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지속과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라는 이중고에서 투자자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머니는 새해를 맞아 은행과 증권, 보험사를 대표하는 프라이빗 뱅커(PB)들에게 2012년 유명 투자처를 물었다.

세계 경제에 불안요소가 쉬 걷히지 않고 있다. 남유럽 국가의 국채 수익률 오름세가 아직 꺾이지 않고 있고, 유로존 경제 성장도 부진할 전망이다. 각국의 긴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 불안은 2012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프랑스 대선(1차 4월·2차 5월) 등의 정치 일정과 이탈리아의 대규모 국채 만기 도래(2~4월)가 예정된 2012년 상반기는 유럽을 둘러싼 불안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2년 2분기 중후반부터는 물가 하향 안정 지속과 경기 개선 기대에 힘입어 투자 여건이 다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등 여러 신흥국의 소비자 물가가 이미 고점을 확인했고, 2012년 들어서는 선진국에서도 물가 하락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2012년 2분기부터는 인플레이션이 안정된 가운데 성장 모멘텀이 개선되는 리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면서 위험자산인 주식의 투자 매력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대다수의 PB들은 내다봤다.

전반적으로는 2012년에도 높은 수익보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과 인플레가 둔화되는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주식보다 채권과 같은 중저위험 자산의 투자 전망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진다.

이를 반영하듯 많은 PB들이 국·공채나 채권형 펀드를 최우선 투자처로 꼽았다. 지수연계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한 PB들도 적지 않아 모두 9명이 지수연계형 ELS를 선택했다. 안전자산인 금이 그 뒤를 이었고, 적립식 펀드와 도시형 생활주택을 중심으로 한 상업용 부동산이 다음 순이었다.
[2012 자산시장 대전망] 은행·증권·보험 대표 PB들의 선택! 2012년 유망 투자처 7선
PB들이 선택한 2012년 유망 투자처 7선

1. 국·공채 & 채권형 펀드

채권의 가격은 금리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채권 투자의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 2012년 한국은행이 세계 경제의 침체에 선제적으로 반응해 상반기 두 번의 금리 인하(50bp)가 이뤄질 것으로 보는 것이 시장의 컨센서스다.

이러한 시장의 컨센서스를 감안할 때 최소한 채권의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타당한 의사결정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세계 경제의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경우 금리 상승의 위험성이 줄어들면서 당분간 채권의 가격은 강세로 유지될 것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에 안전자산으로서 채권을 일정 부분 편입시키는 것은 매우 타당한 투자 의사결정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채권 중에서도 위험성이 높은 고금리의 회사채 비중을 늘릴 것인지, 위험은 낮지만 금리 또한 낮은 안정성 높은 국채에 투자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고민의 여지가 있는 듯하다.

2012년 세계 경제의 문제들이 글로벌 차원의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 하방 리스크가 더욱 크다고 볼 때 리스크가 높은 회사채 등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투자라고 생각된다. 포트폴리오 내의 안전자산 편입으로는 국채를 위주로 하되 공사채 등을 부분적으로 편입하는 전략이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포트폴리오 구축 전략이라고 생각된다.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동유럽 등 여러 나라 국채에 분산 투자하는 신흥국 국채의 평균 금리는 6~7%로 국내 국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최근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며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있지만 유럽의 신용경색이 완화된다면 신흥국 통화는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저금리의 선진국 자금이 높은 금리를 찾아 경제 체질이 개선된 신흥국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인 현 시점에서 분할매수 방식으로 투자한다면 ‘고금리 수익+환차익+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자본 이득’까지 기대할 수 있다.



2. 지수연계형 ELS

금융 위기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가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유럽의 재정위기와 세계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 예상된다.

ELS(Equity Linked Security)는 주가연계증권이란 말로 주가지수 또는 개별 종목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일정한 조건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면 현재보다 상승해야만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주식형 펀드의 매력은 떨어지지만 오히려 ELS의 수익률은 높게 제시되기 때문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여러 구조의 ELS가 있지만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안전한 구조의 ‘노 노크 인 스텝 다운(no-knock-in step-down)’ 구조의 지수형 ELS와 원금이 보장되면서 예금금리+알파(α)의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ELS를 추천한다.

노크 인(knock-in) 조건 ELS는 장중에 한 번이라도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지고 상환 조건을 끝까지 충족하지 못하면 손실을 입게 되지만 노 노크 인은 장중에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진 적이 있더라도 만기 전까지 일정 가격 이상을 회복하면 정해진 수익률로 상환될 수 있다.



3. 금

직전 10년간 11년 연속 가격이 상승한 유일한 자산이 바로 금(gold)이다.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던 2008년 연간으로 상승한 유일한 자산 또한 금이다. 이러한 금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금에 대한 버블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금은 경기침체기에는 안전자산으로서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며, 반대로 대체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강세 시기에는 가격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2012년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경기 침체에 따른 디플레의 공포는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위치에 대한 하방 경직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하나 더 감안할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각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주요 매각 주체였던 유럽중앙은행(ECB)은 주요 담보로 활용이 가능한 금을 매도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신흥국 역시 경기 침체로 인해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는 달러 가치의 급등 가능성 또한 그리 높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금값이 하락할 경우 금의 보유 물량을 높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금값 고점 논쟁이 있었던 2011년 하반기 금의 보유 물량을 높였던 점을 상기해 볼 필요성이 있다. 이러한 측면을 감안할 때 금은 2012년에도 상승하면서 세계에서 유일하게 12년 연속 상승한 자산으로 기록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가 직면한 어려움을 감안할 때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투자 전략이다.




