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 M 파이낸셜 컨설팅 대표

김시영 M 파이낸셜 컨설팅 대표는 삼성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 임원을 지낸 금융인이다. 삼성생명 미국법인장으로 미국에 머물며 은퇴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2009년 12월 은퇴 설계에 특화된 M 파이낸셜 컨설팅을 차렸다. 은퇴자와 예비 은퇴자들을 위한 김 대표의 지상 특강에 초대한다.
[CEO Interview] 저평가된 자산주·배당주에 은퇴의 해법 있다
김시영 대표의 M 파이낸셜 컨설팅은 은퇴에 특화된 재무 설계를 제공한다. 일반 보험 상품도 판매하지만 투자 상품을 주로 취급한다. 주식을 중심으로 한 투자 컨설팅을 한다는 점에서 M 파이낸셜 컨설팅은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일반적인 은퇴 설계와 차별화된다.

김 대표가 이런 차별화된 재무 설계를 제공하게 된 것은 미국에서의 경험이 계기가 됐다. 삼성생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1998년 미국법인장을 맡으면서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미국 생활은 메트라이프생명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7년간 이어졌다.



투자의 세계로 인도한 미국 생활

당시에도 일부 국내 보험사들이 은퇴 설계를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연금보험을 파는 수준이었다. 다른 금융기관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들은 영역 간 장벽 때문에 모든 금융 상품을 망라해 서비스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런 한계를 일찍 경험하고 작은 부티크 형태의 컨설팅사들이 맞춤형 재무 서비스뿐 아니라 투자 교육을 해왔다. 퇴직연금을 통해 일찍 투자에 익숙해진 것도 은퇴 설계에 도움이 됐다. 은퇴 설계도 투자 관점에서 이루어진다.

미국 현지에서 그걸 지켜보며 그는 투자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회사 일을 하는 틈틈이 주식을 공부해 미국 증권거래사 자격증도 따고, 투자 클럽을 만들어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국에 돌아올 때쯤 그는 투자에 관한 한 나름의 철학을 가진 투자자가 돼있었다. 그가 그렇게 변하는 사이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개인의 지적 능력은 높지만, 재무 설계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였다.

은퇴에 대비한 재무 설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확산됐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모지였다. 작은 변화라면 정기적인 수익이 나오는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 정도였다. 그마저도 너도나도 투자에 뛰어들다 보니 가격이 올라 투자 수익률은 고작 5% 수준이다.

임대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는 걱정이 없다. 하지만 임대인을 구하지 못해 공실이 생긴다면 그 수익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부동산의 태생적 한계인 유동성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은퇴 이후 가장 중요한 것이 현금흐름인데, 공실과 유동성 한계라는 위험을 알면서도 부동산에 쉽게 투자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자신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친구 중에도 금융권에 있거나 기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있습니다. 세계 경제나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들입니다. 그런데 ‘너, 은퇴 설계는 어떻게 하고 있니’라고 물어보면 시원한 답을 못 내놔요. 밖에서는 강의도 잘 하면서 말이죠. 그걸 보면서 은퇴에 특화된 M 파이낸셜 컨설팅을 차리게 된 겁니다.”


연금보험은 젊은 나이일수록 유리

고객이 찾아오면 전체적인 재무 상황을 체크한다. 기본적으로 보험이 필요하다면 보험 상품도 판매한다. 오랫동안 보험사에 몸담았기 때문에 보험 상품에 대해서는 그만한 전문가도 없다. 그는 은퇴를 위해 개인연금을 드는 게 좋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제가 연금보험에 가입할 때 고정금리가 8.5%였어요. 당시 시중금리가 10%가 넘었으니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매달 20만~30만 원씩 급여에서 공제했더니 죽을 때까지 매월 150만 원을 받게 됐습니다. 지금은 금리가 낮아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매월 50만 원을 넣어서 55세부터 죽을 때까지 100만 원 이상을 받는다면 그 정도 기회비용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40대 초반 이전이라면 연금보험은 드는 게 좋습니다.”

기본적인 보장이 갖추어졌다면 본격적인 재무 설계에 나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자금으로 10억 원, 혹은 15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샐러리맨 중에 살 집을 제외하고 그 정도 금융 자산을 보유한 이는 많지 않다. 그 정도가 준비된 사람도 4~5%대의 이자나 낮은 임대수익으로 윤택한 생활을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는 은퇴를 준비하며 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 중에는 건전성과 지속성을 고루 갖춘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 그는 이런 기업 중에서도 저평가되고 배당도 많이 주는 회사를 찾았다.

“시가의 12%를 배당하는 회사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구나 한국에서 50년 이상 성장해온 중견 금융기관이라면요. 국내 기업 중에는 훈련된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분의 80% 이상을 가진 곳도 있습니다. 배당도 7~8% 가까이 하고요. 이런 회사의 주주가 된다면 즐겁지 않겠습니까.”
흔히 주식 투자는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가총액에 비해 자산이 월등히 많고 기업 가치도 높은 저평가주는 현금흐름이나 리스크 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흔히 주식 투자는 위험이 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가총액에 비해 자산이 월등히 많고 기업 가치도 높은 저평가주는 현금흐름이나 리스크 면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잘못된 투자 관행이 주식에 대한 선입견 불러

한국에 돌아온 후 그는 이런 식으로 주식투자를 해왔다. 적잖은 성과도 거뒀다. 약 1억4000만 원이던 종자돈이 지금은 10억 원 이상의 부동산과 1억5000여만 원의 보험 자산, 그리고 20여억 원의 금융 자산으로 불어났다. 컨설팅을 시작한 후에는 고객들의 돈도 함께 불어났다. 지난해 한 고객에게는 60% 이상의 수익을 안기기도 했다.

“은퇴 후의 투자는 안 터지는 게 중요합니다. 한 번 터지면 회복이 안 되니까요. 그런데 국내 주식투자자들은 안 터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2배, 3배를 먹는 데만 관심이 쏠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위험도 많이 따르는 거죠. 기업 중에는 시가총액은 1000억 원인데, 자산가치가 3000억 원인 곳도 있습니다. 이런 내실 있는 기업을 찾는 게 투자자의 몫입니다.”

물론 은퇴 설계를 이야기하면서 주식투자를 권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이 주식에 투자했다 한번쯤 실패를 경험했거나, 평생 주식투자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이다.

금융 전문가들조차 주식투자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그는 생각이 다르다. 금융인이 자본시장을 모르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투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은 잘못된 투자 습관에서 비롯된다. 대표적인 게 재료에 일희일비하는 현상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신제품 하나를 개발했다면 환호성을 지른다. 하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는 개발이 끝이 아니다. 기업의 가치는 개발 사실이 아니라, 개발한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는지에 달렸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그런 사실까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김 대표는 이런 잘못된 투자 환경의 이면에 매매차익에 의존한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대다수 국내 투자자들은 매매차익을 기대하고 주식에 투자한다. 매매차익을 좇다 보니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고, 종목의 턴오버가 빠를 수밖에 없다.

“물론 배당금 12% 주식이 항상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이 그 주식의 가격을 그대로 두지 않겠죠. 상황에 따라 종목 선택을 잘 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필요한 겁니다. 영원한 정답은 없습니다.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일찍 시작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게 중요한 거죠.”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