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이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 실버타운에는 어떤 이들이 살고 있을까. 실제 실버타운에 살고 있는 김택호 회장 부부(더클래식500), 정용석 대표(더헤리티지), 이병돈 회장(골든팰리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었다.


■ 더클래식500 김택호·김영숙 부부■
“스포츠댄스 배우며 인생의 또 다른 재미를 느낍니다”
김택호회장 부부는 더클래식500에 입주한 후 부부가 스포츠댄스의 매력에 빠졌다. 그 덕에 지인들에게 젊게 산다는 부러움을 산다.
김택호회장 부부는 더클래식500에 입주한 후 부부가 스포츠댄스의 매력에 빠졌다. 그 덕에 지인들에게 젊게 산다는 부러움을 산다.
김택호 (주)프리씨이오 회장이 더클래식500에 입주한 것은 지난 2009년 5월이다. 현대정보기술 회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37년을 현대에 몸담았던 덕에 그는 30년 넘게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에 살았다.

그런 그가 강을 건너 더클래식500에 들어온 데는 현대건설 재직 시절 함께 근무했던 권성문 회장의 권유가 큰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더클래식500의 문을 두드렸지만 지금은 대단히 만족한다고 했다. 현대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사장 중 그와 함께 더클래식500에 들어온 이들이 6명이 있는데, 모두가 현재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사실 처음에는 여기 있는 집사람이 반대를 했어요. 30년 넘게 압구정동에서 살았으니까 그 생활이 얼마나 익숙했겠습니까. 다니던 교회도, 친구도 다 집 근처에 있었을 거 아닙니까. 그러니 반대를 할 수밖에요.”

김 회장의 뜻에 따라 강을 건너 더클래식500으로 온 아내는 한동안 압구정동으로 가는 일이 잦았다. 그러다 이곳 생활에 적응하면서 지금은 거의 발걸음을 끊었다. 살아보니까 이보다 좋은 곳도 없다고 그녀는 말했다.

“사실 30여 년을 살았지만 아파트가 다 그렇듯이 이웃이 없잖아요. 이웃이라고 인사라도 하나요. 여긴 다릅니다. 식당이나 와인 바에서 만나고,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니까 자연히 가까워지더군요. 가끔은 형제보다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의 실버타운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동호회를 운영하듯이, 더클래식500에도 골프, 바둑 등 다양한 동호회가 있다. 이 중 김 회장 부부는 스포츠댄스 동호회 핵심 멤버다. 2년 전 스포츠댄스에 입문한 부부는 아침 7시면 댄스 룸으로 가서 회원들과 함께 스텝을 밟는다. 압구정동에 살 때는 부부가 함께 여가를 즐기는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김 회장은 평생 손잡은 것보다 스포츠댄스를 하며 손잡은 횟수가 더 많은 듯하다고 했다.

경영 컨설팅회사 CEO로서 여전히 현역인 김 회장이 출근을 하면, 아내는 다시 댄스 룸에서 1시간 정도 스포츠댄스를 즐긴다. 그런 다음 헬스장에서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한다. 헬스장은 더클래식500 입주민뿐 아니라 외부 회원들도 이용이 가능하다. 그 덕에 젊은 회원들과 함께 운동해 노인만 사는 곳이란 느낌이 덜하다. 그래서인지 주변 사람으로부터 더클래식500으로 이사 간 후 피부도 좋아지고 훨씬 젊어졌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스포츠댄스와 함께 김 회장이 애정을 갖고 활동하는 곳이 인터넷 동호회다. 현역 시절 그의 최종 직함이 현대정보기술 사장이었다. 그 인연으로 현재까지 김 회장은 인터넷을 통한 경영컨설팅회사 (주)프리씨이오를 경영하고 있다. 더클래식500에서도 그 능력을 발휘해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외국 친구들이 많은데 그 사람들도 여기 와 보고는 여러 가지로 놀라요. 외국에도 이런 곳이 흔치 않으니까요. 자녀들도 가끔 오는데 다들 좋아합니다. 저희는 이곳 생활에 무척 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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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헤리티지 정용석 대표 ■
“시설, 환경 다 좋으니까 주말마다 아이들이 옵니다”
60대 후반임에도 누구보다 활기차게 생활하는 정용석 대표. 정 대표는 더헤리티지가 자연과 가까이 있어 더없이 만족한다고 했다.
60대 후반임에도 누구보다 활기차게 생활하는 정용석 대표. 정 대표는 더헤리티지가 자연과 가까이 있어 더없이 만족한다고 했다.
입주민 인터뷰를 위해 더헤리티지에 들어섰을 때 반가운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KBS 앵커로 낯익은 정용석 분당FM 대표가 그였다. 정 대표는 1년 전 더헤리티지에 입주해 지금은 입주자 대표를 맡고 있다.

정 대표는 6년 전 KBS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 분당을 연고로 한 분당FM을 개국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더헤리티지로 오기까지 분당의 주상복합 아파트에 살았던 정 대표는 더헤리티지에 대한 소문을 듣고 처음 문을 두드렸다.

