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인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유명한 크레타의 크노소스 궁전(기원전 1700~1400년경)은 서양 건축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신화에 따르면 미노스 왕은 천재 건축가 다이달로스에게 명해 포세이돈이 보낸 괴물을 가둘 수 있는 미궁을 짓도록 했다. 수많은 방과 복도가 얽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나올 수 없는 미로 같은 공간이었다. 매년 크레타에 미소년과 미소녀 7쌍을 조공으로 바쳐야 했던 아테네에는 왕자 테세우스가 있었는데 그는 조공으로 바쳐질 이 남녀들 틈에 끼어 크레타로 건너간다.


그림 속 왼편에 위치한 공주 아리아드네는 떠나간 테세우스를 향해 애타는 마음으로 손을 뻗고 있다. 자세히 보면 멀어져가는 배가 한 척 보인다. 그녀는 바쿠스의 등장에 몹시 놀란 듯하다. 아리아드네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 바쿠스는 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열정적인 몸짓으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바쿠스를 중심으로 실레노스와 사티로스 등 주신제의 행렬이 따르고 있으며, 그들의 운명적인 첫 만남을 화려하게 축복하는 느낌이다.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아리아드네는 바쿠스를 만나 위안을 받고 그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았다. 바쿠스에게 결혼 선물로 왕관을 받았던 아리아드네가 후에 죽자 바쿠스는 그녀가 쓰던 왕관을 하늘의 별자리로 올려주었다. 그림 속에서도 아리아드네에 대한 바쿠스의 지고지순한 사랑의 징표인 왕관자리가 왼편 하늘에 그려져 있다. 화가 베첼리오 티치아노는 바쿠스와 아리아드네가 만나는 운명적인 순간을 아름다운 색채와 탁월한 묘사로 더욱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The fall of Icarus),1975년, 파리 퐁피두센터 소장

이렇게 미로를 빠져나온 아버지와 아들. 아버지는 아들 이카로스에게 충고했다. “태양 가까이 가면 안 된다. 그럼 날개가 녹아버릴 거야.” 그러나 젊은 아들 이카로스에게 처음 날아본 하늘은 마법과도 같은 것이었다. 환하게 빛나는 태양을 만져보고 싶어 자꾸만 위로 날아올라갔던 그는 결국 아버지의 말대로 뜨거운 태양에 밀랍이 녹아 바다로 떨어지고 만다.
환상적인 색채와 화풍으로 신비한 느낌을 주는 화가, 마르크 샤갈의 그림은 추락하는 이카로스의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다. 불이 붙어 타오르는 날개, 고통스럽고 겁에 질린 표정. 그림 속 이카로스는 어리석음의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듯하다. 그의 날개에 불을 붙인 태양은 뜨겁다기보다는 오히려 냉정한 듯 차갑게 느껴진다. 뻗어 나오는 햇살이 가까이 올 수 없도록 만드는 뾰족한 가시와도 같아 보인다.
떨어지는 이카로스의 밑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카로스를 향해 손을 뻗기도 하고, 비웃는 표정으로 올려다보기도 한다. 심지어 옷을 벗고 지붕 위에 누워 그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여인도 있다. 샤갈의 그림 속에 종종 등장하는 염소의 모습들도 보인다. 세속적인 욕망과 가질 수 없는 것을 탐하는 마음, 어리석음에 대한 경멸. 사람들은 이카로스를 보며 교훈을 얻었겠지만 그와 같은 욕망을 가진 이들 역시 많았을 것이다.
강지연 _ 교사. <명화 속 비밀이야기>, <명화 읽어주는 엄마> 저자 네이버 블로그
‘귀차니스트의 삶(http://blog.naver.com/oilfree07)’ 운영. oilfree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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