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최초로 패션지 보그의 패션모델이자 잡지, 케이블 TV, 인터넷 네트워크까지 구축한 하포(HARPO) 주식회사의 회장이며,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08년 ‘20세기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뽑힌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 사생아로 태어나 누구보다도 가난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그녀의 현재 스코어는 세계를 뒤흔드는 진정한 ‘파워 우먼’이다.
솔직함과 당당함으로 무장한 그녀의 영향력은 미국 연예계를 넘어 사회적·정치적으로도 막강한 파워를 자랑한다. 그녀를 희망의 아이콘으로 우뚝 서게 한 TV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 쇼>는 기적과 같은 기록들을 세웠고, 그녀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픔 많은 흑인 여성이 세계 여성들의 워너비(wannabe)가 되기까지의 노력과 인내를 보상이라도 하듯, 지금 그녀의 브랜드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그녀의 쇼를 통해 소개한 패션 브랜드들은 이슈가 되고 유행이 됐다.
그녀가 말하면 히트 상품이 된다
1986년 <오프라 윈프리 쇼>를 시작한 첫해에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숨김없이 고백했다. 그 후로 25년간 <오프라 윈프리 쇼>를 통해 전달되는 그녀의 말과 행동은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또한 2008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그녀가 권하는 책은 단번에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녀가 추천하는 것은 장르를 막론하고 대중의 화제가 됐다.
패션계에서도 오프라 윈프리의 위력은 실감할 수 있었다. ‘토리버치’는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의 짧은 패션쇼를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토리버치의 열렬한 팬임을 자청하는 그녀의 발언은 그 인기에 힘을 더했다. 그녀의 쇼에 소개됐던 브래지어 브랜드가 방송 후 이틀 만에 189%의 판매율을 올리는가 하면, 여성의 체형에 가장 잘 맞는 편안한 청바지로 5개 브랜드를 추천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말이며 행동은 물론 패션까지 그녀가 하면 이슈가 되고, 유행이 된다.
리얼 라이프가 주는 신뢰감
대부분의 여자 연예인들은 잘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이라고들 얘기한다. ‘날씬한 몸매의 비결은 운동’이라는, 마치 공식 같은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다. 운동만으로는 그런 몸매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그러한 우리의 의혹(?)을 속 시원하게 풀어준다. 1년이면 300번쯤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포기하기를 반복하는 보통 사람들처럼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까지도 가감 없이 보여준다. 107kg의 몸무게를 68kg으로 만들기까지 힘든 다이어트를 견뎌냈고, 단식으로 심한 요요를 경험하기도 했다는 그녀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며, 이웃이고, 친구인 듯 느껴진다.
귀가 아닌 눈과 마음으로 상대의 말을 들었기에 2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토크쇼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그녀. 좋고 싫음이 분명하기에 편파적이라는 말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기에 더욱 진짜 그녀의 모습을 신뢰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과감한 컬러로 위풍당당함 표현
거침없고 당당한 입담만큼이나 그녀의 패션은 거침없다. 여느 여배우들처럼 매혹적인 몸매는 아니지만 그녀는 위축되는 법 없이 늘 당당하다. 비비드한 컬러도 서슴지 않고 선택하는 등 과감한 패션 스타일을 선보인다. 풍만한 몸을 감추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아니 더욱 강조해서 드러내기까지 한다.
토리버치의 팬이라던 그녀는 열혈 ‘팬심’을 증명이라도 하듯 실제 토리버치 의상을 입은 모습들을 자주 보이곤 했다. 그녀의 패션에서는 저지(jersey) 소재가 두드러지는데 활동적인 성향과 젯셋족의 스타일리시함을 겸비한 그녀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화려한 컬러에 네크라인이 깊게 패인 저지 드레스와 강렬한 웨이브 헤어는 곧 잘 어울린다. 여기에 화려한 이어링도 빠지지 않는 패션 아이템이다. 또 하나, 활짝 웃는 얼굴은 위풍당당한 오프라 윈프리 스타일을 완성하는데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 쇼>의 25년간의 긴 여정은 끝났지만 위풍당당한 그녀의 내일은 더욱 기대된다.
글 위미경 동덕여대·경북대· 세명대 패션디자인과 강사
사진 제공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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