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es For Portfolio Remodeling]저성장·저금리에 대한 대처가 키워드
유럽 발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위험자산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유럽 금융기관들의 경쟁적인 위험자산 축소 속에 자금이 이탈하며 8~9월 동안 18%의 하락을 기록한 이후 최근까지 일부 낙폭을 축소하는 베어마켓(bear market·약세장) 랠리가 진행됐으나, 코스피 지수가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포괄적인 대응 방안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나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주식시장이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가는 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유럽정상회담에서 나온 안건인 그리스 국채의 탕감, 은행들의 자본 확충,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레버리징 등 위기 해결을 위한 플랜들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12월 이후 집중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의 국채 만기 일정, 재정위기 이후 재정지출 감축 압력으로 인한 선진 경제의 저성장 국면 지속 가능성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현 시점에서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시장 등락에 따라 단기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현 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구조적 변화 과정에 보다 집중하는 편이 현명하다는 판단이다. 과거 세계 경제는 확장의 시대, 이른바 골디락스 국면이었다. 이머징 국가들은 값싼 통화가치,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선진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며 고속 성장을 이루었다. 또한 선진 시장은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경기 부양을 지속하는 정부, 민간 중심의 레버리지를 통한 소비 확장이 진행되며 성장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글로벌화와 레버리지로 인한 확장 경제의 유지가 더 이상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됐다. 세계 경제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끊어지고 개별 국가, 지역별로 직면한 현안에 집중하는 탈(脫) 글로벌화, 규제를 통한 금융권의 신용 축소가 중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확장이 아닌 수축 시대로의 진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은 경제 성장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은 전반적인 기업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업종별 차별화는 있겠지만 하향 평준화되는 과정을 거치게 되고 주식의 기대수익률 역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지속 성장이 가능한 기업 수 자체가 적어지는 슬림화 과정이 진행될 것이고 이익의 성장률보다 이익의 질에 따라 기업가치의 차별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주식을 필두로 한 위험자산에 대한 접근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 결국 주가는 기업이익의 함수임을 고려할 때 경기, 기업실적이라는 펀더멘털 요인의 약화 가능성, 10월 베어마켓 랠리 이후 축소된 가격 메리트, 여전히 남아 있는 유럽 발 시장 불안 요인 등을 고려해 좀 더 보수적인 관점에서 투자 가이드라인을 엄격하게 가져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은 전반적인 기업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시장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롱-숏 상품은 시장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은 전반적인 기업이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시장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롱-숏 상품은 시장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저금리 기조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금리는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 의해 결정되는데 저성장 구조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한다면 금리의 추세적 상승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현재 주요 국가들의 유동성 공급 정책은 시장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고, 이를 반영해 각국의 장기 금리 하락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향후 전개될 성장률 하락은 금리의 단계적 하락이 추가적으로 진행될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지난 10년간 4~6% 밴드 내에서 움직이다 최근 4% 미만으로 하락한 것은 결국 금리 수준의 레벨 다운 이후 새로운 박스권의 설정 과정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안전자산의 한 축으로 장기 채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기 채권은 다른 안전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확정이자소득(fixed income gain)을 보유하고, 금리 하락기에는 중도 매도를 통해 자본이득(capital gain)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저성장을 수반하는 수축의 시대에는 수익과 위험 측면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날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 하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위험은 오히려 증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위험단위당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의미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포트폴리오의 재편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존 위험자산의 전반적인 비중을 축소해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춰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할 것이다.

또한 저성장 시대의 위험관리는 자산 관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불러도 될 만큼 핵심 사항이다. 하락 위험이 커지는 만큼 기존의 정적 자산 배분에 의한 변동성 관리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보다 더 적극적이고 구조적인 측면에서 체계적으로 하락 위험을 집중해 관리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구조적인 위험관리는 시장이 하락할 때 포트폴리오의 가치 하락의 폭을 축소할 수 있는 상품들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는데 이러한 상품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구조화 상품이다. 사전에 수익-위험 구조(payoff)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하락을 방어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예를 들어 슈팅업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 기초자산 가격이 아무리 하락하더라도 손실은 -5%로 사전에 결정된다. 이처럼 하락 시에도 원금 보장이 되거나, 하락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고, 시장 상승 시에는 일정부문 수익에 동참하는 구조화 상품들은 위험관리의 핵심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롱-숏(long-short)을 활용한 헤지형 상품이다. 저성장 시대에는 시장 위험이 급격히 증가하는데 롱-숏 상품은 시장 위험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물론 시장 위험을 제거한다는 것은 시장 상승에 대한 참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성장 시대에는 수익 창출보다 적극적 위험관리가 보다 필요하다는 점에서 헤지형 상품들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세 번째로는 적극적인 위험자산 비중 조절을 실시하는 퀀트 상품이다. 이 상품의 특징은 운용 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이나 수익률에 의존해 비중 조절을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설정된 운용 전략을 바탕으로 규칙에 따라 위험자산 편입을 결정하는 것이다. 예측에 의존한 투자를 배제하고, 시장 등락을 즉각적으로 반영 운용 성과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상품들은 시장 하락 시 보다 적극적인 변동성의 축소를 통해 하락 위험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효과적인 위험관리 방법이 될 것이다.



주요 국가들의 유동성 공급 정책은 시장금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고, 이를 반영해 각국의 장기 금리 하락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우용하 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