4. 적립식 펀드 및 공모주 펀드

장기 펀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면 시간 분산 차원에서 적립식 펀드가 가장 유망하다. 적립식 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주가가 상승하면 적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많은 수량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평균 매입 가격을 낮추는 코스트 애버리징 효과다. 이 같은 효과를 통해 장기간 투자하면서 주가가 하락했을 때 많은 양의 주식을 매입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시기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유로존 위기로 2011년 8월 이후 얼어붙었던 공모주 시장이 최근 기지개를 켜고 있다.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에는 청약할 수 있는 물량을 찾기도 어려워 대안으로 공모주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을 검토할 만하다. 다만 공모주 펀드의 경우 공모주 운용 철학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고 편입 비중이 다르기 때문에 투자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며, 가입 시 과거 운용 실적을 반드시 확인하고 검증된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

자문형 랩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자문형 랩은 시황에 따라 탄력적인 편입 비율 조정이 가능하므로 박스권 매매로 활용하고, 국내 대표 펀드는 저점 시마다 장기 적립 분할 매입 차원에서 비중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 펀드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전략을 통해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하고 펀드에 편입해 성공적인 구조 개선을 이뤄낸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시장보다 초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상업용 부동산 중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세금 부담이 감소해
투자수익률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5. 도시형 생활주택 등 수익형 부동산

2012년 주택 시장의 경우 그동안 강세를 보였던 지방 주택 시장의 열기는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로 인한 공급 부족 현상이 지방의 주택 가격 상승세로 인한 공급 물량 증가로 해소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경우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12·7 부동산 대책으로 재건축 시장의 반등이 예상되기는 하나 전반적인 경기 침체 분위기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가격 상승의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여기에 900조 원에 이르는 과도한 가계 부채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가계 대출 억제 방안 등을 감안할 때 2012년 주택 거래 활성화를 노리는 정부의 노력은 아마도 빛을 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울의 경우 입주 물량의 감소가 예상돼 전세난이 심화될 것으로 보여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은 더욱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측면에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높은 일부 관심 지역의 소형 아파트 가격은 적정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최고의 부동산 히트 상품으로 꼽혔던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의 수익형 부동산은 2012년에도 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1년 하반기 발표된 정부의 규제 완화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취득세 등의 세금 부담이 감소해 투자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게 돼 날개를 달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수익형 부동산이 시장에 대거 공급되고 있다는 점(2011년 9월 기준 오피스텔 공급 8년 만에 사상 최대치 기록)과 분양가 또한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2011년 도시형 생활주택 평당 분양가 서울 1760만 원·경기 1793만 원)는 점은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묻지 마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더욱 높이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6. 저축보험 & 변액연금보험

주가가 불안할 때 안정성과 수익성의 갖춘 실적배당형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수명 증가로 인해 은퇴 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상품에 대한 인기는 더 높아졌다. 과거에는 연금 개시 시점에 원금만 보장해 주던 것에서 한 단계 진화해 적립금이 일정 수준(기납입 보험료의 130%·150%·200% 등)에 도달할 경우 도달 시점 이후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그 적립금 수준을 보증해 주는 최저 연금 적립금 보증 기능이 추가돼 있다. 이는 연금 적립금의 업(up)은 있어도 다운(down)은 없는 하락장에서 안전핀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상품이다.

특히 연금 개시 시점에는 시장금리에 따라 연금을 지급받거나, 계속 투자해 투자수익률에 따라 연금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형 상품의 경우 투자 실적이 나쁠 경우 연금액이 줄어들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에서 판매되고 있는 변액연금 상품은 일정 기간마다 적립금에 대한 재평가를 실시하되 주가가 기존의 평가 시점보다 상승할 경우 연금액을 증액시켜 주고, 주가가 기존의 평가 시점보다 하락 시 기존의 연금액을 보증해 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변액연금 상품의 80% 이상이 실적배당연금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 상품의 인기는 2012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7. 헤지펀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CTA(미국선물거래협회에 등록된 원자재 투자 헤지펀드)나 롱-숏과 같은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는 2012년 상반기 자산 배분의 중심축으로 자리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의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한국형 헤지펀드의 경우 운용 능력에 대한 검증 문제로 주요 투자 상품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유수한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헤지펀드의 활용을 검토해 볼 만하다. 특히 컴퓨터에 입력된 일정한 매매 시그널에 따라 전 세계 주식, 채권, 외환, 상품 관련 선물시장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C TA 전략을 구사하는 재간접 헤지펀드가 유망해 보인다. 헤지펀드는 가입 금액에 제한이 있어 보수적 투자 성향의 자산가들에게 먼저 주목받을 전망이다.






도움말 주신분들

교보생명 노블리에센터 박인섭 광화문 팀장·박균성 강남센터장·김현석 대구센터장, 미래에셋 WM인터컨티넨탈 최철식 부장·WM센터원 이철호 부장, 삼성증권 SNI 서울파이낸스센터 송은수 차장, 신한PWM 서울파이낸스센터 이정우 센터장·한일신 팀장·정정희 팀장·이희수 팀장·분당PB센터 김동균 부지점장, 시티PB 정복기 대표, 하나은행 함형길 센터장, KB 이촌PB센터 김현섭 팀장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