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쇼크(after shock)와 애프터 크라이시스(after crisis).’ 지난해 말 대부분 국내 증권사들의 낙관론 일색 속에 올해 증시는 이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애프터 쇼크’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로버트 위더머, 데이비드 위더머, 신시 스피처는 공동 출간한 책 <미국의 버블경제>에서 미국 경제는 부동산, 주식, 민간 부채, 소비지출, 달러, 정부 부채라는 6개의 버블 기둥으로 불안하게 떠받쳐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Market Insight]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질서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계기로 ‘애프터 쇼크’에 대한 관심 높아져

이 중 부동산, 주식, 민간 부채, 소비지출에 낀 버블 기둥은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붕괴됐고, 나머지 두 개 기둥인 달러와 정부 부채에 낀 버블은 올해 터진다고 내다봤다. 리먼 사태 이후 미국 경기와 주가는 정부가 푼 돈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지만 올해 또 다른 충격인 애프터 쇼크가 찾아오면서 달러와 정부 부채 버블마저 무너진다는 것이다.

애프터 쇼크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3년이 되면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3년 주기설’과 맥을 같이한다. 위기 극복 3단계 이론에 따라 첫 단계인 유동성 부족 과제는 ‘빅 스텝’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로 해결될 수 있지만 위기를 낳게 한 근본적인 시스템이 해결되지 않으면 위기 발생 3년 차에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이 이 설의 골자다.

이 때문에 올해 증시는 낙관론에 영합하기보다 애프터 쇼크와 위기 3년 주기설의 발생 여부를 결정할 ‘3대 구조 전환(triple paradigm shift)’이 제대로 이행되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리먼 사태 이후 국가에 의해 주도돼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이 구조 전환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국가가 계속 위기 극복과 경기 부양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애프터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앞당겨진다. 반면 구조 전환이 제대로 되면 경기가 회복되고 재정 수입이 증가돼 애프터 쇼크가 발생할 가능성은 급격히 줄어들고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날 수 있다.

민간에 의해 자발적인 성장 단계로 넘어오기 위해서는 고용 창출이 가장 중요하다. 총수요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개도국은 60% 정도 소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각국의 부가가치는 증강 현실 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종전에 비해 성급한 출구 전략보다 경기부양책이 더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채 협상을 받아들인 것이 1930년대 에클스 실수, 1980년대 초 볼커 실수에 이어 ‘3차 대실수(Obama’s failure)’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부채 협상은 민주당의 입지를 강화시킬 수 있는 ‘재정적자의 화폐화’보다 공화당의 입지가 강화될 수 있는 ‘재정적자의 악순환’을 선택한, 성급한 출구 전략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번 합의대로 재정지출을 줄여나갈 경우 경기는 더 침체되고 누진적인 조세수입 구조상 재정적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부채 협상 수용이 대실수가 될 것인지는 후에 판명되겠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 리먼 사태 이후 3년 만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해지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3대 신용평가사 왜 미 국가신용등급을 신속히 떨어뜨리나?

이 때문에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리고 전망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번 조치는 S&P가 국가신용등급 평가 업무를 시작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라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난공불락으로 여겨왔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을 계기로 두 가지 면에서 3대 신용평가사의 개편 내용이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는 미국에 대해서도 신용등급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던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의 개편 내용에는 무엇을 담고 있느냐와, 다른 하나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 하는 신뢰도 면에서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갖고 있는 문제와 위상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차원이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미국, 유럽연합(EU),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가 중심이 돼 신용평가와 관련된 다양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 왔다. 미 증권관리위원회(SEC)도 2007년 8월부터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관련 규정을 대폭 개정할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독립적인 신용평가사 설립 방안을 추진해 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 왔던 신용평가사의 독과점적 지위에 따른 집중 효과를 방지하기 위해 정보공시, 투명성, 책임감 등을 강화했다. IOSCO는 각 신용평가사 홈페이지에 신용평가 방법론, 과거 실적 자료 등을 공개하고 신용등급 산정모형에 대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개선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또 하나 문제였던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와 주요국 정책당국은 신용평가사 관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공시 확대, 신용평가 업무의 독립성 확보 등과 같은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했다. 미국과 EU도 이 같은 IOSCO의 권고를 대부분 수용하거나 강화해 적용했거나 조만간 적용할 계획이다.

3대 신용평가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인 신용등급의 신뢰성과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평가모형과 방법론에 대한 정보공시 확대, 구조화 관련 증권의 신용등급 표시 방법 개선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이와 별도로 국제결제은행(BIS)은 기존 신용등급 뒤에 신용등급 변동성(v), 신뢰도(c), 독립변수의 질적 정보(q) 등을 나타내는 새로운 기호를 추가하는 방법을 제안해 주목을 끌고 있다.

새로운 개편 내용에 따라 각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 실적을 보면 하향 조정 건수가 상향 조정 건수를 상회하고 관찰 대상도 부정적 대상이 긍정적 대상을 상회해 금융위기 이전보다 엄격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 평가된 국가신용등급의 경우 인도네시아, 브라질, 칠레 등 7개국은 상향 조정됐으나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 12개국은 하향 조정됐다.

