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22번째를 맞이한 SIHH는 유난히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시계들이 대거 선을 보였다. 특히, 시계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에디터도 시각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닌 독특한 기술로 돋보이는 시계들을 보고 마음이 흔들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계 각각의 부품이나 관련 기술에 관해 듣고 있으면 마치 새로운 세계의 암호문을 접하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다. 또한 새롭게 개발된 기술들과 기능들을 가리키는 용어라면 그 난이도는 배가 된다. 그래서 준비한 소(小)사전, 해마다 제네바에서 열리는 SIHH 관전을 도울 시계 용어 풀이다.
[2012 SIHH in Geneve] 2012 SIHH 관전을 도울 시계 용어 소사전
매뉴팩처 manufacture

한 마디로 시계 조립공장을 말한다. 영어 매뉴팩처는 일반적인 공장(Factory)과는 다르다. 수작업이 주로 이뤄지는 작업장이란 뜻에서 손을 뜻하는 매뉴(Manu)가 붙었다. 전통적인 시계산업에서는 오트 오를로제르(Haute Horlogerie)라고 불리는 시계 장인이 수작업으로 시계를 만들어왔다.


무브먼트 movement

시계 안의 기계장치를 말하는 것으로 자동차로 치자면 엔진이랄 수 있다. 시계의 무브먼트는 크게 쿼츠(Quartz) 무브먼트와 기계식 무브먼트로 나눌 수 있다. 쿼츠 무브먼트는 배터리로 작동한다. 기계식 무브먼트는 태엽을 감아 작동시키는 핸드 와인딩(Hand winding) 무브먼트와 시계를 착용하고 움직이면 로터(Rotor)라 불리는 회전추가 자동적으로 태엽을 감아 주는 오토매틱(Automatic) 무브먼트로 나뉜다.


칼리버 caliber

통상 cal.로 표기되는 칼리버는 시계의 무브먼트를 회사마다 관리하기 위한 ‘모델 넘버’ 정도로 알고 있으면 된다. 제작된 무브먼트가 워낙 많아 구분하기 위해 제작사의 이름이나 숫자 등을 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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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비옹 tourbillon

투르비옹은 중력으로 인한 시간 오차를 최소로 줄여주는 특별한 장치다. 오토매틱 무브먼트 워치(손목의 운동으로 태엽이 자동으로 감겨 전지가 필요 없는 시계)에 중력이 작용해 시간 오차가 생기는 것을 보정하는 장치로 1795년 스위스의 시계 장인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가 발명했다. 프랑스어로 ‘회오리 바람’이라는 뜻의 투르비옹은 세계 시계 제작자 중 일부만이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며 투르비옹이 탑재된 시계는 기본 1억 원 이상이다.



문페이즈 moonphase

말 그대로 달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구에서 보이는 달은 29일 12시간 44분을 주기로 모양이 바뀌는데, 문페이즈는 2~3개의 둥근 달을 그린 디스크를 돌려 이를 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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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즈 hands

시곗바늘을 말하며 브랜드마다 다양한 디자인이 있다.

크로노그래프 chronograph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Chronos)와 ‘쓰다’라는 의미의 그라페인(Graphein)을 합성한 용어. 말 그대로 시간을 기록하는 쉽게는 스톱워치 기능이라고 이해하면 되지만, 현재 시간을 보여주면서 독립적인 시스템으로 시간을 측정하므로 단순한 스톱워치와는 차이가 있다. 기계식 시계의 경우 시간에 해당하는 무브먼트 위에 크로노그래프 기능을 담당하는 부품을 부착해 제작한다. 다이얼에 시, 분, 초에 해당하는 독립적 카운터를 만들어 표시하는데 브랜드마다 2개 또는 3개로 다양하게 디자인한다. 카운터의 개수에 따라 각 카운터가 표기하는 시간 단위가 다르게 구성된다. 크로노그래프는 속도나 거리, 인체의 맥박까지 측정이 가능하다.


