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경제 내부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총선 이후‘위기설’을 계기로 금융위기 이전에 다수의 지지를 받았던‘디커플링 이론(decoupling theory)’이 틀렸다는‘리디커플링 이론(redecoupling theory)’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리디커플링이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혹은 주가)가 회복될 경우 한국 등 신흥국의 경기(혹은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실제로 달러 자금이 많이 유입돼 신흥국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아졌던 2009년 2분기 이후 선진국 주가와 신흥국 주가는 동반 상승하는 추세다. 그뿐만 아니라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세계 각국의 경제적 연계성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느 한 경제권이 다른 경제권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종전에는 신흥국이 선진국을 따라가는 일방향의 커플링이었다면 최근에는 한국 등 신흥국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위상도 높아짐에 따라 반대로 선진국이 신흥국을 따라가기도 하는 ‘순환적 커플링(circular coupling)’이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순환적 커플링은 증시에서는‘역(逆) 윔블던 현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흥국이 선진국과 디커플링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주도형에서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내수주도형으로 전환, 사회적 안전망(social safety net)의 확충, 보다 탄력적인 환율제도의 운용, 선진적인 경제제도 등 인프라의 구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되나 이는 단기간에 이루기가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특히 내수 확대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할 때 신흥국이 우위를 갖는 중·고급 기술 전자산업은 선진국 수요에 더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등 신흥국들은 리디커플링 현상을 완화시키고 자국 경제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수 확대책을 일제히 추진하고 있다.

리디커플링 옹호론의 시각대로 일부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디커플링 현상이 갈수록 구조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반박한다. 신흥국의 선진국에 대한 수출 비중 저하, 내수 중요성 제고, 양호한 재정 상황, 중국 등 거대 신흥국의 지속적 성장 등 디커플링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커플링 허구론의 근거가 됐던 모기지 사태 이후 동반 경기 침체는 선진국 수요 둔화에 따른 교역 위축의 영향도 있었으나 국제 금융 시장의 신용경색으로 인한 자금 조달 어려움, 기업의 과잉 재고 조정 등에도 상당부분 기인했기 때문이라는 견해다. 또 물가 상승을 우려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기조도 내수 둔화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 시기나 글로벌화 정도와 상관없이 선진국 경기의 침체 시에는 신흥국도 이에 동조해 경기가 하강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번 위기 과정에서도 성장률의 차이가 있지만 선진국이 위기로 경기가 침체되면 신흥국도 침체되고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도 회복되는 추세다.

이런 현상은 특히 금융위기의 발생 시 현저히 나타나는데 이는 실물부문보다 글로벌화가 더 많이 진전돼 있는 금융 시장을 통해 부정적 파급효과가 빠른 속도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시 신흥국이 받는 금융스트레스의 96%가 선진국에서 비롯돼 자금이 경색되면 외국 자본에 의존하는 신흥국 자금 사정은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동시 침체는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고질적인 한국 경제 위기론의 근거로 “리디커플링은 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디커플링 현상은 여러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근거로 “리디커플링은 허상”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논거가 약하다.
[MARKET INSIGHT] 총선 이후 위기론의 실체…‘디커플링 ’과‘ 리디커플링 ’간의 논쟁은?
갈수록 세계 경제의 연계성이 높아져 가는 상황에서 경제권 간의 단절을 뜻하는 엄격한 의미에서의 디커플링이나 리디커플링 현상은 가능하지 않다. 이런 논란보다 중요한 점은 고질적인 ‘위기론’을 사전에 감지하고 차단해 나가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는 것이다. 이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조기 경보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국 등 위기 발생국의 실증 분석을 통해 나타난 현상을 종합하면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거짓 신호’이든 ‘진실 신호’이든 간에 위기 징후가 가장 먼저 포착되는 것은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금리와 같은 각종 위기 관련 프리미엄 지표다. CDS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해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 이상 벗어나기 시작하면 외자 순유입 규모는 줄어들기 시작한다.

