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중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게 노후 불안이다. 노후 불안은 취약한 노후 준비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을 통해 노후 준비에 철저를 기할 필요가 있다.
‘노후 불안’독감에는 ‘사적 연금’주사가 제격
시장조사기관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은퇴 준비의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는 사람은 90%에 이르는 반면에 은퇴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은 채 40%도 되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에 버금가는 사람이 아예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여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 것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은퇴를 맞는 베이비붐 세대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 중 가장 기본적인 노후 보장 수단인 국민연금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비중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758만 명의 베이비부머 중 2011년 11월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사람은 49.2%인 373만 명에 불과하다.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10년 이상 납부자는 33.8%인 약 257만 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받을 수 있는 월 평균 수령액은 45만8000원에 불과하다. 20년 이상 가입해 완전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월평균 연금액도 77만 원에 그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추정한 노인 부부의 적정 생활비 174만6000원은커녕 최저 생활비(122만 원)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생계비를 벌기 위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올 3월 이후 매달 10만~20만 명씩 늘어나 300만 명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노후 불안은 현재 한반도에 유행하는 가장 지독한 독감 중 하나다. 사적 연금은 노후 불안을 예방하는 가장 안전한 예방주사다.


이 결과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총 고용인원의 30% 수준인 573만 명이나 된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한국일보가 한국자영업자협회 등과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4.3%의 월평균 순이익이 4인 가구 최저 생계비인 144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며, 매달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응답도 16.3%나 됐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경기가 예전만 못한 가운데 베이비붐 세대 은퇴자들이 대거 생계형 창업에 나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이러다간 ‘노후 준비 부족→창업→빈곤층 전락→노후 불안 확산’이라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까 봐 걱정이다. 돌파구는 없을까. 그 답은 바로 사적 연금에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은 떨어지고, 다른 공적 보장의 확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노후 불안이라는 독감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사적 연금이라는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사적 연금의 대표주자는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일과 연계된 노후 보장 수단이란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일의 성과가 퇴직연금에 쌓이는 자금의 크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해 높은 성과를 거두면 퇴직연금에 쌓이는 노후 자금이 그만큼 더 커진다는 의미다. 퇴직연금을 통해 더 많은 노후 자금을 쌓기 위해서는 몸값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연금도 이와 유사한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보험료 테이블이 정해져 있어 최고 테이블 수준에 이르면 아무리 급여가 많이 오르더라도 더 이상 보험료 인상은 없다. 이는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없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퇴직연금의 장점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퇴직연금을 활용해 노후 자금을 더 많이 쌓는 방법은 또 있다. 추가 납입과 자산 배분을 잘 활용하는 것이다. 추가 납입은 월급과 관계없이 여유자금을 퇴직연금 계좌에 납입해 퇴직연금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게 납입된 자금은 운용수익에 대한 세금이 인출 시점까지 이연돼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노후 준비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교육은 물론 적립금 운용 현황을 문자 메시지로 안내하는 사업자가 있기 때문이다. 개인연금에는 없는 매우 소중한 혜택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자산 배분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확정기여(DC)형에 가입하면 위험과 수익 구조가 상이한 자산에 적립금을 분산해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높은 기대수익을 누릴 수 있다. 퇴직연금의 가입 기간은 일하는 기간과 함께 하기 때문에 매우 길다. 이는 위험상품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크게 줄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익률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종목 선택도 타이밍도 아닌 자산 배분이라는 투자 세계의 지혜를 잘 활용해야 할 요즘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노후 보장에 구멍이 뚫린 상태에서 은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개인연금은 소득공백기의 가교연금

개인연금에는 세제적격 상품과 비적격 상품이 있다. 세제적격은 연간 400만 원 한도 내에서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 혜택이 있는 개인연금을 말한다. 흔히 개인연금저축이라고 부르며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은행에서는 연금저축, 증권사에서는 연금펀드, 보험사에서는 연금보험이라고 한다. 이들 모두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10년간 불입하면 5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한편 주로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비적격 개인연금은 적립금을 운용하는 방법에 따라 일반·변액·자산연계형으로 구분된다. 변액연금보험은 보험료 중 일부를 주식이나 펀드 등에 투자해 발생한 이익을 연금으로 지급하는 상품을 말하며, 자산연계형 연금보험은 특정 지수나 자산에 연계해 운용하는 상품을 말한다.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에 연금보험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증가(63.3%)했으며, 노후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76.5%에 달했다. 하지만 61.8%는 연금보험에 가입했을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을 꼽았다. 이런 점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변액연금을 활용하면 된다. 개인연금에 가입할 때 남성은 자신보다 젊은 아내를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연금에 가입할 때 피보험자를 아내로 정해두면 남편 사망 후 아내가 연금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 사망 후 홀로 10년을 보내야 하는 아내를 배려한다면 가장 적합한 상품일 수 있다.

최근에는 보험 상품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금 받는 종신보험’이다. 종신보험하면 가입자가 아닌 본인의 유족들을 위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연금 받는 종신보험’은 이런 틀을 깼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상품이라 하겠다. 즉 일정 시점에 생존해 있으면 주계약 보험료의 50%를 지급해 노후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 외에도 100세까지 연금 지급을 보장하는 즉시연금 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사적 연금을 잘 활용하면 노후 불안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주된 직업에서 물러나는 50대 중반 경에서부터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시점까지의 소득공백기를 훌륭하게 메워줄 수 있다는 점은 사적 연금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하겠다.

이른바 가교연금(bridge pension)으로서의 역할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직장인의 대부분은 55세를 전후해 은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연령은 65세로 점차 늦춰지고 있다. 길게는 10년 정도의 소득공백기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를 보릿고개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사적 연금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인생 100세 시대다.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