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ETF랩의 최근 3개월(4월 5일 기준) 수익률은 하나대투증권의 ‘하나ETF액티브랩’이 13.84%, 한국투자증권의 ‘삼성그룹+5랩’이 11.55%, 신한금융투자의 ‘신한ETF적립형랩’이 9.94% 등으로 코스피 지수 수익률(8.85%)을 넘는다. 최근 6개월 수익률도 ‘하나ETF액티브랩’과 ‘신한ETF적립형랩’이 각각 25.23%, 22.54%로 ‘시장수익률(21.74%)+알파(α)’의 수익을 내고 있다.
황규용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차장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ETF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데다 지금처럼 섹터별로 세분화돼 있지도 않아 ETF 투자수익률이 지수 상승 수준에 국한됐다”며 “최근 섹터별로 세분화된 다양한 ETF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의 방향성만 잘 짚으면 ‘시장 수익률+ α’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코스피 지수 자체는 2000포인트 부근에서 10% 이상 추가 상승하기 어렵지만 최근 저평가된 섹터 ETF에 분산투자 하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 초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한 투자 자금도 ETF랩으로 일부 들어오고 있다. KDB대우증권의 자산배분형 랩 ‘폴리원’은 2009년에 출시돼 최근 1년 수익률이 9.3%로 시장수익률(4.77%)을 두배가량 앞선다. 현재 수탁고가 750억 원으로 이 중 400억 원은 올해 들어왔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변동성 높은 폭락 장이 연출됐던 지난해 8월 종목 투자에 집중하던 자문형 랩의 수익률은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ETF랩은 분산투자로 수익률 방어 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줘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DB대우증권은 ‘폴리원’을 리뉴얼해 올해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ETF랩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최근 선보인 ‘아임유 ETF 적립식 랩’은 대표 지수 ETF로 50% 이상 담아 안정적으로 시장수익률을 따라가고, 저평가된 섹터 ETF를 발굴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특히 적립형의 경우 매달 수익률이 우수할 것으로 전망되는 최상위 섹터를 선별, 구성하기 때문에 적립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대신증권도 시장 상황에 맞게 최적화한 비중으로 지수 및 업종 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장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대신ETF랩’을 처음 출시했다. 코덱스(KODEX) 200과 KODEX 섹터 ETF를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KODEX형’과 타이거(TIGER) 200과 TIGER 섹터 ETF를 선별, 구성하는 ‘TIGER형’ 두 가지를 선보였다.
기존 ETF랩의 수익률이 최근 코스피 지수 수익률을 웃돌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는 이유다.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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