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예금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함에 따라 2년간 지속됐던 긴축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2011년 12월 1일 코스피 지수는 3.72% 급등했다. 해외 발(發) 호재가 연달아 전해진 덕분이었다. 특히 중국 인민은행이 예금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내렸던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물론 그 이후 국내 증시는 상승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12월 1일의‘반짝 강세장’은 중국의 긴축 완화 정책 수혜주가 2012년 국내 증시의 핵심 테마 중 하나가 될 것을 예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남유럽 재정위기나 미국 경기 둔화 우려는 2012년 지수 상승보단 하락폭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중국의 긴축 완화 정책은 증시 상승폭과 유망주에 영향을 줄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선택적 경기 부양 추진할 듯

중국이 지준율을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했던 2008년 12월이 마지막이었다. 2009년 하반기부터는 긴축 정책으로 돌아섰다. 2010년부터 지준율을 연 15.5%에서 21.5%로 12차례나 인상했다. 2011년에도 지준율을 6차례 인상하면서 고강도 긴축 정책을 전개했다.

하지만 중국 인민은행은 2011년 11월 30일 지준율을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2012년 상반기 중에나 내릴 것이라던 시장의 기대를 깬 조치였다. 박매화 한화증권 연구원은 “남유럽 재정위기가 실물로 전이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고 물가상승률도 하락세로 돌아섬에 따라 중국이 긴축 완화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1년 10월 중국 금융기관 외환매입액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유입 부담이 작아졌고 12월 통화안정증권(통안채) 만기 규모가 크게 감소한 점도 지준율 인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긴축 완화, 그 수혜주는?
다만 이번 지준율 인하는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긴축 완화에 나선 신호로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중국은 향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봐가면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국은 2012년 재정 및 통화 정책을 완만하게 완화해 나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2012년은 유럽 재정위기의 실물 전이 등으로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봉착할 전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도 경제성장률이 2011년 9.2%에서 2012년엔 8.7%로 낮아질 전망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여전히 높은 성장률이지만 중국의 과거 성장률에 비해선 크게 둔화된 수치다. 특히 2012년 1분기엔 중국 성장률이 8.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긴축 완화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큰 이유다.

다만 중국 정부는 전면적인 경기 부양보다는 ‘선택적 부양 조치’를 택할 공산이 높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2012년 부동산과 지방정부 채무에 대한 규제는 지속하는 가운데 소비 및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조세제도를 개편하고 기업들의 자금 사정을 개선하는 조치를 도입해 내수 부양을 유도함으로써 경기 연착륙을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지출하는 규모는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출액의 3배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중국 관련 소비재에 주목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측면에서 중국 긴축정책 완화 수혜주는 산업재와 소재보다는 소비재업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2012년 중국 소비시장의 핵심 이슈는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 도시화에 따른 운송 관련 소비 증가, 해외여행 수요 증가가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업체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보급 확대 트렌드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2011년 10%에 도달했다. 일반적으로 전자기기는 보급률이 10%에 도달한 다음부터 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는 특성을 갖는다. 2012년 중국 스마트폰 보급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중국 휴대전화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중국인들의 브랜드 선호도는 해외 업체 중 노키아에 이어 2위다.

도시화로 인한 운송 관련 소비 증가와 관련해선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등이 수혜주로 꼽힌다. 중국은 2010년 말 도시 인구와 지방 인구가 같아졌다.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교통량과 물류비는 늘어나게 마련이다. 현대차가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현대차는 2012년 중국에 제3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중국의 긴축 완화, 그 수혜주는?
한국타이어도 운송 관련 소비 증대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 보급률은 2007년부터 빨라지기 시작했다. 5년이 지난 2012년부터 중국의 타이어 교체가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2년 9월부터 중국 3공장 가동을 시작한다. 2016년까지 글로벌 생산 능력 확충을 통해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 추세는 호텔신라, 파라다이스 등이 직접 이익을 볼 전망이다.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지출하는 규모는 이미 우리나라 사람들의 지출액의 3배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2011년 200만 명이 넘어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한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은 2012년도 증가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호텔신라와 파라다이스는 중국인 등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입국자 증가를 발판으로 2011년에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중국 소비자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도 관심주 리스트에 올려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엔 현재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를 넘는 지역이 베이징, 상하이, 톈진 등 세 곳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소비자들의 부가 축적되고 있다. 이 지역 인구는 약 56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다.

이로 인한 수혜주로 홈쇼핑업체인 CJ오쇼핑이 대표적이다. 유주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카드 발급 확대, 소득세 인하 등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데다 디지털 방송 및 영업 지역 확대 등을 통해 중국 상하이에서 톱 홈쇼핑 위상을 유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LG패션·필라코리아 등 패션업체, 밀폐용기업체 락앤락, 웹젠 위메이드 등 게임주, 제닉 등 화장품업체 등도 중국 내 소비 증대 수혜주로 꼽힌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에서 중국 관련주는 지난 몇 년과 유사하게 2012년에도 주요 상승 테마가 될 전망”이라며 “다만 주식 매수 시점은 증시 상황을 봐가면서 늦게는 2012년 1분기 말까지 늦추는 전략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긴축 완화 수혜주는 산업재·소재보다는 소비재업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상열 한국경제 증권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