지역별로는 유럽 재정위기와 중동·북아프리카에 속한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주를 이룬 가운데 일부 중남미 국가들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포르투갈, 그리스 등 이른바 ‘무늬만 회원국(bad apples)’들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지속된 가운데 최근에는 ‘건전한 회원국(good apples)’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Market Insight]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질서
올해 증시는 낙관론에 영합하기보다 애프터 쇼크와 위기 3년 주기설의 발생 여부를 결정할 ‘3대 구조 전환’이 제대로 이행되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미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 통화질서 빠르게 변할 듯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이들 경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신흥국이 세계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세계 금융시장은 이들 국가의 경제 동향과 정책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등 신흥국들은 그동안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국제기구와 각종 경제협력체에서 발언권이 꾸준히 강화되는 추세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선진국 중심인 주요 7개국(G7)의 대표성이 낮아지고 주요 신흥국을 포함한 주요 20개국(G20) 체제가 정착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국제 금융질서의 확립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에도 신흥국들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 중국을 주요 2개국(G2)으로 대우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의무를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G2라는 용어가 국제사회 질서에 중국을 편입시켜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로 간주하며 사용을 반대해 오다가 최근 들어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경제 질서는‘차이메리카(chimerica)’시대가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닐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처음 말한 ‘차이메리카’는 중국과 미국의 합성어로 갈등도 많지만 서로 생명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같이 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생관계를 의미한다. ‘차이메리카’ 시대와 별도로 브릭스 국가들이 중심이 되는 ‘팍스 브릭시니아’ 시대가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브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하지만 그동안 간과됐던 국가들과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개척 국가들도 주목된다. 이런 시각에서 앞으로 세계경제 질서는 아프리카,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이 ‘뉴 브릭스’로 빠르게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종전의 프런티어 마켓에 해당하는 국가들이다.

이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국제 통화질서다. 대부분 외환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돼온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가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국제외환 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점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통화질서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출범된 이후 1971년 당시 미 대통령인 닉슨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했던 이른바 ‘브레턴우즈 체제’다. 이때에는 중심통화로 달러 위상이 확고하고 달러 가치도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됐던 시기다.

하지만 세계 교역 규모가 197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달러 가치도 더 이상 금으로 보장할 수 없었다. 이 점이 닉슨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배경으로 그 후 국제 통화질서는 과도기인 ‘스미스소니언 체제’에 접어들었다. 이 시기에는 달러 가치가 금에 의해 완전히 보장되지 않음에 따라 달러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현 국제 통화질서인 자유변동환율제가 정착된 것은 1976년 킹스턴 회담 이후다. 이 시기에 각국의 통화가치는 원칙적으로 자국 내 외환수급 여건에 맡겨 결정토록 했다. 킹스턴 체제로 전환된 이후 달러 위상은 흔들린 적이 있지만 외환 보유나 각종 결제통화 비중으로 보면 달러가 중심통화 역할을 담당해온 ‘신(新) 브레턴우즈 체제’가 지속됐다.

하지만 달러 위상이 흔들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2008년에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담보대출) 사태였다. 이때를 계기로 달러 위상이 급격히 떨어지고 달러 중심의 신브레턴우즈 체제도 붕괴될 조짐이 본격화됐다. 특히 그동안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통화로 거론돼온 위안화, 엔화 등에 대해 약세 현상이 뚜렷한 점이 눈에 띄었다.

이번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국제 통화질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심통화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는 것은 크게 보면 두 가지 요인에 기인한다. 무엇보다 당사국 요인으로 미국 경기는 회복세가 미약하고 재정적자와 국가 채무 등과 같은 구조적 문제점으로 달러에 대한 신뢰가 예전만 못한 일종의 금융위기 후유증에 따른 ‘낙인효과(stigma effect)’라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 이외 다른 국가들의 탈(脫) 달러 요인으로 금융위기 이후 달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계기로 현 국제통화제도가 안고 있었던 중심통화의 유동성과 신뢰성 간 트리핀 딜레마, 중심통화국의 과도한 특권, 글로벌 불균형 조정 메커니즘 부재, 과다 외환 보유에 따른 부담 등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탈달러화 조짐이 빨라지는 추세다.

그런 만큼 이번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더욱 빨라질 새로운 중심통화 논의는 크게 ‘투 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는 글로벌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중국이 제안한 IMF의 특별인출권(SDR)을 사용하는 것과 라틴어로 지구라는 의미의 테라(Terra)를 창출하는 방안 등이다.

다른 하나는 지역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공동통화 도입 논의다. 현재 지역공동체가 결성돼 있는 곳은 대부분 공동통화 도입 논의가 진행되다가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이번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계기로 재차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이후 세계경제 질서는 ‘차이메리카’시대가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신용등급 강등 조치 과연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것인가?

미국 신용등급 강등 조치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 금융질서가 단기적으로는 3년 전 리먼 사태처럼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최근과 같은 상황이 ‘위기확산형’으로 악화될 것인가 아니면 ‘위기축소형’으로 수렴될 것인가는 두 가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레버리지 비율(증거금 대비 총투자금)이 얼마나 높으냐와, 투자분포도가 얼마나 넓으냐 하는 글로벌 정도다. 이 두 지표가 높을수록 위기확산형으로 악화되고 디레버리지 대상국에서는 위기 발생국보다 더 큰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가 발생한다.

2008년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된 것은 위기 주범이었던 미국 금융사들의 이 두 가지 지표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볼커 룰’로 상징되는 위기 재발 방지 노력으로 최근 미국 금융사들의 두 지표는 낮아져 이번 사태가 신흥국들에 더 충격을 주는 나비 효과 발생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세계 제일의 중심국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심하긴 이르다. 사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프로 보노(pro bono publico: 공익을 위해) 정신’이 요구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사국인 미국에 책임을 돌리기보다 각국의 ‘집단 지성’을 구해 나가는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이나, 모두가 주연이 되는 ‘M-트로이카(management-troica)’ 체제를 다시 구축하는 것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