“제가 일본에서 11년, 유럽에서 4년간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했습니다. 더헤리티지는 그곳에도 없는 특별한 콘셉트의 주택이었습니다. 그래서 들어오게 됐죠. 처음에는 벌써 시니어타운이냐고 반대하던 아내도 지금은 만족해합니다.”

더헤리티지 입주민들은 70%가 은퇴한 이들이고, 나머지 30%는 정 대표처럼 여전히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정 대표의 아내도 광고회사에 몸담고 있어 여전히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그의 일과는 새벽 5시 30분에 시작된다. 헬스클럽에서 수영과 간단한 운동으로 아침을 열고, 식사를 하고 8시면 집을 나선다. 저녁 6시에 퇴근하면 곧장 수영장으로 가서 1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스파와 사우나로 하루의 피로를 털어낸다.

2인용 스포츠카를 즐길 정도로 젊고, 적극적으로 사는 그에게 더헤리티지는 친구 사귀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골프 동호회와 당구 동호회가 그의 주요 무대다. 이곳에서 만나 친구 부부들과 만든 소모임인 ‘조이클럽(Joy Club)’도 그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준다.

조이 클럽 멤버들과는 밥도 먹고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와인을 좋아해서 와인 클럽도 만들었다. 와인 클럽은 멤버가 6명인데 직업도 세무사, 약사 등 다양하다. 한 달에 한 번 모임을 갖는데 각자 와인 한 병씩을 들고 나와서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60이 넘으면 가장 신경 써야 할 게 건강입니다. 건강의 기본은 규칙적인 생활이거든요. 저는 6시부터 밤 9시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건강은 더없이 좋습니다. 일도 있고 이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정 대표는 더헤리티지의 또 다른 장점으로 친환경적인 주변 환경과 타운하우스형 주택을 들었다. 문을 열면 태봉산이 있어 공기도 좋고 등산을 하기도 좋다. 높이 올라간 도심형 실버타운에 비해 타운하우스형 주택 구조도 마음에 든다. 정 대표는 공기 좋고 놀기도 좋아 주말마다 아이들이 놀러온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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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든팰리스 이병돈 회장 ■
“혼자 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도심형이 최적입니다”

올해 여든 살이 된 이병돈 ‘효’인선동우회회장의 일과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오래전 아내와 사별을 하고 혼자인 그는 기상과 함께 집 안을 정리하고 간단한 세면을 한 후 TV 등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8시면 식당으로 내려와 식사를 하고 가까운 독립공원을 1시간 동안 산책한다. 점심은 혼자 식사를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 종친회 사람들을 만나 함께 하기도 한다. 오후는 동호회 활동을 하거나 TV 등을 보며 소일을 한다. 이 회장은 이런 생활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됐다.

이 회장은 은행원 출신이다. 1993년 정년퇴직을 하고 이 회장은 한동안 고민을 했다. 평균 수명은 느는데 어떻게 여생을 살아갈지가 고민이었다. 한 번뿐인 인생, 뜻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일이 ‘효’인선동우회였다. ‘효’인선동우회는 효도하는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동호회였다.

“은행원 생활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했습니다. 주로 부산에서 생활했는데, 구청 구내식당 등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돈을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효도하는 사람들에게 상금을 줬습니다. 2004년에는 20명에게 1000만 원을, 이듬해엔 200명에게 1억 원을 줬습니다. 그게 제 삶의 보람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부산에서 생활하던 그는 자녀와 친구를 찾아 상경했다. 처음에는 강남의 아파트에서 생활했다. 혼자 살다 보니 식사 등 여러 문제로 고민하다 실버타운을 알게 됐다. 여러 곳의 실버타운을 둘러본 후 그의 눈에 찬 곳이 골든팰리스였다.

“여러 실버타운을 보고 자식들과 상의해 결정하게 됐습니다.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교통입니다. 자식들이 강남에 살고 있어 3호선을 타면 한번에 갈 수 있거든요. 가격도 크게 비싸지 않아서 부담도 덜했고요.”

세란병원이 운영하는 실버타운이라는 점도 결정에 영향을 줬다. 이 회장은 오래전부터 당뇨로 고생한 탓에 건강이 그리 좋지 않다. 그 때문에 인근에 병원이 있다는 점이 마음의 위안이 됐다.
혼자가 된 후 가장 신경쓰이는 게 식사였다는 이병돈 회장. 이 회장은 실버타운이 식사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혼자가 된 후 가장 신경쓰이는 게 식사였다는 이병돈 회장. 이 회장은 실버타운이 식사를 해결해줄 뿐 아니라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실버타운에 들어온 후 좋은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식사다. 아파트에서 혼자 살 때는 아침은 주로 우유와 스프로 때웠고, 점심과 저녁은 상가 식당에서 사먹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은 그마저 귀찮았다. 그런데 골든팰리스에서는 건물 내에서 식사가 해결됐다. 비슷한 처지의 3~4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 식사를 해 심심하지도 않았다.

둘째, 소일거리가 생겼다. 게이트볼 회원인 이 회장은 일주일에 한 번 이곳에서 만난 친구 3~4명과 게이트볼을 즐긴다. 또 실버타운에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목요일은 휴대전화 교육, 금요일은 컴퓨터 강의를 듣는다.

글 신규섭 기자 사진 서범세·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