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처음 필자가 한국에 왔을 당시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리던 현대의 포니·코티나, 신진의 코로나 사이에서 경쾌한 엔진소리를 내며 달리던 피아트 124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피아트 124는 1966년에 이탈리아의 피아트사가 개발한 모델로서,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세단으로 유럽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모델이다. 페라리의 엔진 디자이너 아우렐리 오람프레디의 작품인 피아트 124는 1.2리터 65마력 엔진을 탑재한 수준급 소형차였다. 피아트 124는 피아트사와 제휴를 통해 당시 국내 굴지의 자동차 생산기업이던 아시아자동차에서 생산, 판매해 한국 시장에서 갖는 의미가 컸다.

피아트 124는 실용적이고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 성장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자동차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판매원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오랫동안 정 붙였던 한국을 떠나기까지, 피아트는 근대 한국사를 몸소 경험한 특별한 수입 브랜드였다. 하지만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듯이 피아트 또한 한국에 다시 복귀할 채비를 마쳤다.

이제 피아트는 한국 복귀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40년 전 한국에서 나를 반겨주던 피아트를 이제는 내가 다시 한국에 소개하게 됐다. 크라이슬러 코리아가 피아트의 한국 복귀를 위해 준비 중인 모델은 피아트 500이다.

피아트 500은 독특한 디자인에 내구성과 합리적인 가격으로 경제성까지 갖춘 소형차라는 점에서 피아트 124의 현대판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피아트 500은 2007년에 유럽에서 출시된 이후, 80개국이 넘는 나라에서 폭넓은 소비자층에게 사랑받으며 50만 대 이상 판매됐으며, 하나의 패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모델이다. 피아트 500은 한국 시장 진출로 국내 프리미엄 소형차 시장 대열에 합류하며,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1970년대의 피아트 124가 보여준 것처럼, 모두의 기억에 남는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려운 시절, 기쁜 시절을 함께하고 시대의 감성에 녹아들어야 한다. 업계는 올해 수입차 시장이 14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수입차가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에 가깝게 다가간 것이다.

한국 국민에게 진정으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의 이윤 추구는 잠시 뒤로하고, 열린 마음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는 다양한 CSR 활동을 펼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보다 안전한 자동차 문화 정립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지난날 피아트가 그래왔듯이 크라이슬러 코리아 역시 한국인과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하는 국민 브랜드로 다시금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와 경기 불황에 많은 소비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고효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많은 자동차업체들이 그에 맞춘 다양한 디젤·하이브리드 모델들을 잇달아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있다. 크라이슬러 역시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세단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디젤 모델들을 출시하며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는 피아트의 도입과 함께 소형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발효에 힘입어 기존 모델들의 다양한 가격대, 고성능 SRT, 새로운 파워트레인 등을 적용한 새로운 트림을 추가해 보다 폭넓은 연령층의 소비자와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어필할 계획이다.

국내 자동차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 30~40년 후에도 사람들이 ‘그때 그 차’하며 미소 짓게 되는 브랜드가 되는 것, 그것이 크라이슬러 코리아와 기타 수입 브랜드들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CEO 칼럼] 진정한 국민차의 조건
그레그 필립스
크라이슬러 코리아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