상황이 더 악화돼 CDS 금리가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4배 이상 급등하면 외자 순유입 규모는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 이상 줄어들면서 곧바로 유출 단계로 돌아선다. 이때부터 위기에 대한 우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해당국 통화의 절하 추세는 가속화돼 그 폭이 25% 이상 달하고, 위기 발생 연도의 절하율이 직전 연도의 절하율을 10%포인트 상회할 경우 위기 경험국들은 외환보유액을 풀기 시작하고 실물경제도 침체된다.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각국 중앙은행 등의 긴급 자금 지원들이 결정되면 CDS 금리부터 하락 국면에 들어가지만 위기를 낳게 한 시스템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실물경기는 더 침체되고 국민이 고통을 겪는 국면은 상당 기간 지속된다. 이른바 ‘위기 3단계 이론(유동성 위기→금융시스템 위기→실물경기 위기)’이 그대로 적용되는 셈이다.

이를 토대로 볼 때 외자 유출 시점을 포착하기 위한 조기 경보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일단 CDS 금리 등 각종 위기 관련 프리미엄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그것이 ‘거짓 신호’ 여부와 관계없이 ‘파란불(경고 Ⅰ단계)’을 킬 필요가 있다. 그 후 CDS 금리가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2배로 급등하고, 외자 순유입이 줄어들면서 환율 변동이 심하거나 상승세를 보이면 ‘파란불’에서 ‘노란불(경고 Ⅱ단계)’로 한 단계 높인다.
선진국이 위기로 경기가 침체되면 신흥국도 침체 되고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도 회복되는 추세다.
선진국이 위기로 경기가 침체되면 신흥국도 침체 되고 반대로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면 신흥국도 회복되는 추세다.
상황이 더 악화돼 CDS 금리가 장기 평균치에 비해 표준편차의 4배로 급등하고, 외자 순유입 규모가 장기 평균치에 비해 2배 이상 감소하거나 순유출세로 바뀌고,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서면 ‘노란불’에서‘주황 불(경고 Ⅲ 단계)’로 높여 위험수준임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 후 통화절하 폭이 직전 연도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확대되고,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면서 실물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주황 불’에서‘빨간불(경고 Ⅳ 단계)’로 격상시킨다.

이런 조기 경보 체제로 볼 때 통상적으로 ‘경고 Ⅲ’단계에 가면 그때서야 국민이 ‘경제가 잘못되고 있구나’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런 만큼 늦어도 ‘경고 Ⅱ’정도에서만 이를 알아낼 수 있다면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조기 경보 체제는 예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만큼 신속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아직까지 신흥국 자산 수요는 제한돼 있고 선진국 자산을 완전하게 대처할 수 없다. 이는 유입 외자만큼 해외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투자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흥국 자산 수요는 감소해 외자 유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유입 외자 대처법으로 해외 투자를 권장하되 수익이 높게 나는 국가로 유도해야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다.

최근처럼 금리 차와 환차익을 노리는 핫머니 성격이 강한 외자에 대처법으로 크게 다섯 가지 방안이 주로 활용돼 왔다.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 유입 외자를 사들이는 태화 개입(unsterilized intervention), 유입 외자를 사들이되 풀리는 국내여신을 흡수하는 불태화 개입(sterilized intervention), 재정 적자 축소를 통한 금리 인하, 금융시스템 강화 등이다.