크로노미터 chronometer

역사적으로 정확한 시간을 측정하는 기계를 일컫는다. 현대 시계 시장에 와서는‘크로노미터’라는 단어는 스위스의 시계 인증기관인 C.O.S.C(Controle Officiel Suisse des Chronometres)의 인증을 통과한 무브먼트가 사용된 시계를 일컫게 된다. 또한 크로노미터 인증 무브먼트의 약 6%는 쿼츠 무브먼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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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페추얼 캘린더 perpetual calendar

매달 30일이나 31일로 끝나고, 2월은 28일로 끝나지만 4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윤년에는 29일까지 자동으로 구별하는 캘린더 기능이다. 보통 기계식 시계의 경우는 이런 날짜 변화들을 직접 맞춰줘야 하지만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그럴 필요가 없다. 현재 나오는 퍼페추얼 캘린더는 2100년까지 날짜나 연도를 보정할 필요 없게 프로그램돼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 100여 개가 넘는 부품과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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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트 리피터 minute repeater

시계를 보지 않고 소리만으로 시각을 알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 1710년경 독일에서 개발돼 회중시계에 장착된 미니트 리피터는 아브라함 루이 브레게에 의해 완성됐다. 시각장애인이나 어둠 속에서 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 보통은 분과 시를 각기 다른 소리로 알려준다.



레트로그레이드 retrograde

일반적인 시계가 한 바퀴를 회전하며 시간을 측정 한다면 레트로그레이드는 부채꼴 모양의 특별한 인덱스를 통해 시간을 보여준다. 바늘이 인덱스의 끝까지 도달하면 순식간에 다시 0으로 되돌아가는 독특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grande complication

일명 초복잡 시계라고 불리는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는 최소한 3개 이상의 컴플리케이션이 조합된 아주 복잡한 형태의 타임피스를 의미하는 용어다. 시계를 구성하는 컴플리케이션으로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퍼페추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미니트 리피터를 말하는데, 최근 들어 투르비옹까지 일반적인 컴플리케이션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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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젤 bezel

다이얼 윗부분에 부착돼 유리판(또는 크리스털)을 단단히 감싸고 있는 테두리 부분. 크로노그래프 시계의 경우는 베젤에 눈금을 새겨 돌아가도록 하거나 세라믹, 티타늄 등 케이스(시계 원판)와 다른 소재로 제작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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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 스켈레톤 dial & skeleton

시계의 얼굴. 즉 시, 분, 초침 등 시계의 모든 정보가 표시되는 면을 다이얼이라 한다. 스켈레톤은 다이얼을 투명한 글라스로 덮어 그 안의 무브먼트를 그대로 노출시킨 시계를 말한다.



글라스 glass

손목시계 윗면이나 아랫면에 부착하는 투명한 소재. 초창기 시계에 사용한 크리스털 글라스는 스크래치에 강하지만 갈라지거나 부서지기 쉬웠다. 1940년대 초에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플렉시글라스(Plexiglass) 같은 합성 소재를 즐겨 사용했는데 잘 깨지지 않는 대신 스크래치에 민감했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은 모즈 경계도 9에 해당할 정도로 견고하고 스크래치에도 강해 현재 널리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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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 crown

‘용두’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시계 오른편에 위치. 와인딩 스텝이라는 부품과 연결돼 시계에 동력을 전하는 메인 스프링을 감아주는 장치다. 시침과 분침을 돌려 시간을 맞출 때도 사용한다. 보호막인 크라운 가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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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시계, 기술을 넘어 시간의 예술품으로 승화되다
[2012 SIHH in Geneve] 2012 SIHH 관전을 도울 시계 용어 소사전
이번 2012 SIHH에서는 여성 시계뿐만 아니라 남성 시계에도 섬세하게 표현된 에나멜링 기법, 화려한 보석을 사용한 젬 세팅 등의 예술을 입은 시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로망은 장인들의 수작업으로 제작된 시계들을 언제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가격이야 우주 속 저 멀리만큼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부품 하나 하나 세공하고 조립하고 하나의 작업이 몇 시간에서 1여 년까지 필요했던 제품을 마주하게 된다면, 그 시계는 어떤 가격도 적당치 않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시계라는 제품이 주는 기능성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겠지만 진정한 장인의 시계에는 미학과 과학, 그리고 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짐으로써 감동을 전하고 있다. 어느덧, 손끝으로 완성해가는 시계는 단지 눈으로만 읽는 기계가 아닌 마음으로 읽고 함께 시간을 공유하는 가치 그 이상의 예술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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