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너무나도 유명한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도입부입니다.푸슈킨은 이 시에서 나지막하고도 담담한 목소리로 삶의 진실에 대해 들려줍니다. 누구에게든 삶에는 절망과 고통, 희망과 기쁨이 공존한다는 사실이 그것입니다.
오랜만에 이 시를 떠올린 것은 최근 한 외신에 실린 ‘불 마켓(bull market·강세장)이 돌아왔다’는 제목의 기사를 접하고서였습니다. 미국 발 금융위기와 뒤이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충격이 아직 생생한데‘웬 불 마켓?’이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찬찬히 읽어 보니 나름 근거 있는 분석이었습니다. 이 기사는 ‘투자자들이 미처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이 역사상 가장 큰 상승장 중 하나를 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유럽 금융시장 역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외신은 특히 이 같은 상승장의 원인은 투자자들 사이에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의욕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시카고 선물거래소가 조사해 발표하는 이른바 ‘공포지수(volatility index)’가 5년 만의 최저치로 하락한 점이 그 증거라는 것입니다. 물론 외신의 이 같은 진단이 100% 신뢰할 만한 것은 아닙니다. 외신 역시 “일부 비관론자들은‘현 시장은 과열된 상태’라며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조차 지난 2월 “뉴욕 증시가 단기 불 마켓에 진입했다”고 진단한 바 있으니 말입니다(루비니 교수는 후에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뇌관이 있다’며 여전히 경각심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이쯤에서 시간을 되돌려 미국에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을 때나 유럽 재정위기가 처음 불거졌을 때를 상기해보게 됩니다. 당시만 해도 당장 세계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는 듯했습니다. 그랬던 상황이 이제는 ‘불 마켓’으로 변했다고 하니 푸슈킨의 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패러디해 봅니다.
‘시장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손실을 봤을 땐 참고 견디라. 만회할 날이 오고야 말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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