그동안 외자 유입이 문제가 될 때마다 신흥국들은 이 방법을 동원했으나 부작용이 크게 발생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영구적 불태화 개입(PSI·permanent sterilized intervention)’이 급부상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방안은 유입 외자에 상응하는 해외 자산을 사들여 통화 가치의 균형을 맞추는 방안이다. 우리도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총선 이후 위기설도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점검해 보면 실현 가능성은 낮게 나온다. 외자 유출입에 가장 효과적인 대책으로 알져진 외환보유액만 하더라도 직접 보유한 ‘1선 자금’과 통화스와프 협정 등을 통해 확보된 ‘2선 자금’까지 포함하면 45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대외 환경이 좀 불리하다 싶으면 고질적인 ‘위기설’이 나돈다. 정책당국은 각종 판단지표로 가능성이 낮게 나오는 데도 왜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한가를 따져봐야 한다. 여러 요인 가운데 잦은 정책 변경, 정부에 대한 신뢰 부족, 부정부패 등으로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경기가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 중에서 부정부패 문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른 때와 달리 총선 이후 우리 경제의 위기설도 이 문제와 깊은 연관이 있다. 독일의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각국의 부패지수(CPI)와 뇌물공여지수(BPI)를 보면 우리는 두 지수 모두가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 발표된 CPI는 43위로 2010년에 비해 오히려 4단계나 떨어졌다.
조기 경보 체제는 예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만큼 신속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조기 경보 체제는 예비적인 성격이 강하고 위기가 발생하면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만큼 신속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2∼3년마다 뇌물을 주는 쪽인 기업 등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되는 BPI가 그 나라의 부패 정도를 파악하는 데 중시된다. 지난해 말 발표된 BPI를 보면 우리는 조사대상 28개국에서 13위를 차지해 2008년 조사 때에 비해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TI의 자료를 바탕으로 발표하는 홍콩의 정치경제위험자문공사(PERC)의 부패지수를 보면 민간 분야에서 조사 대상 아시아 16개국에서 최하위를 기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한 나라의 뇌물과 부패 정도는 시장경제 원리가 활성화되지 못한 국가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이런 국가에서는 시장경제 원리에 맞지 않는 행정 규제와 정치적인 영향력으로 독점적 이윤인 경제적 지대(rent)가 발생한다. 이를 얻어내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은 치열한 로비 활동을 전개하고 이 과정에서 뇌물과 부패가 만연되는 소위‘지대추구형 사회(rent oriented society)’가 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그레이 베커 교수는 뇌물과 부패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각종 규제와 인가, 공무원의 자유재량권 등을 꼽고 있다. 관료의 질, 공공부문의 임금 수준, 정당의 자금 조달 등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연일 터지고 있는 뇌물과 부패 사건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이해된다.

한 나라의 경제성장과 증시 발전에 뇌물이나 부패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시장경제 기반와 행정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는 관료들에게 급행료를 치르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 이하인 저소득 개도국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과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접어들 때 뇌물과 부패 고리를 청산하지 못하면 성장이 멈추면서 증시는 작전주가 판치고 주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은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 경험한 바 있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진입한 해에 외환위기를 당한 것도 이런 각도에서 보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중장기적으로 부자 국가가 될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으로 깨끗하고 투명한 경제시스템을 꼽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도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 시대에 접어들었다. 수출 규모로는 세계 7위다. 하지만 뇌물과 부정부패 사건은 연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 사회지도층 인사와 연루돼 있어 일부 국민 사이에는 한풀이성 소비와 같은 위기 일탈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부정부패를 비롯한 시스템 위기 극복이 지연되면 될수록 각종 착시현상에 따른 투기 요인이 커지는 대신 위기 불감증이 심화돼 왔다는 점이다. 경제 여건이 뒤따르지 않는 고평가 요인이 특정 사건을 계기로 외자 이탈로 연결될 경우 그동안 극복했다고 보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높아진다. 이것이 ‘위기 재귀설’의 실체다.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과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제발전 단계가 높아질수록 뇌물과 부패는 시장 기능을 마비시키고 외부불경제를 초래하면서 경제성장과 증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런 만큼 정책당국은 최근처럼 대외 환경이 악화될 때마다 우리 사회 내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위기설을 근본적으로 불식시켜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확한 현실 진단을 토대로 갈수록 지연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공조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다.

특히 총선 이후 위기설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뇌물과 부패 고리를 근절해야 한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현 시점에서 최소한 네 가지 조치는 시급히 전제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포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솔직하고 뚜렷한 공약이 있어야 하고 어떤 뇌물과 부패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줘야 한다.

각종 규제와 조세 혜택과 같은 정책들을 축소하는 동시에 필요한 규제는 자의적이지 않도록 제도화해 뇌물과 부패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공급 측면에서도 부패와 관련된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한 신상필벌을 해야 한다. 특히 갈수록 문제가 될 정당의 자금 조달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해야 뇌물과 부패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