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파인힐스CC


파인힐스CC의 길게 펼쳐진 해저드와 곳곳에 있는 벙커, 크리크, 융단처럼 깔린 그린이 어우러진 모습은 골프장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모두 보여준다.
클럽하우스에서 바라 본 퍼팅 전경 및 레이크 코스
클럽하우스에서 바라 본 퍼팅 전경 및 레이크 코스
호남고속도로 광주에서 순천 방향으로 가다 주암 IC로 나와서 송광사 방면으로 접어들면 아름다운 벚나무 길이 나온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지나면 왼쪽 산기슭에 잘 다듬어진 골프장 하나가 보인다. 지난 2004년 11월 개장한 전라남도 순천시 주암면 운길리 아미산 자락에 위치한 파인힐스CC다.

152만661㎡(46만여 평) 대지에 파인 코스(3209m) 9홀, 힐스 코스(3150m) 9홀, 레이크 코스(3180m) 9홀로 미국 골프 프랜사의 코스 설계가 로널드 프림이 설계했다. 골프 프랜사는 나인브릿지CC, 아시아나CC, 용평 버티힐CC 등 내로라하는 국내 골프장을 설계했으며 자연 존중의 설계 철학을 모토로 자연 지형에 맞는 코스 설계로 잘 알려진 회사다.

파인 코스는 철마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이 있고 소나무 향 가득한 송림, 암반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형을 이용한 코스로 홀마다 정교함을 요하면서도 변화무쌍한 역동적인 코스다. 용이 승천하는 기세를 가졌다는 1번 홀은 오르막으로 시작된다. 27홀 가운데 핸디캡 1번 홀인 파인 6번 홀은 정교함과 파워를 겸비한 전략가에게 적합하다.

파4(백티 419m)로 IP 지점이 내리막으로 돼 있어 260m 이상을 칠 수 있는 장타자라면 내리막을 지나 짧은 어프로치를 남기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내리막 라이 중간에 볼이 걸리고 만다. 그래서 전략적으로 티 샷을 짧게 쳐 내리막이 아닌 평평한 라이에서 그린을 공략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거북이 두 마리가 티 박스를 지키고 있는 레이크 코스는 크고 작은 마운드와 호수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내는 여성적인 코스라 할 수 있다. 특히 5번 홀의 모습은 티박스를 가로질러 그린까지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진 해저드와 곳곳에 있는 벙커, 크리크, 융단처럼 깔린 그린이 골프장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모두 보여준다.

5번 홀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름다움에 취할 것인지 아니면 스코어에 집중할 것인지 선택하는 게 좀 더 맘이 편하다. 스코어에 집중한다면 티 박스를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길게 놓인 해저드를 보지 말고 멀리 페어웨이만 보고 왼쪽 언덕 쪽으로 티 샷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세컨드 샷 거리가 조금 부담되지만 스리 온이 해저드에 빠지는 것보단 훨씬 낫다.

힐스 코스는 가장 낮은 지형에 자리한 코스로 아기자기한 맛이 있으며 조경이 뛰어난 코스다. 봄에는 꽃이 만발해 골퍼를 유혹하고 겨울에는 낮은 지형 탓에 따뜻해서 좋다.

파인힐스CC는 송광사와 가까워 그런지
힐스 코스 4번 홀에서 바라본 코스 전경
힐스 코스 4번 홀에서 바라본 코스 전경
이야깃거리도 많다. 파인 코스 9번 홀에 가면 삼형제 소나무가 있다. 옛날 송광사를 오가던 사람들이 지금의 그늘 집 근처 우물에서 물을 마시고 지팡이를 꽂아 두고 간 것이 지금의 소나무가 됐단다.

레이크 코스 5번 홀은 홀이 놓인 자리가 고려 보조국사 지눌이 아미산 천태암에 다닐 때 산을 넘어가는 길이 없어 계곡 사이를 흙으로 일곱 개의 다리를 만들어 건넜다는 토성칠교의 전설이 서린 곳이다. 그래서 기운이 좋은 홀로 알려져 있어 보조국사 지눌처럼 카트에서 내려 걷는 골퍼, 때로는 달리는 골퍼들이 있다고 한다

한편 파인힐스CC는 개장 당시부터 그린이 어렵기로도 유명하다. 최형강 파인힐스CC 부장은 “개장 당시 페어웨이와 그린의 언듈레이션이 심해 다른 골프장보다 5타 이상 스코어가 더 나오다 보니 손님을 모시고 라운드를 하던 고객들의 불만이 높았다. 하지만 개장 8년이 지난 지금은 다시 찾고 싶은 골프장으로 선호도가 높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골프장으로 성장했다”고 말한다.




이승재 기자 fotolee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