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경제학회(AEA)에 참석했던 로버트 멘델 컬럼비아대 교수, 로렌스 서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중국에 대해 중진국 함정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이란 개발도상국이 경제 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가 중진국 수준에 와서는 어느 순간에 성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1960∼70년대 이후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과 같은 중남미 국가들의 경우 전형적인 중진국 함정에 빠져 종속이론이 탄생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현재 중국 경제는 외연적 성장 단계에서 내연적 성장 단계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심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그동안 광공업 비중은 42.8%로 매우 높은 수준이며, 수출에서도 2009년 독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1979년 개혁·개방 추진 이후 중국 경제가 연평균 9.8%씩 고도성장을 하는 동안 제조업은 11.3%씩 신장해 전체적인 성장을 주도했다. 이처럼 제조업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은 공업화와 도시화 진전으로 농촌의 잉여 노동력이 빠르게 줄어듦에 따라 인구구조가 점차 ‘루이스 전환점(개발도상국에서 농촌 잉여 노동력이 고갈되면 임금이 급등해 성장세가 둔화되는 현상)’에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루이스 전환점에 이르면 그때부터 인력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로 노동자 임금이 급등하면서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정착하는 것이 전형적이다.
노동력에 이어 생산에 필요한 자본도 부양 비율 증가 등으로 저축률이 2008년을 정점으로 낮아지고 있어 점차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저축률 하락의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사회 보장 지출 확대, 가계는 사회 안전망 강화에 따른 저축 필요성 감소, 국유 기업의 배당 정책 변화, 그리고 민간 기업은 내부 유보 필요성 감소 등이 지적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유치 단계에서의 장점을 상실하고 높아진 경제 위상에 맞게 내수시장이 발전되지 않음에 따라 미국 등 교역상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과잉 투자에 따른 부실 대출 및 과잉 설비 영향으로 2013년에는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는 경착륙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은 한계 상황에 이른 외연적 성장 단계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에 기반을 둔 내연적 성장 단계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특히 이 단계에 생산성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스미스언(smithian) 성장’보다 기술혁신이 주도하는 ‘프로메스언(promethean) 성장’에 초점을 맞춰 추진하고 있다.
이미 국영기업 개혁과 중국 경제의 세계 분업 구조로의 편입이 마무리됨에 따라 과거 생산성 향상을 주도했던 요인들의 영향력은 약해지는 모습이 뚜렷하다. 반면 기술 진보와 혁신의 배경이 되는 인적 자본의 질적 향상과 인력 활용의 효율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금융 경제의 하부 구조 발전 등이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대외적으로도 앞서가는 선진국 경험을 흡수하는 데 적극적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해외 투자 정책에 있어 기술 전수와 인적 개발 효과가 높은 선진국 기업과의 인수·합병(M&A)을 그 어느 분야보다 적극 권장하고 있다. 동시에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금융 서비스의 선진화를 목표로 자본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를 동반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가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것이 예측기관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단기적으로도 지난해 상반기까지 보여준 두 자릿수대 성장률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잠재수준 이상의 연착륙 달성은 가능하다고 보고 있어 중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낙관적이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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