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청와대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
지난 10월 13일부터 16일까지 통영시에서 ‘통영 ITU 트라이애슬론 월드컵대회’가 개최됐다. 지난 4월 개통된 평인일주도로를 반환해 산양일주도로를 통과하는 40km 사이클 동호인부 경기에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트라이애슬론 관계자가 아니고선 그의 참가 소식이 뜻밖일 수도 있을 터. 최근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유 보좌관의 건강관리법과 트라이애슬론에 대해 그와 이야기 나누었다.


하지만 그는 ‘강에서 하는 첫 수영’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평소 꾸준히 연습해왔던 수영장 수영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기 시작했다.
부표로 찍어둔 지점을 끝까지 갔다가 되돌아 와서 코치들에게 수영 자세를 물어보며 주의 깊게 문제점을 찾는 듯했다. 양평에서 잠실까지는 사이클을, 그리고 한강에서의 수영까지, 그의 건강 비결이 궁금해졌다.
“수영이 제일 쉽다고들 하는데, 전 수영이 제일 어려워요. 쉬운 게 어디 있겠어요. 사이클도 마찬가지죠. 사이클은 보통 40km 정도를 타야 하니까 거리가 부담스러워요. 모든 경기가 오프로드로 진행되니 경험이 없어 쉽지가 않네요. 일단 심리적인 부담이 없으면 괜찮은데 부담을 떨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빨리 적응을 해야죠.”
철인 3종과 같은 비인기 종목은 국민의 참여가 중요

“철인 3종 경기가 대중화된 운동은 아니잖아요. 어떻게 보면 제가 이 운동을 시작함으로써 트라이애슬론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힘을 줄 수 있겠더라고요. 우선 철인 3종을 시작하고 나서 나중에 다른 종목에도 관심을 갖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생각이에요.”
아무리 국민에게 다양한 운동을 알린다고 해도 평소 운동을 좋아하지 않으면 운동하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그는 체육 정책 수장이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야구가 관중이 많아져 시설이나 모든 면들이 좋아지는 것처럼 운동을 즐기는 동호인들이 늘어나야 체육이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는 거죠. 저 역시 그런 역할로 일조를 하는 거고요.”
유 보좌관은 트라이애슬론을 시작한 후, 신체적인 것보다 정신적으로 변화하는 걸 느낀다고 했다. 세 가지 종목을 해야 하니 늘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생활의 밀도가 높아지고 그런 긴장감이 정신적으로는 좋은 역할을 해준다고.
“철인 3종의 경우 세 가지 종목 모두를 해야 하므로 최선을 다해야만 정해진 시간에 들어올 수 있어요. 연령대도 다른 종목보다 높은 편이에요. 이런 저런 운동을 하고 마지막에 시도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지만 우선은 시간이 많아야 하고, 세 가지 종목을 다 하니 다른 운동보다 장비에 돈이 많이 드는 편이죠.”
그는 현재 훈련을 지도해주는 박병훈 코치의 자전거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대회가 끝나도 철인 3종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걸어 다닌 지 오래됐어요. 걷는 게 내 적성에 맞아요. 막연히 걷자보다는 ‘불편하게 살자’라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하는 거죠. 장관 재직 시절에도 일주일에 2번은 자전거로 출근했어요. 가끔은 걸어서 퇴근하고요.”
사실 그는 ‘걷기 전도사’로 불릴 정도로 걷는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런데 장관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니 부하 직원들이 승용차를 타고 출근할 때 눈치를 봤을 법도 했겠다.
“나처럼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이 과거에 별로 없어서 그렇지 별 문제는 없었어요. 물론 같이 다니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좀 당황하고 그랬죠. 모든 게 습관에서 비롯되는 것처럼 건강관리에 있어서는 운동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유 보좌관은 과거 배우로 활동할 당시 많은 스포츠 동호회에서 활동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당시에는 윈드서핑클럽 슈퍼 스타즈를 결성했고, 스킨스쿠버 클럽에도 참여했었다. 오랜만에 강물에 들어오니 과거에 윈드서핑 할 때가 생각난다는 그는 사실 여름 스포츠보다는 겨울 스포츠를 좋아하고 본인에게도 잘 맞는 편이라고 한다. 윈드서핑, 스킨스쿠버, 승마, 펜싱 등 개인 종목은 거의 다 섭렵했다고. 그러다 보니 일단 운동을 시작하면 전문적인 수준이 될 때까지 임하는 타입이다.

정책 연구에 도움 준 일본의 걷기 생활

유 보좌관은 일본에 있는 동안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8개월 동안 거의 차를 타고 다니지 않았다. 하루에 보통 6시간은 걸었다고 하니 꽤 많은 시간을 걷기에 할애한 셈이다. 어떤 때는 일을 보기 위해 1시간을 걸어갔다가 또 다른 약속 장소까지 다시 걸어서 이동했다. 2007년에는 1년 동안의 객지 생활과 그의 걷기 생활을 담은 책 <거침없이 걸어라>를 출간한 바 있다. 지금도 걷기를 즐기다 보니 체중 조절은 따로 할 필요가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퇴임 후 5kg이 자연스럽게 빠져 몸 또한 가벼워졌다.
“임기 때 목표가 집에서 걸어서 5~10분 안에 항상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 시설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하지만 힘들었던 건 예산보다도 인프라가 부족하단 거였어요. 하천 부지를 이용해서 축구장은 많이 만들었지만 야구 수요가 그렇게 많아도 야구장이 없잖아요. 자투리 땅이라도 있으면 공간을 만들 텐데 쉽지가 않죠. 현재 전국 초·중·고교에 잔디구장을 깔고 있는 것만 봐도 예산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요즘도 운동과 강연, 문화예술체육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끊임없이 문화체육 정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아침 6시에 기상해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본래 의지가 강한 편이라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면 반드시 해내는 편이다. 20년 전쯤 금연을 한 후 다시 손에 댄 적이 없다. 잠실대교에서 운동을 하는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그의 웃음 속에서 운동을 충분히 즐기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걸었던 길은 시간이 지나도 다 생각이 나요. 내가 땀을 흘리고 밟은 땅이기 때문에. 그만큼 몸에 확 스며드는 거죠.”
유 보좌관이 걷기를 권하는 이유는 아마도 소소한 즐거움이 일상을 더욱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작은 소망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유인촌
현 청와대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학사
중앙대 대학원 연극학 석사
중앙대 아트센터 소장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글 박진아 기자 pja@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