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잘 알려진 피어스 브로스넌(Pierce Brosnan). <007 골든아이>, <007 네버다이>, <007 언리미티드>, <007 어나더 데이> 등 007 시리즈에서의 멋진 활약으로 전 세계 여성들의 ‘팬심’을 사로잡은 그는 ‘최고의 제임스 본드’라는 찬사와 함께 007 제임스 본드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됐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하이힐을 신고 달리는 여자>에서도 그는 나이를 무색하게 하는 깊은 매력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바 있다. 세월을 리드하는 듯 해를 더해갈수록 매력 또한 가치를 더해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브로스넌, 자선사업과 환경운동에도 뜻을 가진 그는 미소만큼이나 따뜻한, 사람 냄새 나는 배우다.
[Fashion of Celeb]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너무 깊은 품격
때론 무겁게, 때론 브로스넌답게

배우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는 카멜레온 같은 변신일 것이다. 그것과 더불어 대중은 그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무엇인가를 기대한다.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작품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그에게 혹자는 “변화가 부족하다”고도 지적한다. 하지만 이는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가 워낙 강렬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가 맡은 다른 배역에서도 제임스 본드의 잔상이 드러난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는 자신을 보여주는 데 주저함이 없다. 각각의 작품을 통해 그만의 아우라를 중량감 있게, 또한 브로스넌답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영화 <맘마미아>에서의 샘은 중년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그의 노래는 세대를 망라한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클래식 슈트를 대표하는 ‘아이콘’ 배우

브로스넌은 ‘슈트’라는 단어와 연관 검색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주 잘 어울린다. 이 같은 사실은 007 시리즈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피어스 브로스넌=클래식 슈트’라는 공식처럼 완벽한 포멀 룩(formal look)을 소화하는 그의 스타일링은 슈트의 정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브로스넌은 한국 브랜드인 ‘갤럭시’ 광고모델로도 활동한 바 있는데, 당시 브랜드 창립 25주년을 기념해 그가 디자인 과정에 직접 참여한 ‘피어스 브로스넌 슈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슈트를 입는 방법에 대한 캠페인 형식의 광고 역시 대한민국 방송광고 페스티벌에서 베스트 매칭상을 수상할 만큼 큰 화제가 됐다.

브로스넌이 출연한 4편의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를 더욱 빛나게 했던 슈트는 모두 이탈리아 브랜드 ‘브리오니(Brioni)’ 제품이었는데, 이후 제임스 본드 슈트로 불리기도 할 만큼 그 유명세는 대단했다. ‘발란타인(BALLANTYNE)’이라는 이탈리아 브랜드 역시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드레스셔츠에 턱시도, 보타이까지 그의 포멀 룩에 결점이라고는 없어 보인다. ‘맞춤’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되지 못하는 완벽한 핏(fit)을 보여주고 있으며, 이러한 슈트에 대한 그의 애정 또한 각별하다고 전해진다. 그의 슈트가 훌륭할 수 있음은 제대로 갖춰 입었기에 가능했겠지만, 또 하나는 그의 인생을 담고 있기에 더할 수 없는 품격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진정 멋있게 늙어가는 남자

‘멋진 남자는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 그가 출연했던 한 광고의 문구다. 제 아무리 제임스 본드라고 해도 세월이 그만 비껴갔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에게 세월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브로스넌은 스스로에게 얼마나 엄격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남자다. 요즘 흔히 말하는 ‘절대 동안’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살아온 세월이 아주 기품 있게 묻어난다.

연륜이 묻어나는 깊은 주름과 흰머리가 세월을 짐작케 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눈빛은 “멋있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지 않는가. 점점 더 멋있게 늙어가는 브로스넌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글 위미경 동덕여대·경북대·세명대 패션디자인과 강사 사진 제공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