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과 육아는 시대에 따른 사회적 변화상을 보여준다. 인구 제한 정책과 여성의 사회 참여 증가 등으로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줄던 자녀수가 최근 들어서는 다시 늘고 있다. 다자녀를 원하는 부모들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다.
[Health Column] 시대별 자녀 계획 변천사
자녀수 감소와 함께 현대에 들어서 또 다른 변화는 아들보다는 딸을 선호하는 집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유머에서조차 딸 예찬론이 대세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가정마다 남아 선호사상이 강했다. 부모가 죽으면 집안의 가장으로 제사를 모실 사람이라 해 특별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사회적으로 주도권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넘어가는 현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과거 “자녀가 어떻게 됩니까” 하면 “딸딸이 아빠입니다” 하면서 딸밖에 없다는 것에 얼굴을 붉히던 시절이 있었다. “대를 이을 아들이 없어서 걱정입니다” 하면서 말이다. 현대에는 “아들만 둘인데요” 하면서 얼굴을 붉히게 됐다. 아들만 둘이라면 “딸 하나 더 낳으셔야겠네요” 하며 아이 키우는 재미가 없을 거라며 듣는 사람들이 동정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병원에서는 정관 복원 수술을 전문적으로 한다. 그러다 보니 진료실에서 시대에 따른 사회적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바람에 자식이 하나인데도 정관 수술을 했다. 당시에는 정부의 장려도 있었고 예비군 훈련을 피할 수 있었다. 어떤 경우에는 아파트 분양권까지 주었다. 문제는 집안의 반대에 따라 정관 복원 수술을 하는 경우가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생각에 딸 하나에도 정관 수술을 했으나 집안 어르신들의 노여움과 반대에 다시 끊어진 정관을 잇고자 복원 수술을 한 것이다. 집안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바람을 저버릴 수 없고 본인 또한 씨 없는 수박이 됐다는 우울함과 집안에 아들이 없으면 허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재수술을 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이혼이 늘기 시작하면서 재혼에 따른 복원 수술이 증가했다. 재혼한 부인이 전 부인의 아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이를 갖겠다는 바람에 복원 수술을 했다. 자신의 피가 섞인 자식이 있어야 노후가 편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1990년대 후반에는 아들보다는 딸을 낳겠다며 수술을 받으러 오기 시작했다. 장가간 아들은 남의 자식이지만 ‘딸은 아직도 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아들은 장가를 가면 처와 자식을 위해 충실한 가장 노릇을 하느라 부모에게 소홀해질 수 있다. 따라서 아들보다는 딸을 낳아 키우는 것이 더 재미있고 보람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물론 거기에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보다도 부인이 딸을 원하는 바람에 묵묵히 수술대 위에 올라가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 들어서는 다른 이유로 정관 복원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여건이 되면 아이를 더 낳고 싶다는 것이다. 자식이 둘 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 더 낳겠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평균 수명이 100세가 가까워지면서 나이 들어 외로울 때 자식들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국제화 시대가 되면서 자식들이 외국에서 살게 되더라도 자식이 많으면 누군가는 옆에 있어 줄 것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하나 둘이면 1년 내내 자식을 그리워하면서 살 수도 있어서다.

정관 수술이란 더 이상 아이를 원하지 않을 때 영구적인 피임 방법으로 수술을 해 정관을 묶는 것이다. 수술을 하면 정액은 예전처럼 나오고 단지 정자만 나오지 못하게 된다. 영구적으로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다면 가장 좋은 피임 방법이다.

수술 시간도 짧고 커다란 부작용 없이 간단히 끝난다. 간혹 마음이 변해 아이를 다시 갖기를 원하는 때가 있다. 이런 때는 정관을 다시 연결시켜 주는 정관 복원 수술을 하면 된다. 복원 수술의 성공률은 병원마다 차이가 크나 미세 현미경을 이용해 수술을 할 경우 97%에 이른다. 수술 현미경을 사용해 마치 어린아이 머리카락과도 같은 실과 바늘로 끊어진 정관을 다시 연결시킨다. 수술에 따른 성공률은 아무래도 수술하는 의사의 손끝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최근 복지 논쟁이 커지면서 출산 및 육아에 대한 국가 보조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유럽 선진국처럼 육아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 것 같다. 이번 기회에 노후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아이 하나 더 갖는 것도 생각해볼 만하다 하겠다.


이윤수 명동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