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빨리빨리는 달리 보면 ‘조급증’이란 우울한 단어와 통한다. 조급증은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많은 사고를 야기시켰다. 자동차 사고나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사고 등은 조급증이 가져온 대표적 피해라 하겠다.
한국인은 남녀 간에 성관계에도 조급증을 보여준다. 충분한 전희조차 없는 성행위는 섹스에 대한 즐거움을 반감시키고 상대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섹스행위는 크게 전희와 삽입 성교 두 단계로 나눈다. 남성과 여성이 섹스를 하는 동안 삽입 전에 먼저 분위기를 띄우고자 애무를 한다. 애무는 성에 대한 거부감과 수치심을 없애고 성적 흥분을 유발시킨다.
성적 흥분은 마치 방아쇠와도 같다. 성적 흥분이 되면 남성은 성기가 발기되면서 애액이 나오고, 여성은 질 분비물이 나오면서 상대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성적 흥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분비물 부족으로 행위가 쉽게 이루지지 못하고, 심하면 통증을 유발시켜 여성으로 하여금 섹스를 거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한국인의 전희 시간은 평균 얼마나 될까. 한국성과학연구소가 2005년 한국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희 시간 ‘5분 이내’가 남성은 27%인 데 비해, 여성은 48.3%로 높게 나타났다. 놀랍게도 과반수에 가까운 여성은 전희 시간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남녀 간 대답에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여성이 생각하기에 과반수의 남성이 하는 척만 하는 ‘성의 없는 전희’를 한다고 생각해서다.
나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전희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전희가 없다’에서 남편의 나이가 29세 이하에선 2.3%, 30대는 5.2%이었으나, 40대는 9.8%, 50대 이상에서는 14.2%나 됐다. 이는 남성들이 나이를 먹을수록 상대를 만족시켜주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다는 뜻이다. 여성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며 40대 중반이 넘어가면 호르몬 이상이 오면서 분비물이 감소한다. 따라서 옛날과 같은 분비물의 양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희 시간을 좀 더 가질 필요가 있다. 남성들이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전희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이든 부부의 생활에 불만요인 중 하나가 잠자리에서 남성들이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아무 때나 잠자리를 요구하며 막상 하더라도 자신만 만족하고는 돌아눕는 경우가 많다.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고 전희도 후희도 없다는 것이 대다수 여자들의 불만이다. 주목할 점은 전희 시간이 짧은 그룹에서 결혼생활 만족도 역시 크게 떨어졌으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빈도도 떨어졌다.
통계에서 보듯이 성생활에서 빨리빨리는 남녀 간에 성에 대한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부부의 성은 함께 만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해 남편들은 아내를 위한 전희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할 것이다. 남성에게 전희 시간이 짧다는 것은 전체적으로 성행위 시간도 짧음을 의미한다. <가루지기전>에 등장하는 변강쇠와 옥녀의 이야기를 모르는 남성들은 없을 것이다. 많은 남성들이 변강쇠와 옥녀가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 밤낮 섹스를 하며 지냈다는 이야기에 감탄하며 부러워한다.
마냥 부러워만 말고 막상 자신의 섹스 시간은 얼마나 되나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노력 여하에 따라 누구든 변강쇠가 될 수 있다. 삽입에서부터 사정까지의 시간은 실제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나 전희에 공을 들인다면 섹스의 전체 시간은 길어질 것이다. 여성의 몸은 시간과 공을 들인 만큼 성적 흥분이 되면서 상대를 원하게 된다. 섹스에 있어서 조급증은 절대 금기다. 조급증을 버리고 지금보다 2배 이상 전희 시간에 할애를 한다면 상대는 감동할 것이다.
이윤수 명동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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