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코스텔로 AIA생명 사장
올 4월 AIA생명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다니엘 코스텔로(Daniel Costello) 사장은 글로벌 생명보험업계에 28년을 몸담은 보험 전문가다. 영업 채널 개발에서 다이렉트 마케팅, 개인 및 단체 영업까지 보험 전 분야에 걸친 폭넓은 경험을 가진 그를 만났다.
미국을 비롯해 중동 아시아, 남미, 일본 등 다양한 곳,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업계에서 일한 지난 28년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생명보험 분야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점은 개인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보장을 통해 가족을 보호하는 게 보험의 본질이니까요. 가장이 사망하면 지인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대부분의 문상객들은 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찾아오지만, 생명보험회사는 수표(보험금)를 들고 찾아갑니다. 사망이나, 암, 장애 등은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꺼리는 그런 위험을 항상 이야기하고 준비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의무입니다. 장기적으로 생명보험회사의 존재가치는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있습니다.”
생명보험업계에 처음 입문하셨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그 사이 보험 상품은 어떤 변화를 겪어 왔습니까.
“최근에 저희가 ‘Back to the Future’, 미래로 되돌아가자는 말을 합니다. 보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자는 의미입니다. 제가 처음 보험업계에 입문했던 28년 전에는 보장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뜻밖의 사고에 대비하자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최근처럼 은퇴 이후를 생각해 저축이나 투자성 보험에 대한 얘기는 별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나온 상품들은 뮤추얼펀드나, 변액보험 등 외관상 섹시한 보험들이 많은 듯합니다. 보장보다 저축에 무게가 많이 실린 듯합니다. 미국, 유럽, 남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이 같은 트렌드로 움직여왔습니다.”
지금의 트렌드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28년이 지난 지금 저는 순수한 사망 보장이나 위험 대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보장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보장과 저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과 한국 보험업계의 특징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첫째, 한국 보험 시장이 무척 성숙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마스터플래너의 교육에 많은 역량을 집중하는데, 그래서인지 마스터플래너들의 퀄리티가 굉장히 높습니다. 미국, 일본 등 보험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시장 자체의 차이점이 있다면 미국이나 유럽 등은 독립된 에이전트들이 영업을 하는 데 비해, 한국은 보험사를 중심으로 영업을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의 마스터플래너들을 실제로 만나셨을 텐데, 어떤 인상을 받으셨습니까.
“7개월 동안 다양한 행사 등에서 1000여 명의 마스터플래너를 만났습니다. 그들을 만나면서 에너지가 굉장히 많다는 점과 긍정적이라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생명보험사는 어떤 회사보다 조직이 중요합니다. 조직 융화를 위해 특별히 어떤 식의 노력을 기울이시는지요.
“사실 보험회사가 성장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고객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키우는 게 중요합니다. 영업하는 분들과 저녁을 먹고, 함께 소주를 마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희는 커뮤니케이션과 교육을 잘 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교육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인트라넷 등을 통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보험사들은 다른 금융회사들처럼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특화된 영업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어떤 VIP 마케팅을 합니까.
“한국에 오기 전에 AIG의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웰스매니지먼트를 제공하는 일의 책임을 맡았습니다. 주요 파트너가 은행의 PB(Private Banker)와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 대리점(GA) 등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은행과 고객이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게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외국에서는 자산 설계, 자산 이전 등에 집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례를 들어주시면 이해가 쉬울 듯합니다.
“3세대를 이어온 주택이 있었습니다. 이 집을 딸이나 아들에게 상속하려면 무척 많은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가 생명보험 상품을 제안했습니다. 부모 사망 시에 상속세를 현금으로 제공하는 보험 상품이었습니다. 당시에 이처럼 VIP의 특성에 맞춰서 10가지 특성화된 서비스와 조직을 구축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부분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확장할지가 관건입니다. 한국은 법 체계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려운 부분이 많거든요.”
10가지 특화된 서비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맞춤형 솔루션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죠. 사업을 하는 고액자산가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3명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그중 한 명만 가업 승계를 원했습니다. 이 경우 가업을 승계하는 한 명을 제외한 다른 자녀를 위해 2000만 달러를 상속하는 생명보험에 들게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분명 그런 시장이 존재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수입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보험에 드는 게 합리적이라고 봅니까.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자녀가 있다면 대학 학자금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출을 받아 집을 샀다면 대출금 상환은 어떻게 할지, 사고가 생겼을 때 5년 동안 가족 생계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저희가 생활설계사들을 마스터플래너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는 수입의 5~6%는 생명보험에 넣으라고 합니다. 고액자산가의 경우에는 1% 정도고요.”
