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a Espana
음식도 음식이지만 분위기가 좋아 즐겨 찾는 레스토랑이 있다. 때론 그 공간에 모이는 사람들 각자가 뿜어내는 이야기보따리가 주방장의 손맛을 제치고 가장 좋은 안줏거리가 되기도 한다. ‘스토리텔링’이 화두인 시대, 그냥 지나치기 아쉬운 맛집을 찾았다.‘스페인의 집’,‘카사 에스파냐(Casa Espana)’가 그곳이다.

‘스페인의 집’이란 의미의 ‘카사 에스파냐’는 바로 그 경계선 언저리에 있다. 주택가와 가까운 언덕길을 무심히 내려오다 보이는 시원한 통창과 빨강의 강렬한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카사 에스파냐 실내에는 그야말로 스페인에 있을 법한 집 한 채를 들여놨다. 건축법 때문에 실제로 2층을 사용할 순 없지만 2층짜리 스페인 가정집을 구경할 수 있다. 실내 곳곳에 스페인에서도 오래전에 볼 수 있었던 광고판까지 있어 센스 있는 주인장이 누구일까 궁금해지는데, 알고 보니 건축가 김태섭 씨다. 홍익대 앞 ‘상상마당’을 기획한 실력가답게 스페인하고도 바르셀로나의 느낌을 살리는 데 전문가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스페인의 오래된 잡지를 공수해 잡지 속 광고를 벽화로 재현하는가 하면, 아예 잡지를 찢어 바닥에 심어(?)두기까지 했다. 카사 에스파냐를 방문한 스페인 고객 가운데는 화장실에 있는 광고에 나오는 약국이 실제로 어린 시절 단골 약국이었다며 스페인으로 돌아가 그곳 신문에 한국의 카사 에스파냐를 소개했을 정도. 스페인 사람들, 스페인에서 특별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카사 에스파냐는 오래된 사진첩 속 ‘그때 그 시절’이 되고 있다.
우리식으로 따지자면 밑반찬이랄 수 있는 스페인 타파스 문화를 보급하고 싶었던 주인장은 길을 가다 부담 없이 타파스 하나에 맥주 한 잔 걸치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땅 덩어리가 넓어 지역마다 음식 문화가 조금씩 다른 스페인에서 사장이 ‘점찍은’ 지역은 ‘스페인의 전라도’라고 불리는 바르셀로나.
해산물과 육류, 채소 등 식재료가 풍성한 바르셀로나 음식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주인장 내외와 주방장은 실제로 스페인에서 3대째 식당을 운영 중인 집안의 딸(요리사)에게 3개월간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고. 하지만 혀는 물론 속을 찌를 듯 맵고 소금 간이 강한 오리지널 바르셀로나 요리를 송두리째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따랐다. 현재 카사 에스파냐의 요리는 매운맛과 짠맛의 수위 조절을 한 결과. 하지만 마늘과 세계 최고 품질의 올리브오일을 아낌없이 쓰는 요리 스타일은 한국인들에게는 건강식으로 어필하기에 충분하다.
![[Gourmet Report] 사람, 이야기,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아로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1/AD.25103099.1.jpg)
17가지가 넘는 타파스 메뉴를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주방장은 여성들에게 인기 만점이라는 새우 크로케타를 권했다. 일본 ‘고로케’의 원조가 스페인의 크로케타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크리미한 속이 바싹바싹한 튀김옷과 어우러지는 식감, 코끝을 은은하게 달래 오는 향신료 향이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부르는 맛이다.



Information
위치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 616-14
영업시간 오전 12시~오후 11시 30분(월요일 휴무)
가격 샐러드 9500~1만8000원, 타파스 6000~1만8500원,
파에야 1만5500~2만9500원, 파스타 1만6500~2만3500원,
메인 디시 2만5000~3만9000원, 런치 파에야 6500~7500원,
런치 세트 1만3000~1만9500원, 브런치 플레이트 8000원
기타 주차장 있음. 와인 40여 종
문의 02-563-4567, www.casaespa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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