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온라인 증권사인 이트레이드증권은 규모는 작지만 33개 증권사 중 영업이익률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위인 강소 증권사다. 2008년부터 이트레이드증권을 이끌고 있는 남삼현 사장은 30년을 증권업계에 몸담은 투자의 고수다. 최근 코스닥 전용 펀드를 출시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은 남 사장을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만났다.
“새해 증시 암울하지만 그래도 기회는 올것 ”
남삼현
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호서대 경영학 박사
LG투자증권 주식운용팀장
우리선물 대표
한국선물협회 부회장
코스닥협회 감사

부침이 심한 국내 증권업계에서 이트레이드증권은 지난 3년간 영업이익률이 업계 2위를 기록한 강소 증권사다. 2010년 순이익 규모만도 300억 원이다. ROE만 보면 국내 33개 증권사 중 2위다.

LG투자증권 주식운용팀장과 우리선물 대표를 지낸 남삼현 사장이 대표로 취임한 후 이트레이드증권이 보인 성과다. 대표 취임 후 남 사장은 조직 개편과 투자를 통해 기존 온라인 거래의 강자를 넘어 프라이빗 뱅크(PB) 영업 등 오프라인에서도 도약을 앞두고 있다. 2011년 9월에는 코스닥 기업에만 투자하는 ‘LS코스닥밸류주식펀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100% 코스닥 기업에만 투자하는 펀드로는 국내 최초다.

코스닥 시장이 활황이었을 때는 코스닥 관련 펀드가 많았지만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 LS코스닥밸류주식펀드는 오랜만에 나온 코스닥 전용 펀드다. 성적도 좋다. 펀드 출시 한 달 만에 11.2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일한 유형의 펀드 중에서는 1개월 수익률 1위다.

이 펀드는 소수의 문제 기업으로 인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다수의 우량 기업들이 극도로 저평가될 수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또한 개인투자자 참여도가 매우 높은 코스닥 시장에 전문성 높은 기관투자자의 비중을 높여 시장과 개인투자자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코스닥 시장을 살리지 않으면, 국내 개인투자자들의 기반이 장시간 침체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이트레이드증권과 코스닥협회가 뜻을 같이 했던 것이 설립의 계기가 됐다. 이러한 설립 의도에 맞춰 이트레이드증권도 수익금의 20%를 코스닥 시장의 발전 등 사회 공헌 기금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주식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공격적인 투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분석하느냐에 따라 리스크는 충분히 헤지할 수 있으니까요.”
“주식에 투자한다고 무조건 공격적인 투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나 분석하느냐에 따라 리스크는 충분히 헤지할 수 있으니까요.”
증권사가 코스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 듯합니다. 펀드를 출시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특별히 코스닥에만 관심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2011년 주식시장을 돌아보면 자동차, 화학, 정유 등이 주도했습니다. 차(車)·화(化)·정(精)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아직도 여전한데, 역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먹을 게 적을 수도 있어요. 반면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던 코스닥 종목 중에는 주가는 낮지만 좋은 회사들이 있습니다. 간혹 나쁜 회사들이 코스닥 시장에 대한 나쁜 인식을 심어준 게 사실이지만, 제가 코스닥협회 감사를 하면서 보니까 좋은 회사들도 상당히 많아요. 코스닥 시장에 있는 1000여 개 종목 중 그런 좋은 회사 20~30개를 선별해서 투자하는 게 코스닥 전용 펀드의 취지입니다.”

다행히 수익률이 좋다고 들었습니다.

“지수가 빠진 상태에서 15~17%의 수익을 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죠. 우리 목표는 제대로 평가를 못 받은 종목을 골라서 고객에게 소개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이끌자는 겁니다. 일반 투자자들은 특성상 거래가 많거나 대표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종목들은 이미 관심을 많이 받아서 고평가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를 해보면 실제 수익을 안겨주는 종목은 거래도 잘 안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일 경우가 많아요.”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주시겠습니까.

“지금은 대성산업에 합병된 곳인데, 대성자원이라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하루 거래량이 1000주도 안 되는 소외 종목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 내용은 굉장히 좋았습니다. 주가가 2만 원 정도 할 때였는데 지속적으로 매입했습니다. 평균 매입 단가가 2만5000원 정도였습니다. 그게 20만 원까지 올라서 큰 수익을 안겨줬습니다.”

최근에 관심을 끄는 종목은 어떤 곳인가요.

“여러 곳이 있는데…, 최근에는 우리 회사 주식을 계속 샀습니다. 금융위기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곳이 바로 증권사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시가총액이 청산가치의 60~70%까지 떨어졌어요. 이트레이드증권만 봐도 ROE는 높은데, 시가총액은 청산가치의 60% 수준이거든요. ROE가 높다는 건 그만큼 수익을 잘 낸다는 의미인데, 그에 비해 주가는 낮은 거죠. 그런 주식을 찾아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거죠.”

이트레이드증권의 주가에 불만이 많으신 듯합니다.

“억울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뭣합니다만, 우리 회사는 생각보다 좋고 큰 회사입니다. 시장점유율이 3~5% 정도로, 굉장히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비즈니스 자체는 안정적인 편입니다.”

전업 투자자들 사이에는 인지도와 지배력이 있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인지도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도 많이 안 하고 점포도 많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문 투자자들에게 인지도가 높다는 점이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저희로서도 그게 고민입니다. 페이스북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고요. 그런 노력 덕분에 최근에는 인지도와 신뢰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실제 자산 중 주식 편입 비율이 어느 정도 되십니까.