한국은 최근 은퇴 준비가 사회적인 화두로 부상했습니다. 그에 따라 3대 연금에 반드시 가입하라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한국은 통계적으로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고 있는 곳입니다. 한국인들은 저축에 대한 니즈가 많아, 생명보험회사들이 지난 10년간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저축에 집중해온 듯합니다. 물론 은퇴를 위해 저축을 많이 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모으기 위한 저축과 은퇴를 위한 저축은 다르게 봐야 합니다. 이 모두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게 생명보험회사의 중요한 과제죠. 그리스 등 많은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연금제도가 잘 준비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부에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국가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상한선을 낮추게 되겠죠. 이렇게 보면 글로벌 트렌드는 명확합니다. 은퇴 준비를 정부에 의존하기보다 개인이 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 거죠. 선진국일수록 개인 의존도가 높습니다.”
AIA에서 여기에 대비한 상품은 없습니까.
“생명보험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게 조기 사망입니다. 이와 함께 지금은 생각보다 오래 사는 것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늘어난 수명 때문에 95세까지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는 거죠. 생명보험회사로서는 이런 위험에 대한 준비를 하도록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연금이라는 상품이 그런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겁니다. 고객이 생존하는 동안 일정한 수입을 보장하는 것이 연금인데, 우리도 그런 상품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더 좋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한국 시장에서는 연금 상품이 분명 굉장히 좋은 상품입니다.”
취임 후 회사에 변화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취임한 후 회사 상황이 유지되거나 향상되기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취임 후 보장에 대해 재조명하자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지난 8월 향상된 보장성 상품인 ‘우리가족변액종신보험’이 대표적인 겁니다. 상품 출시 후 캠페인을 통해 보장과 투자, 저축 세 축의 균형을 맞추도록 교육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놀란 점이 가구당 가입한 보험 상품은 3인 가구 기준으로 4.4개인데 보장 평균은 5600만 원밖에 되지 않더군요. 실질적으로 37%만이 종신보험에 대한 보장을 받고 있는 거죠. 제 생각에는 변액보험이나 은퇴 준비를 위한 저축 상품 등에 치중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인을 통한 보험 영업의 결과이기도 하고요. ‘월급이 이 정도니까 이런 보험 하나 들어라’하는 식인 거죠. 그러다 보니 실제 필요한 부분과 갖추어진 부분 사이에 괴리가 많은 겁니다.” “저는 순수한 사망 보장이나 위험 대비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보장에 대해 다시 점검하고, 보장과 저축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의 생명보험 시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국과 다른 나라 시장을 일반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 시장은 굉장히 빨리 변하는 시장입니다. 특히 생명보험 시장은 규모도 적지 않은 반면 경쟁도 그만큼 치열합니다. 저는 이 두 가지가 한국 시장의 특징이라고 봅니다.”
사장님께서는 어떻게 자산 관리를 하시는지, 어떤 보험에 가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 두 딸이 런던과 뉴욕에서 대학에 다니고, 한국에서는 아내와 둘이 있습니다. 보험은 종신보험과 의료보험, 장애에 대비한 보험 등에 가입했습니다. 종신보험 가입금은 연 수입의 12배 정도입니다. 장애보험은 제가 장애로 일을 할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현재의 약 55% 임금을 받을 수 있게 설계했습니다.
20대 때는 연 수입의 10%를 은퇴를 위해 저축했고, 지금은 20%까지 늘렸습니다. 저축은 연금과 AIA 주식, 뮤추얼펀드(인덱스펀드) 등에 들었고, 개인연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금 상품은 은퇴 이후 사망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상품입니다. 제 경험을 볼 때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저축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23세부터 해외 근무를 했는데, 그 덕에 조금 더 많이 저축할 수 있었고, 그게 나중에 큰 이익을 안겨줬습니다. 기자 분도 빨리 준비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기자라는 직업이 위험이 큰 직업이니까요.(웃음) 조만간 저희 마스터플래너를 보내드리겠습니다.(웃음)”
글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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