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오랜만에 헤지펀드와 캐리자금 간의‘랑데뷰(rendezvous·만남)’현상이 재현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주가가 오르고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한층 부풀고 있다.

대부분 헤지펀드들은 활동 거점으로 조세회피 지역을 선택한다. 조세회피 지역은 법인이윤과 개인소득에 대한 원천과세가 전혀 없거나, 과세 시에도 아주 저율의 세금이 부과되는 지역을 말한다. 면세 대상과 정도에 따라 조세천국(tax paradise), 조세은신(tax shelter), 조세특혜(tax resort) 지역으로 구분된다.

그중에서 헤지펀드가 활동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가 조세천국 지역이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헤지펀드들의 약 80% 정도가 이 지역에서 활동해 왔다. 세계 3대 조세회피 지역으로 카리브해 연안과 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북동부가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상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추세다.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4년 전 금융위기 이후 위축됐던 헤지펀드의 활동이 재개되고 있다. 헤지펀드 전문 자문업체인 헤네시 그룹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 수는 1만 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투자원금 규모도 1조2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헤지펀드의 활동력을 나타내는 레버리지(투자원금 대비 총투자금액) 비율도 5배 수준으로 회복됐다.

캐리 트레이드는 증권 브로커가 차입한 자금으로 주식과 같은 유가증권의 투자를 늘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때 투자한 유가증권의 수익률이 차입금리보다 높을 경우 포지티브 캐리(positive carry),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 캐리(negative carry)라고 한다. 또 차입한 통화에 따라 엔캐리와 달러캐리, 유로캐리 트레이드로 구별된다.

캐리 트레이드의 이론적 근거는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가 간 ‘자금이동설[m=rd-(re+e), m: 자금 유입규모, rd: 투자대상국 수익률, re: 차입국 금리, e: 환율변동분]’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투자대상국의 수익률이 통화가치를 감안한 차입국 금리보다 높을 경우 차입국 통화로 표시된 자금을 일으켜 투자대상국의 유가증권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대상국과 자금차입국 간의 금리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캐리자금은 엔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하는 와타나베 부인이 주도해 왔다. 당시 일본은 장기간 경기 침체와 선진국 간의 달러 가치 부양을 위한 역(逆) 플라자 합의 이후 ‘제로(0)’수준에 가까운 금리와 엔화 약세를 배경으로 엔캐리 트레이드를 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됐기 때문이다. 2001년 이후에는 달러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하는 스미스 부인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를 계기로 달러 가치가 약세를 보임에 따라 미국계 자금의 차입 금리가 저렴한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엔캐리 트레이드를 웃돌 만큼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유로캐리 트레이드를 주도하는 소피아 부인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Mario Draghi)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취임 이후 금리도 내리고 양적완화와 장기대출프로그램(LTRO)을 동시에 추진하면서 유로캐리 트레이드의 최상의 조건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캐리 자금은 한국 등 신흥국에 집중 유입되고 있다.

최근처럼 헤지펀드와 캐리자금 간에 ‘랑데뷰’현상이 재현되는 것은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유동성만 풍부해서도 안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 통화당국에서 유동성을 공급하더라도 퇴장(hoarding)되기 때문이다. 이런 각도에서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경기진단법으로 가장 각광을 받아온 복합선행지표(CLI)가 지난해 12월 이후 고개를 든 점을 주목하고 있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