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주소지 정보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그곳엔 흔한 표지판 하나 없었다. 나중에 듣기로는 입주자들의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해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손님을 맞기 위해 활짝 열린 두 개의 철문 사이로 들어서니 일단 9만9174여 ㎡의 넓은 규모와 잘 꾸며진 조경에 한 번 놀라고, 마치 동남아의 어느 리조트에 와 있는 듯 이국적인 풍광에 또 한 번 놀란다. 화사한 리조트 룩을 차려 입고 취재진을 맞은 이는 배우 심혜진.
오는 9월 준공하는 ‘리조트 빌라 32’를 건축한 한길개발의 공동 대표 자격이다. 또 다른 대표는 그의 남편인 한상구 씨. 이번 리조트 사업은 한길개발의 첫 프로젝트로 건축에 관한 실질적 업무는 남편의 몫이고, 그는 홍보와 마케팅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한동안 패션 쇼핑몰 ‘오드리 제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그지만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리조트 사업의 대표 자리가 낯선 것은 사실이다.
“제가 건축 사업에 대해 뭘 알겠어요. 다만 내 집,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의견을 냈어요. 리조트를 완공하기까지 7년이나 걸린 것도 시간을 들이더라도 정말로 살기 좋은 집, 오래 머물고 싶은 리조트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땅을 다지고 조경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공간 기획이나 디자인에도 공을 많이 들였고요. 그래서인지 여기저기 애착이 가지 않는 곳이 없어요. 완공을 다 마치고 후분양하는 것도 고객들이 와서 직접 보고 마음에 들면 계약하라는 거죠. 일종의 자신감이랄까.(웃음)” ‘리조트 빌라 32’는, 빌라는 개인에게 분양하고 리조트는 멤버십으로 운영하는 국내엔 아직 생소한 개념의 리조트다. 이름의 ‘32’는 딱 32세대만 분양한다는 뜻으로 오는 9월에는 먼저 18세대(528.9㎡ 단층 타입 16세대와 766.9㎡ 복층 펜트하우스 6세대)를 분양하고 후에 14세대를 추가 분양할 예정이다. 분양가는 528.9㎡ 27억 원, 펜트하우스 35억 원 선으로 적은 금액이 아니지만 리조트 내 모든 시설을 내 집처럼 누릴 수 있는 데다 청소 및 세탁 등 각종 컨시어지 서비스와 장보기 대행까지 해주기 때문에 라이프스타일의 수준이 남다르다.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각 세대별 개인 선착장도 구비돼 있고, 바비큐 장도 따로 마련돼 있어요. 스파, 수영장, 사우나부터 피트니스 센터, 스쿼시, 테니스클럽, 벙커 샷 연습장 등 다양한 스포츠 공간도 만들었고요. 손님들이 찾아오면 묵을 수 있도록 게스트하우스도 별도로 준비했죠. 리조트 멤버십 회원도 100명 이내로 소수로 운영할 계획이라 조용하면서도 풍요로운 생활이 가능하답니다. 거기다 강과 산이 바라다 보이는 전망은 덤이죠.(웃음)”
웬만한 리조트 안 부러운 9917㎡ 심혜진 저택
외모로는 지극히 도시적인 그가 가평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10년. 결혼한 건 지난 2007년이지만 이미 공개적으로 고백했듯 결혼 전 남편과의 동거를 시작한 곳이 바로 가평이다. 그는 ‘절친’들에게도 가평에서의 생활을 적극 추천하는 자발적 ‘가평 홍보대사’다. “살아보니 이보다 좋은 곳이 없더라”고 말하는 그가 가평에 리조트를 지은 것도 “혼자 누리기엔 벅찬 생활을 좋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서”라고 했다.
“남편을 만나면서 가평살이를 시작했는데 살수록 장점이 많은 곳이란 생각이 들어요. 강도 있고 산도 있고 무엇보다 공기가 오염되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죠. 거기다 서울 강남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에 시골 생활의 불편 요소 중 하나로 꼽히는 문화 혜택 면에서도 전혀 불편함이 없어요. 요즘 다들 ‘웰빙, 웰빙’ 하는데 딱 웰빙에 적합한 곳이라니까요. 또 주거지로 좋은 여건인 게 여긴 상수원이거든요. 가끔 폭우가 내리면 지인들이 집에 물 넘치지 않았느냐고 걱정스레 물어오는데 상류이기 때문에 절대로 잠길 염려가 없다는 걸 몰라서 하는 소리죠.(웃음)”
리조트에서 10분 남짓 떨어진 그의 집은 이젠 가평의 명소가 됐을 정도다. 부부가 거주하는 건물을 비롯해 게스트 동과 피트니스, 공연장, 노래방, 수영장 등 9917㎡ 규모에 웬만한 리조트 시설을 완벽하게 갖춘 그곳엔 매일 부부를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남편은 물론이고 그 역시 드라마, 영화 촬영 등 불가피한 일이 아니면 좀처럼 가평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
“1년에 5~6개월 정도는 작품을 하기 때문에 서울에 자주 나가는데 그때를 제외하곤 거의 집에서 지내요. 자연을 벗해 쉬기도 하고, 10분 거리에 있는 시장으로 장 보러 가기도 하죠. 시골에 산다는 건 도심에서 사는 것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는 것뿐이에요. 그 대신 마음의 평안과 여유를 얻을 수 있죠.” 집은 주인을 닮게 마련이듯 리조트는 마치 심혜진 부부의 집을 확장한 듯한 분위기다. 집을 디자인한 것도 남편이고 리조트 디자인에도 남편의 손길이 닿았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무엇보다 직접 가평에, 그것도 비슷한 입지의 강가에 오래 거주해본 경험을 살려 철저히 입주자들을 배려했다는 점이 다른 리조트와는 차별화된다. 여기에 마음이 동하면 언제라도 불쑥 가방을 챙겨 훌쩍 떠나곤 하는 부부가 함께 전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얻은 아이디어도 반영됐다. 한 마디로 온갖 좋은 것들의 집결인 셈. 남편인 한 대표는 “본 게 많아 좋은 것들을 다 반영하려고 하니 힘들더라”며 토로했다.
“우리 나이쯤 되면 다들 노후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곳에 와서 살아도 좋을 거예요. 제 이웃이 되지 않으실래요?(웃음)”
글 박진영 한경비즈니스 기자 bluepjy@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