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th Rotunda’s Economic Frame

19대 총선이 끝났다. 선거 전 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10명 중 7명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경제 공약’을 꼽았다. 선거 과정에서 ‘막말 파문’이나 ‘불법 사찰’이라는 정책 외적인 요소들이 크게 작용했지만, 국민의 관심사는 역시 ‘새 국회가 경제를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가’였다. 총선 결과에 따른 경제 정책의 전망과 금배지를 달게 된 경제통에는 누가 있는지 알아본다.
[Policonomy] 국회 입성한 경제통은 누구? 경제 정책은 어디로?
2012년 4월 11일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52석을 확보해 원내 제1당 자리를 사수했다. 야권에서는 민주통합당이 127석을 획득했으며 통합진보당은 13석을 획득해 제3당으로 부상했으나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다.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정국의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기는 어려운 의석 구조다. 여기에 연말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주요 경제 관련 정책(복지·증세·부동산·경제민주화·FTA)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복지 정책 따라오는 금융소득과세

4·11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앞 다투어 복지 공약을 내놨다. 정부가 파악한 양당의 ‘복지성 공약’만 266개에 달한다. 새누리당은 ‘가족행복 5대 약속’을 비롯해 장애인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안 30여 개를 19대 국회가 시작하는 대로 추진할 계획이다. 민주통합당도 대표 복지 공약인 ‘반값 등록금’ 추진과 함께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손질, 기초노령연금 2배 및 대상 확대, 비정규직 50%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예정이다.

각 당이 경쟁적으로 복지 정책을 내세우면서 전체적인 좌클릭 경향이 심했고, 곧바로 대선정국으로 들어선 만큼 19대 국회에서의 ‘복지 대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양당 모두 0~5세 양육 가정에 월 10만~2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따라서 당장 내년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여야가 양육비 지원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노인 문제, 고교 무상 의무교육도 양당의 목소리가 같아,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과도한 복지를 반대하는 정부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새누리당은 5년간 89조 원, 민주통합당은 5년간 164조 원을 자신들의 복지 공약에 배정했다. 새누리당은 세수 증가, 세출 절감, 건강보험 체계 개편으로, 민주통합당은 재정·복지·조세개혁으로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4월 4일 양당 복지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5년간 최소 268조 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양당의 추계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김동연 기획재정부 2차관은 “추가 증세 또는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새로운 조세 부담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지 정책 재원 마련에 맞물릴 수밖에 없는 것이 세제 개편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표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부자 증세’와 ‘금융소득과세 강화’가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소득과세는 양당 간의 의견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일찍 추진될 확률이 높다. 금융소득과세 방안으로는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 신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 조정, ‘대주주 주식양도차익과세’ 확대가 거론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증세안은 주식양도차익과세는 현행을 유지하되, 파생금융상품 증권거래세를 신설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 원 초과에서 2015년에 2000만 원까지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부자 증세’를 위해 소득세와 법인세 역시 이슈화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는 ‘소득세 최고 구간 3억 원, 법인세 최고 구간 200억 원’이라는 현행 세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야권에서 지속적으로 증세를 주장할 경우 ‘부자당’ 꼬리표가 부담스러운 여당에서는 입장을 변경할 수도 있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워 여야의 경제 정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기는 어려워 여야의 경제 정책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부동산도 복지가 대세, 활성화는 미지수

부자 증세와 함께 ‘경제 민주화’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아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야권이 목소리를 높였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 부활, 순환출자 금지 등 강도 높은 재벌 규제 정책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근절,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진출 제한, 부당 단가 인하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새누리당이 공약으로 내건 정책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총선이 끝나면서 꽁꽁 얼어붙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대책도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 폐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2년간 부과 중지’ 등 18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묵혀둔 부동산 관련 대책이 다시 추진될 방침이다. 그러나 야권의 견제 구도가 크게 변하지 않은 이상 계류 중인 법안들의 처리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도 가계부채 문제와 직결돼 있고, 시장에서의 파급력이 큰 만큼 19대 국회에서도 섣불리 해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총선 이후 부동산 정책은 ‘거래 활성화’보다는 ‘주거 복지’ 쪽으로 무게가 기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온도차는 있지만 총선 공약으로 주거 복지 강화를 내세웠다.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 주거지 지원, 전월세 상한제 도입 등이 핵심이다.