“증권사 사장이어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꽤 높습니다. 전체의 50%를 주식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식에 투자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리스크를 이야기합니다만, 리스크는 얼마나 연구하느냐에 따라 낮출 수가 있습니다. 열심히 분석하고 연구하면 주식도 보수적으로 할 수 있는 거죠. 주식 비중이 높다고 무조건 공격적이거나 투기적이라고 단정 짓는 건 어패가 있습니다.”

2008년 대표로 부임하셨습니다. 그동안 어떤 점에 경영의 주안점을 두셨습니까.

“저희가 선물, 옵션, 주식워런티증권(ELW) 등을 하니까 주변에서 이트레이드증권도 그런 걸 하느냐고 의아해했습니다. 선물이나 옵션, ELW 같은 건 속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가 부임한 후에 그런 데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기기도 바꾸고 정보기술(IT) 전문가도 20명에서 70여 명으로 대폭 늘렸어요.”

최근까지도 IT 분야에 적잖은 투자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고민이 많으셨겠습니다.

“처음 여기 왔을 때 직원이 120명이었는데, 지금은 45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리비도 월 10억에서 65억 원으로 늘었어요. 제가 잠이 오겠습니까.(웃음) 3년이 지났는데 10년을 보낸 듯합니다. 이익이 안 나면 그렇게 투자하지 못합니다. 제가 이익을 못 내면 직원부터 고객, 주주들 모두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부담이 크셨나 봅니다.

“최고경영자(CEO)의 운명이죠. IT 등에는 투자를 많이 했지만 쓸 데 없는 데 나가는 비용은 줄였습니다. 지점을 낼 때 대리석 깔지 말라고 했거든요. 깔끔하면서 고객들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게 인테리어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사장실부터 검소하게 꾸몄더니 직원들이 따르더군요. 처음 왔을 때 지점 인테리어 비용이 7억~10억 원이었습니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3억 원에 맞추라고 주문했더니 포기하고 가더군요. 그런데 3억으로 인테리어를 했습니다.”

그런 노력 덕인가요. 2011년 한 달도 적자를 낸 적이 없던데요.

“모든 기업이 그렇지만 증권사도 꾸준히 흑자를 내는 게 중요합니다. 2011년 가장 이익을 적게 낸 게 9월인데, 그때도 약 15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습니다. 선투자한 게 효과를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2011년 전체로는 2010년 수준의 이익은 무난할 듯합니다. 위기가 아니었다면 20~30% 성장은 무난했겠지만요. 2012년은 더 기대가 됩니다. 300억 원을 들여 자체 전산망을 갖추고 있는데, 5~6월경 오픈할 예정이거든요.”

최근 증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같은 장에선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합니까. 오늘은 다행히 주가가 16포인트 정도 올랐던데요.

“30년간 증권업계에 있으면서 요즘처럼 어려운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예측이 쉽지가 않아요. 컨설팅을 하자면 소신이 있어야 하는데, 스스로도 확신이 잘 안 섭니다. 깔끔하게 정리가 안 되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러고 보니 대표께서 증권업계에 입문하신 지 벌써 30년이 됩니다. 한국 투자자들의 성향을 어떻게 보십니까.

“LG투자증권에 있을 때 주식운용팀장을 하다 지점장으로 나갔어요. 그때 보니까 일반 투자자들이 너무 겁 없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더군요. 지점장 입장이지만 투자를 말릴 때도 많았습니다. 나중에 주가가 빠지면서 고마워하는 고객들도 많았고요. 지금은 투자 문화가 많이 성숙해서 그런 투자자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IMF와 금융위기로 비싼 수험료를 치르기는 했지만, 좋은 공부가 됐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조급한 면이 있는 듯합니다.

“기술적 분석에 지나치게 의존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투자자들 중에는 재미를 좇는 투자자들도 있는데, 재미로 투자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투자는 리스크가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분석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LG투자증권에서 10년간 주식운용팀장을 하면서 나름의 소신을 얻었습니다. 노출된 리스크는 해결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무서운 건 노출이 안 된 리스크입니다. 유럽 재정위기로 시작된 최근의 상황은 물론 좀 다릅니다. 리스크가 노출되긴 했는데 그게 너무 크다는 거죠. 이럴 때 언제 오를까에 초점을 맞추면 투자가 더 어렵습니다. 언제 오를지보다 어떤 종목이 좋으냐, 나쁘냐를 생각해야죠.”

기본적 분석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이 투자하기 좋은 때라는 말씀이시네요.

“좋은 데 가격은 싼 종목이 많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최근 주식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문입니다만, 어떤 종목이 좋은 종목입니까. 몇 가지 기준을 제시해주십시오.

“첫째, 안정적인 회사입니다. 안전성을 담보하는 게 첫째 조건입니다. 그 다음으로 꿈입니다. 꿈이 있는 회사는 성장 가능성이 큽니다. 안정성과 성장성은 양립하는 듯 보이지만, 안정적인 회사가 성장도 합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기가 아는 종목에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본인이 종사하는 업종, 화학이면 화학, 건설이면 건설 종목에 투자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어려우시겠지만 2012년 시장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2012년 시장은 전반적으로 암울해 보입니다. 하지만 위기는 좋은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예측이 힘들고 어려울 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고개를 돌립니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이때 좋은 주식을 사서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빨리’, 그리고 ‘많이’ 벌려고 합니다. 그런데 ‘빨리’는 포기하는 게 옳습니다. 그러다 보면 기회가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지금 같은 시기는 언제 주가가 오를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지금 같은 시기는 언제 주가가 오를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좋은 종목을 고르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남삼현 이트레이드증권 사장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