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자산 가격이 일정한 추세 없이 변동성만 크다 보니 각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의 수익률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대부분 연초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작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자문형 랩어카운트(자문형 랩)의 경우에도 펀드의 경우보다 손실률이 큰 상황이다. 자문형 랩이 펀드보다 평균적으로 손실률이 큰 이유는 소수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자문형 랩의 특성이 하락장에서 다소 불리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형 펀드의 경우에도 1년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 미치는 연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의 투자가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올해 주요 자산 중 거의 유일하게 연초 대비 20% 중반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금이다. 그러나 이 또한 상반기에 35% 상승하더니 8월 이후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다가 현재는 10% 정도 하락한 상황이니 투자 시점에 따라 극명한 수익률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이다.
단기 시장 상황에 흔들림 없는 전략적 자산 배분 비율 유지
주식시장이 저점 대비 15% 상승한 현 시점에서 주식형 펀드를 환매할 것인지 리모델링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먼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의 원칙과 전략적 자산 배분 비율을 고수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보통 투자는 투자가의 연령, 투자 성향, 투자 목적에 따라서 주식, 채권, 유동성 간 투자 비율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결정된 전략적 자산 배분 비율은 단기 시장 상황의 변동에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유지하는 게 좋다.
전략적 자산 배분 비율을 고수하는 것은 자산의 고점 분할 매도, 저점 분할 매수를 시스템적으로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시황에 따른 심리적인 동요를 극복하고 장기적 투자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단, 단기 전술적 관점에서 장기 자산 배분 비율을 일정 부분 수정할 수는 있는데 그 폭이 원래의 배분 비율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이내이어야 한다.
현재 시장은 경기 부양의 당위성과 재정 여력 감소라는 현실이 충돌하고 있으며, 경기 침체 속에서도 막대한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 또한 상존하고 있다. 그만큼 단기적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는데 전술적 관점에서 수익률이 부진한 펀드 위주로 일정 부분을 현금화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또한 해외 투자 비중이 다소 높은 투자가라면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국내 펀드 위주로 리모델링하는 것도 권한다. KP물, 딤섬 본드, 채권혼합형 펀드, 글로벌 채권형 펀드에 주목
현 시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투자 상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유럽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도 수익이 기대되는 투자 상품은 있게 마련이다. 우선, 해외에서 발행된 국내 기업의 채권(KP물)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계 은행이 그리스,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 국가의 국채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자 보유 투자자산을 서둘러 회수하다 보니 해외에서 발행한 국내 기업의 채권 가격이 그 기업의 유동성 문제나 신용도에 관계없이 하락한 상태다. 우리은행이나 하이닉스에서 발행한 KP물의 경우 가격 하락으로 연 7~8% 정도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며 유럽 재정위기가 안정화될 경우 KP물 가격도 회복되면서 추가 수익도 기대된다.
또한 딤섬 본드는 홍콩에서 발행된 위안화 표시 채권으로 연 2%대의 이표수익과 위안화 절상 시 환차익이 가능하다. KP물과 더불어 유럽 재정위기로 최근 액면가 이하로 떨어진 채권이 많은 상태다. 페그제 폐지 이후 위안화가 꾸준히 절상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추가적인 절상 요구가 큰 상태이며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 등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번 프랑스 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을 합의한 것도 딤섬 본드의 투자 매력을 높일 것이다.
자산의 10~30%만 공모주 청약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으로 운용하는 공모주 투자 채권혼합형 펀드도 투자 매력이 높다. 보통 주식시장이 호황기 때 신규 상장 종목의 공모가가 고평가되고 침체기 때는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과 같은 침체장에서 저평가된 우량 공모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일 것이다. 특히 안정적이면서도 주식운용 수익이 비과세되기 때문에 세전 환산 수익률이 높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 등에게 매력적인 상품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과 유럽 재정위기 등의 문제는 장기적으로 이머징 국가 특히 중국을 위시한 재정 건전성이 양호한 아시아 신흥 국가의 통화 강세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 각국 채권에 투자하되 이머징 국가의 통화 강세에서 추가적인 수익 획득이 가능한 글로벌 채권형 펀드라면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기대수익률 맞추고 충분한 유동성 보유가 관건
향후 세계 경제는 주요국 재정 여력 약화에 따라 상당 기간 저성장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언제 어디에서 다시 재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기의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으며 위기가 상시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비교적 양호한 재정 건전성을 보유해 상대적으로 경기 부양 여력이 있고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적은 우리나라나 일부 이머징 국가로 투자 대상을 압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는 것도 중요한데 현금을 충분히 확보해야만 위기 발생 시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입함으로써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초과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충분한 유동성을 보유하는 것이 투자 전략의 핵심이다.
위기는 기회의 다른 이름이다. 위기국면일수록 채권시장 등 안전자산에서 의외의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위기국면에서는 안전자산도 헐값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서두르지 말고 헐값으로 나온 안전자산을 찾는 노력과 인내심 또한 가장 중요한 투자 전략 중 하나다.
자산의 10~30%만 공모주 청약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채권으로 운용하는 공모주 투자 채권혼합형 펀드도 투자 매력이 높다.
전략적 자산 배분 비율은 단기 시장 상황의 변동에도 흔들림 없이 꾸준히 유지하는 게 좋다.
조재홍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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