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WM본부 강남WM센터 장정옥 이사

장정옥 하나금융 WM본부 강남WM센터 이사는 1994년부터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자산관리를 해온, 1세대 웰스매니저(WM)다.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고액자산가들을 만나면서 그는 ‘그들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깨달았다.
[부자들의 자산관리] 신규 자금, 단기 상품에 넣고 기회를 기다린다
하나은행은 국내 은행으로는 최초로 프라이빗 뱅킹(PB) 서비스를 시작한 PB의 명가다. PB 서비스를 빨리 도입한 덕에 하나금융에는 고객과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해온 프라이빗 뱅커(PB)들이 적지 않다. 장정옥 하나금융 WM본부 강남WM센터 이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장 이사는 1994년, 하나은행 최초의 PB센터인 삼성지점에서 고액자산가들을 만났다. 초기에 PB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고객 중에는 전통적인 부자들이 많다. 지금은 자수성가로 부를 이룬 1세대부터 부모 세대에게 부를 물려받은 2세대, 3세대까지 다양한 고객을 만나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원칙에서 찾는 부자의 특징

장 이사는 1세대 고액자산가들의 일을 대하는 태도나 세상에 대한 통찰력 등을 보며 ‘성공할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고 한다. PB로서 고객의 부를 늘려주는 것과 동시에 그는 고객들의 모습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점을 배웠다.

장 이사는 부자들의 특징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얼마 전 하나금융그룹 드림소사이어티 행사에 강연자로 나섰던 일본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교세라 회장의 12가지 경영 원칙을 이야기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회장이 말한 12가지 경영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대의명분이 있는 사업 목적을 가져라.

2.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과 공유하라.

3. 열렬한 소망을 가슴에 품어라.

4. 남보다 더 노력하라.

5. 매출은 최대화, 비용은 최소화하라.

6. 가격 결정이 곧 경영이다.

7. 바위도 뚫을 강한 의지를 가져라.

8. 불타는 투혼을 간직하라.

9. 매사에 용기를 갖고 임하라.

10. 항상 창조적인 일을 하라.

11. 배려하라. 장사엔 상대방이 있다.

12. 어떤 역경에도 밝게 행동하라.



그가 만난 부자들은 대부분 이나모리 회장의 12가지 경영 원칙과 흡사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이나모리 회장처럼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들려주는 이야기에 그런 통찰력이 녹아있었다.

“그걸 아주 알기 쉽게 설명해주시거든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저런 태도’라면 어디를 가도 성공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테면 ‘종업원을 동반자처럼 여긴다’거나, ‘장기적인 계획보다 일상에 최선을 다한다’는 식이다. 그리 어려운 말도 아니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진리다. 문제는 실천이다. 부자와 일반인의 차이는 이 말을 삶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는 데 있다.

부를 일구는 과정에서도 실천력이 주효했다. 부자들은 평소에는 위험을 관리한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걸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금융 상품에 투자하더라도 일반인에 비해 기대수익률이 오히려 낮다. 그러다가도 기회가 오면 과감하게 ‘지를’ 줄 안다. 일반인들이 불안에 떨 때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IMF 때 그랬고, 금융위기가 닥쳤던 최근에도 그랬다.

부자들은 일반적으로 ‘촉’이 발달했다. 기회가 오면 그 ‘촉’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런 통찰력을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세법이 삼성을 뒤쫓아 가면서 세분화되고 발달됐다고 하듯이, 부자들의 투자 패턴을 따라가다 보면 부의 법칙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부자들도 움츠러들게 마련입니다. 일반인과 다른 점이라면 움츠리고 있으면서 항상 기회를 살핀다는 점입니다. 부자들은 기회가 오면 그걸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기에는 부자들도 움츠러들게 마련입니다. 일반인과 다른 점이라면 움츠리고 있으면서 항상 기회를 살핀다는 점입니다. 부자들은 기회가 오면 그걸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최근 부자들의 투자 패턴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기에는 부자들도 움츠러들게 마련이다. 숨을 죽이면서도 다가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다가올 그때를 위해 자금을 대기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신규 자금은 채권형 랩이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물에 넣어두고 포트폴리오 조정 시기를 기다리는 거죠.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신탁(ELT) 등 안정적이면서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도 관심을 사고, 주식형 적립식 펀드도 꾸준히 수요가 있습니다.”

부동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대박을 꿈꾸지 않는다. ‘부동산이 최소한 인플레이션은 헤지하겠지’ 하는 생각도 많이 줄었다. 다만 포트폴리오를 위해 요지의 상업용 부동산은 꾸준히 수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지금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기라고 보면 된다. 그러나 상반기에도 주식이든 기업이든 싸게 살 기회가 한 번 정도는 올 거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고액자산가들에게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입니다. 그들 주변을 보면 법조나 정계, 경제계 인사들과 폭넓은 네트워크를 발견하게 됩니다. 고액자산가들은 그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부를 늘리고 한발 더 나아가 자산 이전까지 하거든요.”
자산 이전에도 고액자산가들은 일반인들보다 한 발 앞선다. 고액자산가들은 단순히 부를 물려주기보다 돈에 대한 태도나 철학을 생활 속에서 가르치려 한다.

북한에서 월남해 부를 이룬 한 고객이 대표적이다. 혈혈단신 월남해 부동산 자산만 5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그는, 서울 강남 요지에 부동산을 소유했다. 월남해 자수성가한 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그도 무척 검소했다. 그게 가풍으로 이어져 2세인 자녀도 무척 검박했고,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니며 스스로 어느 정도의 부를 이뤘다. 선친은 보험을 통해 상속세 정도를 마련해주고, 나머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자산을 이전했다. 이런 가풍은 3세대인 손녀에게까지 이어져 자신의 분야에서 열심히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또 다른 특징을 꼽자면 부의 사회 환원에 누구보다 앞장선다는 점입니다. 지금이야 사회 환원이 사회적인 관심사지만, 1990년대 중반에는 관심을 갖는 사람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당시에도 고객 중 종교단체 등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한 분들이 있었거든요. 전통적인 부자일수록 사회 환원에 관심이 많은 듯해요.”



신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