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가슴시각개발연구소장
세계를 누비며 세계인으로 하여금 한국을 즐기게 한 아트 디렉터 최정화가 스위스 가구 브랜드 비트라와의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한국의 클래식으로 프루베를 이야기한다. 키예프 비엔날레 준비로 막 우크라이나에서 돌아온 최정화를 그의 문화소통 공간 ‘꿀’에서 만났다. 이번에 비트라와 진행하는 콜래보레이션은 어떤 프로젝트입니까.“프로젝트 이름이 ‘어떤 프로젝트’ 예요. 건축과 가구 제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비트라와 최정화가 만나서 어떤 화학효과가 생길 것인가를 보여주는 작업이죠. 제가 비트라의 전시를 연출하고 대담이나 강연도 해요. 공연도 기획하고 있고요. 3월까지 하는 장기 프로젝트라 단번에 보고 끝나는 프로젝트는 아니고, 그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죠. 넉 달 내내 재밌게 놀 생각이에요. 비트라와 최정화가 어떻게 놀까를 기대케 하려고 제목도 ‘어떤’이라고 붙였고요.”
‘재밌게 논다’가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콘셉트인가요.
“그럼 셈이죠. 기획하는 과정에서 노는 방법을 어떻게 할지 생각하다가 일반 전시는 딱딱하니까 최정화의 아트디렉션으로 하자고 정한 거예요. 전시장 연출도 제 스타일로 만들어 놓고 작품도 비교해 놓고요. 특히 제가 만든 가구랑 비트라의 디자이너 장 프루베(Jean Prouve)의 가구를 같이 결합시키기도 하고, 프루베의 가구에 리터치 하기도 하고요.”
왜 프루베입니까.
“비트라 쪽에서 먼저 제안이 왔어요. 저도 워낙 예전부터 프루베에게 관심과 애정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한 거고요. 프루베의 디자인은 소박하고 간결해요. 또 거기서부터 견고함이 나오죠. 프루베의 디자인에는 동서고금이 없어요. 원래 좋은 물건, 좋은 예술, 좋은 문화는 동서고금 없이 그냥 통하는 거거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비트라, 프루베, 최정화의 삼각형 사이에 공유되는 것이 있어야 할 텐데요.
“물론이에요. 서로 공감한 것이 ‘가치에 대한 새로운 탐사’죠. 아까 얘기한 소박미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가치의 정체성까지 의심되는 세상이에요. 탐욕, 욕망도 이게 과연 내 것인지 아닌지도 모르죠. 그런 면에서 제 작업이나 프루베의 작업이 같다고 생각했어요.”
디자인, 설치미술, 건축 등 워낙 다양한 작업을 하셔서 해외 매체에서도 디자이너, 건축가, 아티스트 갖가지 이름으로 불립니다.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뭐라 부를지 헤맨다는 것 자체가 직함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제 직업은 최정화입니다’라고 건방지게 얘기하기도 했죠. 다 같은 모습인 것 같아요. 예술이고 건축이고 디자인이고 모두 다 하나의 모습이에요. 워낙 다면체라서 이쪽에서 보면 이렇게 보이고 저쪽에서 보면 저렇게 보이지만 결국 하나를 일컫는 여러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예술과 건축과 디자인의 본질은 다 같다는 말씀이신가요.
“같죠. 그냥 우리가 너무 많은 기준을 만들어놓고 차별화한 것 같아요. 사실은 다 필요한 건데. 뭔가를 우상화시키면 안 돼요. 잘나고 못나고가 어디 있어요. 똑같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은연중에 ‘저쪽’,‘그쪽’,‘저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이 있잖아요. 그렇지 않은데, 다 같은 것인데 ‘그곳’에 대한 열망이 너무 센 것 같아요.”
다양한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도 하나의 모습에 다양한 방법으로 다가서기 위해서인가요.
“고집이라…. 재밌는 표현이네요. 그런 식으로 꾸준해야 제가 살아요. 똑같은 것만 반복하는 것은 저를 답답하게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작업을 해야 최정화가 성립되는, 정체성 같은 것이죠.”
‘어떤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습니까.
“2011년 12월 23일부터 시작됐는데 ‘어떤’이라는 제목이 큰 궁금증을 줬으면 좋겠어요. 첫 번째는 프루베지만 앞으로도 많은 일이 벌어질 거예요. 그게 뭐냐고 물어보신다면 ‘기다려 보세요’,‘보세요’,‘그때 그때 반응하세요’라고 대답해야겠네요.”
글 함승민 기자 hamquixote@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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