새누리당은 2018년까지 임대주택 120만 채를 지어 공공 임대 비율을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으며, 민주통합당도 2017년까지 매년 12만 채를 공급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또 민주통합당은 지역에 상관없이 연간 5% 내에서 전월세 상승률을 제한하고 2년 동안 최대 10%를 넘을 수 없게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새누리당 역시 부분적·일시적이지만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전셋값이 오르면 ‘여의도’와 ‘과천’의 대결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재정과 시장 혼란 등을 이유로 전월세 상한제를 반대해왔던 정부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도입 압박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바우처’ 제도 도입은 낙관적이다. 주택바우처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임대료가 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임대료의 일부를 쿠폰 형태의 교환권으로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여야 모두 적극적인 입장이고, 정부에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이어서 기획재정부의 예산 배정만 해결되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재협상 문제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선거에 패한 야권이 재협상에 대해서 정부 및 여당과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Policonomy] 국회 입성한 경제통은 누구? 경제 정책은 어디로?
[Policonomy] 국회 입성한 경제통은 누구? 경제 정책은 어디로?
이번 선거에서는 전·현 정부 경제 고위관료와 학계·연구소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11명, 민주통합당 6명이 경제관료 출신이다. 또 각각 9명, 5명의 경제학자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경영인 주춤, 경제관료·학자 약진
리더보다 전문가를 선택한 19대 국회

18대에서와 마찬가지로 19대 국회에서도 경제관료와 경제학자, 기업인 출신 인사들의 진출이 눈에 띈다. 복지 확대, 경제 민주화, 부동산 활성화, FTA 등 경제 정책이 총선 이슈로 부상한 결과다. 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기업 경영인, 경제관료, 경제학자 등 이른바 ‘경제통’ 인물을 새누리당은 28명, 민주통합당은 13명 배출했다.

다만 18대에 비해 기업인 출신이 줄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각각 8명, 2명 기업인 출신 인사를 당선시키는 데 그쳤다. 이는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 당선 후 치러진 2008년 18대 총선에서 기업인 출신 정치인이 대거 등장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전하진 전 한글과컴퓨터 대표(성남 분당을)·박상은 전 대한제당 사장(인천 중동옹진)이 새누리당으로, 이상직 이스타항공 회장(전주 완산을)이 민주통합당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정도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전·현 정부 경제 고위관료와 학계·연구소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졌다. 새누리당 11명, 민주통합당 6명이 경제관료 출신이다. 또 각각 9명, 5명의 경제학자들이 국회에 입성했다.
▲ 왼쪽부터 김종훈, 안종범, 강석훈 새누리당 당선자
▲ 왼쪽부터 김종훈, 안종범, 강석훈 새누리당 당선자
새누리당의 관료 출신 당선자로는 류성걸 전 기획재정부 2차관(대구 동구갑),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서울 강남을)이 눈에 띈다. 류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예산총괄심의관, 예산실장, 2차관 등을 역임하며 현 정부에서의 예산을 책임졌다. 2007년 통상교섭본부장 자리에 올라 체결까지 한·미 FTA 산파 역할을 한 김 전 본부장은 한·미 FTA 반대에 앞장 선 정동영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됐다. 4대강 사업의 실무를 책임진 것으로 알려진 김희국 전 국토해양부 2차관도 대구 중·남에서 당선됐다. 특히 새누리당의 경우 공천 과정에서 관료 출신 후보(20명) 중 절반 이상이 경상도와 강남 등 텃밭에 배치되면서 지역주의 현상이 심했던 이번 선거에서 대거 국회에 입성할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의 경제관료 출신 당선자는 6명으로 모두 재선 이상 의원이다. 광주 광산을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용섭 의원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통합당의 공약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또 노무현 정부에서 재경부 장관(부총리)을 지낸 김진표 의원(경기 수원정),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광주 남)은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세균 의원 역시 서울 종로에서 당선되며 ‘거물 정치인’의 자존심을 지켰다.
▲ 이상직(왼쪽), 홍종학 민주통합당 당선자
▲ 이상직(왼쪽), 홍종학 민주통합당 당선자
학계 출신 인사로는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서울 서초을), 유일호 전 한국조세연구원장(서울 송파을), 하태경 전 SK텔레콤 경제경영연구소 수석위원(부산해운대·기장을), 이종훈 명지대 교수는 새누리당 지역구 의원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이만우 고려대 교수,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김현숙 숭실대 교수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특히 안종범 교수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의 싱크탱크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으로 대선을 앞두고 경제·복지 공약 개발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훈 전 연구위원은 노동, 김현숙 교수는 복지 분야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이만구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 비판에 앞장선 것으로 유명하다.

민주통합당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 출신의 홍종학 가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비정규직 문제 전문가로 유명한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다.


함승민 기자 sh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